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14 09:31

이강백(69)처럼 꾸준한 극작가도 드물다. 부지런히 신작을 내는 동시에 과거의 작품이 계속 재조명된다.
이번에는 판소리 '심청가'를 효가 아닌 죽음의 관점에서 살핀 신작 연극 '심청'(5월22일까지 대학로 나온시어터)을 내놓았다. 그의 대표작인 연극 '황색여관'(15~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9년 만에 돌아온다.
이 작가는 "신작과 구작의 공연 때가 겹친 건 의도한 것이 아니다"며 "두 개를 구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구작이라도 배우와 연출이 새 무대면 모두 새로 해야 한다. 모두 신작"이라고 말했다.
'황색여관'은 이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북어 대가리'(1993)를 8년 만인 2012년과 지난해 재해석해 호평 받은 구태환(44) 극단 수 대표가 연출한다. 이 작가는 구 연출이 '황색여관'을 자신보다 더 아낀다며 "다시 올리자는 그의 설득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황사바람이 극심한 희뿌연 아침, 허허벌판 한가운데 서 있는 '황색여관'이 배경이다. 2007년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의 연출로 초연, 인간 내면의 탐욕과 공격성을 냉소적으로 그려 주목 받았다. 허름한 여관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세 자매와 그 여관을 방문하는 사업가, 변호사, 외판원, 배관공, 학생 등 다양한 지위와 성향의 인물들 간 갈등을 다룬다. 특히 2층 비싼 방에 머무르는 은퇴자, 변호사, 사업가와 싼 1층 방에 투숙한 외판원, 배선공, 배관공, 대학생 사이의 갈등이 극대화됐다. 이 작가의 장기인 우화성이 짙은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성찰을 던진다.
구 연출은 "이 시대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아주 철학적이면서도 명쾌한 진단을 했다. 그리고 연극성이 탁월하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인 어른들을 위한 동화"하고 봤다.
"'황색여관'은 해소는커녕 점점 골이 깊어가는 갈등 공화국을 그린다. 이념, 지역, 계층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갈등을 그린다. 특히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세대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세대갈등'이라고 하지 않는가. 특히, 요즘과 같은 선거철에 보면 그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황색여관'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던진다. "과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나. 불평등이 사라지는 것이 갈등 국면이 해소되는 지점일 텐데 모두가 납득할 때가 올 것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구 연출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는 이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1년이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배우 생활을 하다 간 미국 유학에서 연출을 공부한 뒤 모교에서 강의를 하게 됐을 때 이 학교 교수인 이 작가를 만났다. 이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항상 온화한 분인데 매번 격려와 가르침을 준다. 무엇보다 극단과 연출를 걱정해주는 선생님이다. 흥행이 안 돼 재정적으로 손해를 볼까봐 매번 걱정해주는 인간적인 면모가 크다. 그래서 작품을 더 잘 만들고 싶다."
이 작가는 '황색여관'을 다시 올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등장인물 숫자도 많고, 관객도 불편하게 만드는 작품인데 연극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적자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품의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어준 구 연출에게 더 고맙다"고 했다.
연극 '13월의 길목' 같은 창작 신작으로도 호평 받은 구 연출이지만 '황색여관' '북어대가리' 같은 기존 명작의 재해석 작업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03년 극단 실험극장이 국내 초연한 피터 셰퍼의 대표작인 연극 '고곤의 선물'도 그 중 하나다.
"좋았던 공연, 의미가 있는 공연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연출, 다른 배우가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세계에 걸쳐 아직까지 매번 다른 방식으로 해석이 되고 있지 않나. 우리에게도 그런 희곡이 있었으면 한다. 예전에는 국내 희곡이 부족했는데 요즘에는 신작 희곡이 많다. 물론 좋은 작품이 많지만 기존 희곡이 재공연되는 확률도 적어진다. 너무 소비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구 연출은 이처럼 균형을 맞추는 연출가로 각광받고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동명영화가 바탕인 연극 '나생문' 등 시대와 국적을 뛰어 넘는다. 미국 할리우드의 명문 음악대학교 MI에서 잠시 레코딩과 작곡을 공부하기도 한 그는 '엄마를 부탁해' 등 뮤지컬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만 가능한 연극성이 좋다. 공연이라서 허용되는 그 찰나의 무엇들 말이다. 그런 것들에 매료가 돼 공연을 해왔고 그 순간들을 증명해나가고 싶다."
