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12 03:00 | 수정 : 2016.04.12 04:58
오페라 '가면무도회'로 내한한 스타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
"힘 넘쳐도 섬세한 감정조절 필요… 14년째 노래하지만 성악 어려워"

2년 전 유럽에서 가장 수준 높은 오페라를 만날 수 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또 한 명의 '스타 테너'가 탄생했다. 프란체스코 멜리(36). 오페라 본가(本家)인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반듯한 이목구비, 폐부를 찌르는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젊은 시절의 호세 카레라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역 캐스팅 0순위'를 꿰찼다. 정작 그는 "저 아직 유명하지 않은데, 카레라스라니요. 아직 어린 풋내기에 지나지 않거든요" 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지난 8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멜리를 만났다.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이 선보이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 출연하기 위해 이달 초 내한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1859년 완성한 '가면무도회'는 부하이자 친구인 레나토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총독 리카르도의 비극을 그린다. 다른 오페라와 달리 남자 주인공이 감정의 줄기를 엮어가기에 소프라노보다 테너의 역량이 도드라진다. 특히 리카르도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단념하며 부르는 아리아 '하지만 그대를 영원히 잃는다 해도'가 유명하다.
17세 때부터 성악을 배운 멜리는 5년 만인 2002년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맥더프 역)로 데뷔했다.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바리톤으로 변신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출연해 만리코 역을 소화해내면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선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에 출연해 호평받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드라마틱한 전개를 즐긴 베르디 작품과 어울린다. 닮고 싶은 성악가 역시 '베르디 테너'라 불린 이탈리아 성악가 카를로 베르곤치(1924~2014)다.
그가 나고 자란 항구 도시 제노바는 오페라 아리아가 대중가요처럼 흔하게 불리는 곳. 어린 멜리는 부모가 틀어주는 오페라 CD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성악을 익혔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이지만 "남북으로 갈린 한국은 19세기 중반까지 나라가 분열됐던 이탈리아와 비슷해 낯설지 않다"고 했다. 에스프레소를 한 입에 톡 털어넣은 그는 종이에 'VIVA VERDI(비바 베르디)'를 크게 썼다.
"표면적으론 '베르디 만세!'이지만 속뜻은 '이탈리아 국왕 에마누엘레 2세 만세!'예요." 베르디가 활동하던 19세기 이탈리아는 점령국 오스트리아가 펼치는 공포정치 탓에 울분이 터질 지경이었다. 베르디는 오페라로 민중을 위로했고, 국민들은 '비바 베르디'를 외쳤다. "베르디 철자를 낱낱이 떼어보면 '비토리오(V) 에마누엘레 2세(E) 국왕(R) 이탈리아의(DI)'란 뜻이에요. 이탈리아를 통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어구였죠."
멜리는 "몸 안에서 힘이 철철 솟아나도 감정을 조절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14년째 노래하고 있지만, 좋은 성악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답니다."
▷가면무도회=15~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42-0355
지난 8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멜리를 만났다.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이 선보이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 출연하기 위해 이달 초 내한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1859년 완성한 '가면무도회'는 부하이자 친구인 레나토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총독 리카르도의 비극을 그린다. 다른 오페라와 달리 남자 주인공이 감정의 줄기를 엮어가기에 소프라노보다 테너의 역량이 도드라진다. 특히 리카르도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단념하며 부르는 아리아 '하지만 그대를 영원히 잃는다 해도'가 유명하다.
17세 때부터 성악을 배운 멜리는 5년 만인 2002년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맥더프 역)로 데뷔했다.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바리톤으로 변신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출연해 만리코 역을 소화해내면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선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에 출연해 호평받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드라마틱한 전개를 즐긴 베르디 작품과 어울린다. 닮고 싶은 성악가 역시 '베르디 테너'라 불린 이탈리아 성악가 카를로 베르곤치(1924~2014)다.
그가 나고 자란 항구 도시 제노바는 오페라 아리아가 대중가요처럼 흔하게 불리는 곳. 어린 멜리는 부모가 틀어주는 오페라 CD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성악을 익혔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이지만 "남북으로 갈린 한국은 19세기 중반까지 나라가 분열됐던 이탈리아와 비슷해 낯설지 않다"고 했다. 에스프레소를 한 입에 톡 털어넣은 그는 종이에 'VIVA VERDI(비바 베르디)'를 크게 썼다.
"표면적으론 '베르디 만세!'이지만 속뜻은 '이탈리아 국왕 에마누엘레 2세 만세!'예요." 베르디가 활동하던 19세기 이탈리아는 점령국 오스트리아가 펼치는 공포정치 탓에 울분이 터질 지경이었다. 베르디는 오페라로 민중을 위로했고, 국민들은 '비바 베르디'를 외쳤다. "베르디 철자를 낱낱이 떼어보면 '비토리오(V) 에마누엘레 2세(E) 국왕(R) 이탈리아의(DI)'란 뜻이에요. 이탈리아를 통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어구였죠."
멜리는 "몸 안에서 힘이 철철 솟아나도 감정을 조절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14년째 노래하고 있지만, 좋은 성악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답니다."
▷가면무도회=15~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42-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