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누군가 당신의 일상을 감시하고 있다면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4.13 23:56

게임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정신적 빈곤을 충격적인 기법으로 다룬 연극‘게임’.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정신적 빈곤을 충격적인 기법으로 다룬 연극‘게임’. /두산아트센터 제공
만개한 봄꽃과 함께 연극계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이번 주 상연되는 작품 중에는 현대 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작(秀作)이 많다. ▲세월호, 위안부 문제 등 11개 장면을 통해 2016년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짚는 극단 백수광부의 '햄릿아비'(공동 창작, 이성열 연출) ▲반세기 전 한국 희곡의 고전에 담긴 눈먼 출세 지상주의가 펼쳐지는 국립극단의 '국물 있사옵니다'(이근삼 작, 서충식 연출) ▲부도덕한 사회 지도층을 '외계인'으로 은유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한 페이지원의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원작, 이지나 연출) ▲두산아트센터의 '게임'(마이크 바틀렛 작, 전인철 연출) 등이다.

이 중 가장 독특한 작품이 지난해 영국에서 초연됐던 '게임'이다. 연극을 관람하러 소극장에 들어선 관객은 무대와 좌석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대 위는 말끔하고 세련된 응접실인데, 이곳을 지켜보는 사람은 관객뿐이 아니다. 극장 어딘가에서 무대를 응시하는 또 다른 배우들의 모습이 무대 뒤 모니터에 나타난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젊은 부부는 한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공짜로 좋은 집에 입주하는 대신 회사의 '고객'이 부부의 사생활을 낱낱이 지켜볼 수 있다는 조건이다. 그뿐이 아니다. '고객'은 언제든지 이들을 사냥하듯 마취총으로 쏠 수 있다. 식사를 하거나 목욕을 하거나 침대에 눕는 순간,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총탄에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가 간신히 일어난다. 관객은 객석에서 무대 위 부부의 일상을 보는 것이 모니터에서 낄낄대며 이들을 보는 '고객'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섬뜩한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 빈민의 문제를 다루던 연극은 개인의 사생활이 대중의 오락으로 전락하는 현대 사회의 천박성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70분 동안의 숨 가쁜 전개를 거쳐 교훈적인 장광설로 끝날 것 같던 결말에선 다시 정수리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적인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관객은 그제서야 참았던 긴 한숨을 내쉰다. 연극이, 그리고 세상이 무섭다.

▷5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