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부부 같아"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4.18 01:11

결성 10주년 연주회 갖는 피아노 삼중주단 '트리오 제이드'

악기가 여럿 모여 팀으로 움직이는 실내악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풍미가 짙어진다. 박자와 선율을 맞춰갈수록 질(質) 좋은 화음을 뽑아내기에 들을수록 신선하다. 시간이 빚어내는 마법이다.

"언니! 저희랑 같이 트리오 해요." "좋아, 하자!"

동갑내기 연주자인 이효주(피아노·31), 박지윤(바이올린·31)이 두 살 언니 이정란(첼로·33)에게 피아노 삼중주단을 만들자고 손 내민 건 지난 2006년,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에 입학한 지 5년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독주자로 이미 인정받은 스무 살 초반 연주자들이 한 핏줄도 아니고, 기획사가 제안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팀을 꾸린 건 드문 일이다. 이들은 오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결성 10주년 기념 연주회를 갖는다.

서울 광화문의 한 골목길에 나란히 선 ‘트리오 제이드’는 “실내악 연주단체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부부와 같다”고 했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이효주, 첼리스트 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서울 광화문의 한 골목길에 나란히 선 ‘트리오 제이드’는 “실내악 연주단체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부부와 같다”고 했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이효주, 첼리스트 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성형주 기자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트리오 제이드(JADE)'는 "어릴 땐 우리도 사라 장, 장한나 같은 '스타'를 꿈꿨다. 유럽에 가보니 달랐다"고 했다. "교육 과정에 실내악 학과가 따로 있어서 뜻 맞는 학생들끼리 듀엣이나 트리오를 만드는 게 흔했어요."(박지윤) "독주자만 최고라는 인식이 없어요. 실력 있는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걸 자랑스러워하고요."(이정란)

'옥(玉)'이란 뜻의 제이드는 '동양의 보석이 되어보자'며 붙인 이름이다.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 그 사이 CNSM에서 정상급 실내악 연주자인 이스라엘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을 사사하며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최우수 졸업했다. 지난해 2월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한국인 연주단체 최초 1위 없는 3위), 9월 트론하임 콩쿠르(3위)에서 입상도 했다. 특기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 제이드의 라벨 피아노 삼중주는 눈 감고 들으면 동양인 연주단체인 걸 모를 만큼 일품이란 평을 듣는다.

셋이서 떡볶이와 양곱창을 즐겨 먹는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이 아가씨들의 성지(聖地). "저희만의 비법이에요. 꼬였던 분위기가 확 풀려요."(이효주)

이번 연주회에서 제이드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삼중주 전곡을 선보인다. 슈베르트가 말년에 쓴 '노투르노'와 피아노 삼중주 1·2번은 가난과 신체적 고통에도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음악을 향한 애정을 녹여넣은 걸작이다. 이정란이 말했다. "슈베르트는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곡가예요. 음악 자체에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는데 라흐마니노프나 차이콥스키처럼 바닥까지 끄집어내서 보이지 않고 기쁘고 슬픈 기미만 살짝 비춰요."

▷셋을 위한 슈베르트=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02)338-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