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2 09:47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극단' 유명
LG아트센터서 21~24일 첫 내한공연
'니하이 시어터(Kneehigh Theatre)'는 1980년 영국 남서부 해안 콘월 지방의 시골 학교 교사의 연극 워크숍으로 출발했다.
창단 당시 직업 배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단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생과 농부, 간판제작공, 전기공, 동네 카페의 기타리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무릎 높이(knee-high)를 의미하는 극단의 이름처럼 변변한 공연장이 없어도 개의치 않고 마을회관이나 천막, 숲속, 호숫가, 절벽 꼭대기나 채석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했다. 이후 세계로 뻗어나가 영국뿐 아니라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극단'으로 통한다.'니하이 시어터가 2014년 초연한 신작 '데드 독'이 한국에 왔다.
니하이시어터의 창립자이자 예술 감독인 마이크 셰퍼드(63)는 21일 오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바닷가인 콘월에서 살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내 이야기를 여러 군데에서 선보이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른 극단과 달리 극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많이 공연한다. 숲이라든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든지. 오래된 빌딩에서도 공연하고. 세계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것이 극단에서 활기를 불어넣는 듯하다."
처음 방문한 한국에 대해서는 "판타스틱하다"며 "내가 사는 곳과 굉장히 다르다.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가다 발견한 시장에서 옹기 종기 모여 오징어를 먹고 있는 걸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햇빛이 드는 청계천은 예뻤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릴 때 가로등 사이를 지나가니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한 때 전문 배우가 꿈이었던 셰퍼드 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져서 남의 입맛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창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극단을 창단했다."
배우에 대한 꿈을 접은 결정적인 계기는 리바이스 청바지 광고 오디션때문이다. "10명 남짓 앞서 엉덩이를 보여줬는데 충분히 크지 않다"고 떨어졌는데 그 이후 배우는 내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데드 독'은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원작인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가 바탕이다. 1728년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주목 받았다.
18세기 최고의 히트작이자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기원이 된 작품으로토 통한다. 286년이 흐른 2014년 니하이 시어터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만 남겨둔 채 21세기 버전의 감각적인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교활한 사업가 '피첨'이 마을의 선량한 시장인 '굿맨'이 자신의 검은 뒷거래를 파헤치려고 하자 청부살인업자 '맥히스'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게이와 브레히트의 작품처럼 '데드 독' 역시 현대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그리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특히 살인청부업자,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관,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가 등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영국 전통 인형극 '펀치와 주디'를 연상시키는 인형들의 익살스러움도 있다.
셰퍼드 감독은 니하이 시어터 버전의 '거지 오페라'가 "고전의 새로운 버전이 아니라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데드독'의 영어 원제목 '여행 가방 속의 죽은 개…그리고 사랑 노래들'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에 떠도는 도시전설에서 따온 이 제목은 젊은 문화의 상징인 펑크 요소가 다분하다.
"현재 영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다. 새로운 제목을 통해서 고전이 아닌, 젊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니하이 시어터는 모든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춤과 악기 연주에 능하다. 라이브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뮤직 시어터'이기도 하다. '데드독' 역시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춤은 물론 악기 연주까지 감당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배우들을 선발하는데 왕도가 없다는 셰퍼드는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통하고, 서로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콘월로 돌아가서 노래도 부르고 함께 달리고 춤도 추고 한다"고 웃었다.
피첨 역의 자일스 킹은 "'니하이 시어터'는 매번 현대극의 규정들을 차근차근 깨트리고 부수는 극단"이라며 "매번 참신한 시도를 하는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난해 4, 5월 오디션을 거쳐 같은 해 8월 극단에 합류, 콘월에서 노래하고 달리고 춤도 춘 피첨 딸인 폴리 역의 안젤라 하디는 "모든 과정이 신선하고 새롭다. 타 극단과 일할 때는 다른 느낌"이라고 만족해했다. "배우들끼리 경쟁심도 느낄 수 있는데 니하이 시어터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가능성을 끌어내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태프들이 쟁쟁하다. 셰퍼드가 연출을 맡고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 내셔널 시어터와 작업하며 필력을 떨치고 있는 작가 칼 그로즈가 극본을 썼다. 또 영국에서 각광받는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로,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유 카르멘 에카옐리차'의 음악감독 찰스 헤이즐우드가 넘버를 만들었다. 안무는 '백조의 호수'의 안무가 매튜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의 창단 멤버이자 부예술감독이기도 한 에타 머핏이 맡았다. 다양한 협업을 즐기는 셰퍼드는 "세계 어느 누구에게 문이 열려 있다"고 웃었다.
