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1세기 펑크'란 이런 것…롤로코스터 탄 듯한 '데드독'

  • 뉴시스

입력 : 2016.04.25 09:41

뮤지컬 '데드 독'은 18세기 혁신적인 고전과 1970년대를 지배한 펑크를 영리하고 세련되게 변형시킨 수작이다.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원작인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가 바탕이다. 1728년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주목 받았다.

영국 니하이시어터의 창립자 겸 예술 감독인 마이크 셰퍼드는 이를 21세기 펑크 버전으로 탈바꿈시켰다. 브리티시 펑키 뮤지컬을 표방하는 '데드 독'이 그것이다.

펑크는 록 그룹 '섹스 피스톨즈'로 대변되는 문화다. 저항, 불만의 폭발, 열정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셰퍼드는 게이와 브레히트의 작품처럼 '데드 독' 역시 현대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그리는 동시에 저항과 반항의 이미지도 한껏 싣는다. 해당 정서는 청부살인업자 '맥히스'에게 축약돼 있다. 교활한 사업가 '피첨'이 마을의 선량한 시장인 '굿맨'이 자신의 검은 뒷거래를 파헤치려고 하자 고용하는 악당이다.

돈과 여자를 좋아하는 그는 거짓말을 일삼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벌인다. 순진한 사형 집행인까지 속여 자신 대신 그를 죽게 만든다.

세상은 그런데 그보다 더 썪어 있다. 이를 깨달은 그가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총을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눈다. 이어 금빛 가루가 휘날릴 때 통쾌함과 페이소스가 동시에 밀려드는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진다.

2막은 전반적으로 진중함이 지배하는데 1부는 그 어떤 코미디보다 유쾌함과 경쾌함이 넘친다. 살인청부업자,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관,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가 등 다양한 캐릭터와 영국 전통 인형극 '펀치와 주디'를 연상시키는 인형들의 익살스러움 덕분이다.

용광로처럼 다양한 대중문화를 녹여놓은, 팝스런 점도 한몫한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의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처럼 브리티시 갱스터 장르의 기운 등 어디선가 본 듯한 기운이 풍긴다.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유 카르멘 에카옐리차'의 걸출한 음악감독 찰스 헤이즐우드가 만든 음악도 마찬가지다.

플라멩코 리듬에 팝 선율을 가미한 '집시 킹스',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드림시어터', 일렉트로닉 그룹 '다프트 펑크', 기본 악기 구성에 바이올린, 더블 베이스 등 다양한 살을 붙여 독특한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이는 인디 록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 챔버 팝 밴드 '벨 앤 세바스찬' 등의 음악이 섞인 듯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이런 기시감들은 키치적인 위용을 뽐내며 전혀 다른 장르로 탈바꿈한다. 중요한 순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때 마이크를 사용하는 등 브레히트 식 '낯설게 하기', 노래·춤·연기 등 뮤지컬 3요소 뿐 아니라 악기까지 가능한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며 니하이시어터만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데드독'의 영어 원제목은 '여행 가방 속의 죽은 개…그리고 사랑 노래들'다. 도시에 떠도는 도시전설에서 따온 이 제목은 젊은 문화의 상징인 펑크 요소가 다분하다. 작품 속에서도 맥히스가 죽인 개가 여행 가방 속에서 도시를 떠돌다 막판 뼈만 남은 모습으로 대형으로 확대돼 어둠 속에서 꿈틀댄다. 그로테스크함까지 동반하는 '데드독'은 장르들의 롤러코스터라 할 만하다.

24일까지 LG아트센터. 작가 칼 그로즈, 안무 에타 머핏. 협력 주한영국문화원. 영어 공연, 한글 자막. 러닝타임 2시간30분(인터미션 15분). 4만~8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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