[리뷰] 남산센터로 온 '커머셜, 데피니틀리' 개굴개굴 풍자의 도발

  • 뉴시스

입력 : 2016.04.25 09:44

공연 제목이 길다. 읽기도 쉽지않다. 하지만 재기발랄함은 넘친다.

'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 -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은 재기발랄함으로 연극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구자혜 연출이 이끄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작품이다.

지난해 대학로의 가장 작은 공연장 중 한곳인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했을 당시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로 무대를 옮긴 이후 더 커머셜(commercial), 즉 상업적이 됐다고 자부한다. 러닝타임이 3분52초 늘어난 것부터(실제 러닝타임은 약 90분) 그렇다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숫자도 들춰낸다. 극장의 물리적인 것에 대한 평가 점수는 물론 제작비마저 까발린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객석수 평균 50석, 객석이 편안한 정도 40점, 화장실의 쾌적도 10점 등에 제작비 1000만원을 더해서 자신들만의 계산법으로 도출한 결과 러닝타임이 58분32초가 나온다.

반면 남산예술센터 객석수 450석, 객석이 편안한 정도 90점, 화장실의 쾌적도 98점 등에 제작비 3000만원을 합쳐서 계산하면 62분24초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두 극장뿐 아니라 강남의 민간 고급공연장인 LG아트센터도 끌어들인다. 5월 말 이곳에서 '민중의 적'을 선보이는 독일 샤우뷔네 극단의 예술감독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를 자신들의 작품 안에 포함시킨다.

오스터마이어를 흉내내는 배우의 음성은 2010년 그의 작품 '햄릿'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 것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는 아쉽게도 LG아트센터보다 한 발 늦었군요. 남산예술센터, 엘지아트센터에 밀린 건가요?"라고 능청을 떤다.

무대는 오스터마이어를 노골적으로 오마주한다. 영국의 걸출한 극작가 사라 케인이 대본을 쓰고 오스터마이어가 연출한 '기어(Gier)'에서 모티브를 따와, 네 배우가 네 개의 스탠딩 마이크를 사용해 극을 전개시킨다. 상업적이면서 고급적인 공연에는 필수인 영어자막도 당연히 배경 스크린에 흐른다.

대놓고 세련됨을 표방하는 키치함은 풍자와 도발을 위한 멍석이다. 몇년새 연극계에 분 검열 논란의 발화점인 박근형 연출의 '개구리'를 연상케하는 '개굴' 소리가 배우의 음성으로 계속 울려퍼지는 가운데 지난해 대학로 시어터카페에서 자신들이 지원한 젊은 예술가들의 공연을 막은 한국문화예술'계'에 대한 풍자가 이어진다. 정부가 최근 내세운 기조인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음성이 귓가를 계속 파고든다.

2010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단어로 꼽혔으며 2014년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 등재된 맨스플레인은 끈임없이 남자 배우에 의해 '맨스플레인'된다.

작년 초연에 이어 '기내 마카다미아'는 다시 등장한다. 남자 배우가 문제를 일으킨 조 모 부사장의 모습을 흉내내는데 이 연극의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인 마카다미아 논란을 재연에 다시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라틴어 테로레파스티인테르비토(terrorrepastĭinterbĭto)'로 설명한다.

'예술인들이 같은 작품을 한 번 더 할 때 더 잘 하고 싶어서 발버둥치다가 고통과 불안에 사로잡혀, 새로운 걸 했다가 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전작에 써먹었던 것을 재탕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커머셜, 데피니틀리'는 정치, 사회, 문화를 넘나들며 도발과 지적인 유희, 통쾌함을 던져준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연극을 공공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롭다. 24일까지.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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