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류재준 "예술지원 비리 고발"…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겨냥

  • 뉴시스

입력 : 2016.03.30 09:37

현대음악 작곡가 류재준(45)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 공모사업 심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류씨는 29일 페이스북에 '국가 예술 지원의 비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은 '2016 서울국제음악제'가 예술위의 '공연예술행사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것은 외부 압력 때문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를 위해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행사지원' 사업에 신청했지만 불행하게도 선정되지 못했다"며 "처음에 서울국제음악제가 아직 사람들의 눈에 들기엔 좀 미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사업 심사에 참여했던 관계자와 대화를 통해 뭔가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서울국제음악제가 1차 심차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2차에 올려졌는데 최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예술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지원과 평가다. 예술에서 예술 외의 다른 부분이 평가 대상이 되고 로비가 난무하게 된다면 더 이상 예술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지 못하게 된다"며 "심사위원이 선정한 항목을 마음대로 제외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지원한다는 이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아직 서울국제음악제가 제외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가 난파상을 거부하면서 보여 주었던 항일인사로서의 면모 때문이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류씨는 2013년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는 제46대 난파음악상 수상자로 뽑혔으나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문제 삼아 수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업 탈락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알려주고 앞으로 사업 선정에 대해 투명한 방법을 제시하기를 바란다"며 "예술 지원은 아무런 외압이나 기타 요소에 의해 정해지면 안 된다는 확고한 약속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예술위는 이에 대해 "서울국제음악제의 경우는 신규사업으로서 1차 심의에서 후보자로 2심에 상정됐으나, 2심에서 지원대상 우선순위에 들지 못해 선정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차 심사에 총 46개가 선정됐고 1차 평점 순위에 따라 최종 39개를 선정했는데, 선정사업은 84.9점 이상을 받았지만 서울국제음악제 83.75점으로 집계됐다는 설명이다.

예술위 관계자는 주최측에서 사업대상을 선정, 심의위원에게 사인을 요구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국회 외압 논란은 서울 중심보다는 지역문화예술의 균형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역의 요구가 있었음을 심의위원들에게 고지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계는 외압과 검열 논란에 휩싸였던 박근형, 이윤택 연출가 등 연극계에 이어 클래식 음악계에도 같은 시비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류씨가 2009년 출범시킨 서울국제음악제는 펜데레츠키, 구바이둘리나 등 정상급 작곡가들의 최신 작품과 유리 바슈메트, 아르토 노라스, 미쉘 레티엑, 상하이 사중주단 등 국제적인 솔리스트, 연주단체들을 소개해왔다.

류씨는 서울대 작곡과와 폴란드 크라코프 음악원을 나온 뒤 '앙상블 오푸스'의 음악감독과 '카잘스 페스티벌 인 코리아'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로부터 1급 훈장인 '글로리아 아르티스'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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