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15 01:14
8월 개관 콘서트홀 전용 피아노, 손열음이 고르는 현장 가보니
지난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대형 파이프오르간을 조율(voicing)하는 오스트리아 기술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이 나타났다. 무대 위엔 그랜드 피아노 네 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열음은 피아노마다 건반을 두드리며 클래식 독주나 협연에 가장 적합한 '물건'을 골랐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쇼팽 '연습곡',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연주하며 음색과 음량을 꼼꼼히 살폈다.

오는 8월 개관 예정인 롯데콘서트홀은 수도 서울에 28년 만에 들어서는 클래식 전용 홀(2036석)이다. 몸값만 2억원이 넘는 최고급 연주용 피아노를 한꺼번에 네 대나 들인 이유는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모음곡 등을 연주하기 위해서. 최연식 롯데문화재단 공연기획팀장은 "클래식 연주는 물론이고 합창 반주, 재즈 연주, 리허설 등에 어울리는 것들을 골고루 배치해 콘서트홀을 찾는 연주자들에게 최상의 피아노를 제공할 예정"이라 했다.
지난해 4월 손열음은 독일 함부르크의 스타인웨이사(社)에 가서 이 피아노들을 직접 골랐다. 피아노는 품질을 검사한 뒤 물건을 받는 검수일을 기준으로 제조 일자를 표기한다.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비행기에 실린 네 대의 피아노는 지난해 4월 29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보름 뒤 첫돌을 맞는다. 그간 창고에 머물다 지난달 콘서트홀로 옮겨왔다.
손열음은 지난해 가을 문을 연 금호아트홀 연세를 비롯해 지금까지 여섯 차례 공연장 피아노를 골랐다. 그녀는 "소리는 상대적이다. 그날의 분위기와 연주자의 컨디션, 청중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젠 치기 편한 피아노를 제일로 꼽아요. 피아니스트가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거든요. 밋밋하면 주고받을 게 없어 답답하고, 개성이 너무 강하면 연주자가 피아노에 맞춰줘야 하니까 힘들죠."
악기를 가지고 다니기 어려운 피아니스트들에게 공연장 피아노는 그날의 연주력을 판가름 내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웬만큼 이름난 공연장은 대개 소리가 명징하고, 울림이 좋은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장 명성에 비해 피아노가 열악한 곳도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콘서트홀인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이다. 손열음이 말했다. "심지어 낡았어요. 너무 만져서 그렇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