'황색여관', 출연 조연호 김태훈 한윤춘 김현 등. 예술감독 하병훈, 무대미술 임일진, 음악 김태근 등. 러닝타임 100분. 3만~4만원. 극단 수·스토리피. 02-6052-9909
이번에는 판소리 '심청가'를 효가 아닌 죽음의 관점에서 살핀 신작 연극 '심청'(5월22일까지 대학로 나온시어터)을 내놓았다. 그의 대표작인 연극 '황색여관'(15~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9년 만에 돌아온다.
이 작가는 "신작과 구작의 공연 때가 겹친 건 의도한 것이 아니다"며 "두 개를 구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구작이라도 배우와 연출이 새 무대면 모두 새로 해야 한다. 모두 신작"이라고 말했다.
'황색여관'은 이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북어 대가리'(1993)를 8년 만인 2012년과 지난해 재해석해 호평 받은 구태환(44) 극단 수 대표가 연출한다. 이 작가는 구 연출이 '황색여관'을 자신보다 더 아낀다며 "다시 올리자는 그의 설득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황사바람이 극심한 희뿌연 아침, 허허벌판 한가운데 서 있는 '황색여관'이 배경이다. 2007년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의 연출로 초연, 인간 내면의 탐욕과 공격성을 냉소적으로 그려 주목 받았다. 허름한 여관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세 자매와 그 여관을 방문하는 사업가, 변호사, 외판원, 배관공, 학생 등 다양한 지위와 성향의 인물들 간 갈등을 다룬다. 특히 2층 비싼 방에 머무르는 은퇴자, 변호사, 사업가와 싼 1층 방에 투숙한 외판원, 배선공, 배관공, 대학생 사이의 갈등이 극대화됐다. 이 작가의 장기인 우화성이 짙은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성찰을 던진다.
구 연출은 "이 시대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아주 철학적이면서도 명쾌한 진단을 했다. 그리고 연극성이 탁월하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인 어른들을 위한 동화"하고 봤다.
"'황색여관'은 해소는커녕 점점 골이 깊어가는 갈등 공화국을 그린다. 이념, 지역, 계층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갈등을 그린다. 특히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세대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세대갈등'이라고 하지 않는가. 특히, 요즘과 같은 선거철에 보면 그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황색여관'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던진다. "과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나. 불평등이 사라지는 것이 갈등 국면이 해소되는 지점일 텐데 모두가 납득할 때가 올 것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구 연출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는 이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1년이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배우 생활을 하다 간 미국 유학에서 연출을 공부한 뒤 모교에서 강의를 하게 됐을 때 이 학교 교수인 이 작가를 만났다. 이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항상 온화한 분인데 매번 격려와 가르침을 준다. 무엇보다 극단과 연출를 걱정해주는 선생님이다. 흥행이 안 돼 재정적으로 손해를 볼까봐 매번 걱정해주는 인간적인 면모가 크다. 그래서 작품을 더 잘 만들고 싶다."
이 작가는 '황색여관'을 다시 올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등장인물 숫자도 많고, 관객도 불편하게 만드는 작품인데 연극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적자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품의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어준 구 연출에게 더 고맙다"고 했다.
연극 '13월의 길목' 같은 창작 신작으로도 호평 받은 구 연출이지만 '황색여관' '북어대가리' 같은 기존 명작의 재해석 작업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03년 극단 실험극장이 국내 초연한 피터 셰퍼의 대표작인 연극 '고곤의 선물'도 그 중 하나다.
"좋았던 공연, 의미가 있는 공연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연출, 다른 배우가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세계에 걸쳐 아직까지 매번 다른 방식으로 해석이 되고 있지 않나. 우리에게도 그런 희곡이 있었으면 한다. 예전에는 국내 희곡이 부족했는데 요즘에는 신작 희곡이 많다. 물론 좋은 작품이 많지만 기존 희곡이 재공연되는 확률도 적어진다. 너무 소비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구 연출은 이처럼 균형을 맞추는 연출가로 각광받고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동명영화가 바탕인 연극 '나생문' 등 시대와 국적을 뛰어 넘는다. 미국 할리우드의 명문 음악대학교 MI에서 잠시 레코딩과 작곡을 공부하기도 한 그는 '엄마를 부탁해' 등 뮤지컬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만 가능한 연극성이 좋다. 공연이라서 허용되는 그 찰나의 무엇들 말이다. 그런 것들에 매료가 돼 공연을 해왔고 그 순간들을 증명해나가고 싶다."
'황색여관', 출연 조연호 김태훈 한윤춘 김현 등. 예술감독 하병훈, 무대미술 임일진, 음악 김태근 등. 러닝타임 100분. 3만~4만원. 극단 수·스토리피. 02-6052-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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