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헤엄치다, '체코판' 인어공주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4.07 00:33

국립오페라단, '루살카' 초연… 웅장하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
"인간을 사랑한 물의 요정 이야기"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이 오페라 '루살카'를 올린다. 국내 초연이다. 체코 출신 작곡가 드보르자크(1841~1904)의 작품이어서 오페라로는 드물게 체코어를 쓰지만 내용은 쉽다. 물의 정령 루살카(소프라노 이윤아·서선영)가 호수에 온 왕자(테너 김동원·권재희)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루살카는 아버지 보드닉(바리톤 박준혁·손혜수)의 만류에도 마녀 예지바바(메조소프라노 양송미)에게 부탁해 인간이 된다. 그러나 이웃나라 공주에게 마음을 뺏긴 왕자에게 상처를 받아 왕자를 죽이고 자기도 죽음으로써 막 내린다. 딱 체코판 '인어공주'다.

사랑하는 남자의 변심을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 여인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6일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소프라노 이윤아(가운데)와 출연진이 공포와 절망에 빠진‘루살카’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의 변심을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 여인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6일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소프라노 이윤아(가운데)와 출연진이 공포와 절망에 빠진‘루살카’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연출을 맡은 김학민 예술감독은 "이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1901년) 유럽은 모든 것이 불안했다. 어디론가 가고는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고, 불만과 퇴폐미가 가득하고, 사회는 세기말적이었다"고 했다. 오페라 '루살카'는 "너무 순결해서 그 세계에 적응 못 해 쫓겨나야 했던 한 여인의 성장 이야기"라는 얘기다.

물의 정령이라 하면 대개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인어공주'를 떠올린다. 실제 전 세계 문화권에는 물의 기운을 받고 사는 요정 이야기가 스며있다. 스타벅스 로고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은 중세 인어에서 따왔다. 최민숙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고대 그리스의 아낙시만드로스는 인간이 물고기에서 탈피해 나온 것으로 믿었다. 태아가 어머니 배 속에선 양수 안에서 산다는 점에서 인간이 물고기에서 진화했으리라는 믿음은 여전하다"며 "인간이 원초적인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일말의 동경을 물의 정령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물의 정령을 남성의 성적 환상의 산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굽이치는 물결에서 생명을 탄생시키는 여성의 육체를 떠올리거나 익사를 물 속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여인과의 행복한 합일로 바꿔 그려내는 점 등이다.

영국 화가 존 워터하우스의 1900년작‘인어’.
영국 화가 존 워터하우스의 1900년작‘인어’.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루살카'는 신비한 동화가 바탕이지만 음악은 웅장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친다. 무대를 어떻게 연출해내느냐도 관건이다. 정상급 오페라 연출가 로버트 카슨은 2002년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루살카가 사는 물 속을 3차원 무대에 표현하기 위해 바닥에 얕고 널찍한 홈을 파 물을 채워 넣었다. 천장 가까운 곳에는 침대와 조명을 위아래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되게 달아 관객이 실제 호수 안에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는 "루살카는 물·자연·생산 등 여성적 상징, 왕자는 불·문명·파괴 등 남성적 상징으로 대변된다"며 "자연과 문명이 부딪쳤다 둘 다 파괴되어버리고 말지만 이 모든 것의 마지막에 자연의 비로 회복이 되고 치유가 된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추가할 것"이라 말했다. ▷루살카=28일~5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3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