'데드독'의 주인공인 맥히스는 에드 휴즈가 맡는다. 이날부터 24일까지 LG아트센터. 협력 주한영국문화원. 영어 공연, 한글 자막. 러닝타임 2시간30분(인터미션 20분). 4만~8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LG아트센터서 21~24일 첫 내한공연
'니하이 시어터(Kneehigh Theatre)'는 1980년 영국 남서부 해안 콘월 지방의 시골 학교 교사의 연극 워크숍으로 출발했다.
창단 당시 직업 배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단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생과 농부, 간판제작공, 전기공, 동네 카페의 기타리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무릎 높이(knee-high)를 의미하는 극단의 이름처럼 변변한 공연장이 없어도 개의치 않고 마을회관이나 천막, 숲속, 호숫가, 절벽 꼭대기나 채석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했다. 이후 세계로 뻗어나가 영국뿐 아니라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극단'으로 통한다.'니하이 시어터가 2014년 초연한 신작 '데드 독'이 한국에 왔다.
니하이시어터의 창립자이자 예술 감독인 마이크 셰퍼드(63)는 21일 오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바닷가인 콘월에서 살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내 이야기를 여러 군데에서 선보이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른 극단과 달리 극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많이 공연한다. 숲이라든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든지. 오래된 빌딩에서도 공연하고. 세계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것이 극단에서 활기를 불어넣는 듯하다."
처음 방문한 한국에 대해서는 "판타스틱하다"며 "내가 사는 곳과 굉장히 다르다.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가다 발견한 시장에서 옹기 종기 모여 오징어를 먹고 있는 걸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햇빛이 드는 청계천은 예뻤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릴 때 가로등 사이를 지나가니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한 때 전문 배우가 꿈이었던 셰퍼드 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져서 남의 입맛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창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극단을 창단했다."
배우에 대한 꿈을 접은 결정적인 계기는 리바이스 청바지 광고 오디션때문이다. "10명 남짓 앞서 엉덩이를 보여줬는데 충분히 크지 않다"고 떨어졌는데 그 이후 배우는 내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데드 독'은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원작인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가 바탕이다. 1728년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주목 받았다.
18세기 최고의 히트작이자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기원이 된 작품으로토 통한다. 286년이 흐른 2014년 니하이 시어터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만 남겨둔 채 21세기 버전의 감각적인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교활한 사업가 '피첨'이 마을의 선량한 시장인 '굿맨'이 자신의 검은 뒷거래를 파헤치려고 하자 청부살인업자 '맥히스'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게이와 브레히트의 작품처럼 '데드 독' 역시 현대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그리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특히 살인청부업자,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관,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가 등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영국 전통 인형극 '펀치와 주디'를 연상시키는 인형들의 익살스러움도 있다.
셰퍼드 감독은 니하이 시어터 버전의 '거지 오페라'가 "고전의 새로운 버전이 아니라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데드독'의 영어 원제목 '여행 가방 속의 죽은 개…그리고 사랑 노래들'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에 떠도는 도시전설에서 따온 이 제목은 젊은 문화의 상징인 펑크 요소가 다분하다.
"현재 영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다. 새로운 제목을 통해서 고전이 아닌, 젊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니하이 시어터는 모든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춤과 악기 연주에 능하다. 라이브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뮤직 시어터'이기도 하다. '데드독' 역시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춤은 물론 악기 연주까지 감당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배우들을 선발하는데 왕도가 없다는 셰퍼드는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통하고, 서로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콘월로 돌아가서 노래도 부르고 함께 달리고 춤도 추고 한다"고 웃었다.
피첨 역의 자일스 킹은 "'니하이 시어터'는 매번 현대극의 규정들을 차근차근 깨트리고 부수는 극단"이라며 "매번 참신한 시도를 하는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난해 4, 5월 오디션을 거쳐 같은 해 8월 극단에 합류, 콘월에서 노래하고 달리고 춤도 춘 피첨 딸인 폴리 역의 안젤라 하디는 "모든 과정이 신선하고 새롭다. 타 극단과 일할 때는 다른 느낌"이라고 만족해했다. "배우들끼리 경쟁심도 느낄 수 있는데 니하이 시어터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가능성을 끌어내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태프들이 쟁쟁하다. 셰퍼드가 연출을 맡고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 내셔널 시어터와 작업하며 필력을 떨치고 있는 작가 칼 그로즈가 극본을 썼다. 또 영국에서 각광받는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로,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유 카르멘 에카옐리차'의 음악감독 찰스 헤이즐우드가 넘버를 만들었다. 안무는 '백조의 호수'의 안무가 매튜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의 창단 멤버이자 부예술감독이기도 한 에타 머핏이 맡았다. 다양한 협업을 즐기는 셰퍼드는 "세계 어느 누구에게 문이 열려 있다"고 웃었다.
'데드독'의 주인공인 맥히스는 에드 휴즈가 맡는다. 이날부터 24일까지 LG아트센터. 협력 주한영국문화원. 영어 공연, 한글 자막. 러닝타임 2시간30분(인터미션 20분). 4만~8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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