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으로 '避靜' 오실래요?"

  •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 2016.03.18 00:42

[가톨릭 성화 작가 정미연]

천주교 '서울주보'에 실렸던 표지화 등 200여점 작품 전시
"지난 1년은 마감과의 싸움… 주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죠"

"전시장으로 피정(避靜) 오세요."

가톨릭 성화(聖畵) 작가 정미연(61)씨가 4월 8~18일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정씨는 2015년 1년간 매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발행하는 '서울주보'의 표지화를 그린 작가. 천주교는 전 세계의 성당이 매주 같은 성경 말씀으로 미사를 드린다. 주보 표지화를 그리는 화가 역시 정해진 전례력에 따라 성경 말씀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전시엔 서울주보 표지화와 역시 작년 '평화신문'에 실었던 작품 등 100여점과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 바오로 사도의 자취를 밟은 작품들, 십자가와 예수님의 수난을 형상화한 14처(處) 등 작품 200여점이 출품된다. 정씨의 성화(聖畵) 인생을 중간 결산하는 전시회인 셈이다. 전시는 경주예술의전당 나우갤러리(4월 22일~5월 6일), 독일 오틸리엔수도원(5월 13일~6월 11일), 부산 해운대 오션갤러리(9월 22일~10월 6일)로 이어진다. 전시에 맞춰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으뜸사랑)도 펴냈다.

‘서울주보’에 연재한 작품을 모아 성화(聖畵) 전시회를 여는 정미연씨. 정씨는 “기도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떠오른 영감을 모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예수님이 세례받는 모습을 그린 작품.
‘서울주보’에 연재한 작품을 모아 성화(聖畵) 전시회를 여는 정미연씨. 정씨는 “기도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떠오른 영감을 모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예수님이 세례받는 모습을 그린 작품. /장련성 객원기자
정씨는 "성화를 그리면서부터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구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회화과 출신인 정씨는 한국화가 박대성(71)씨와 결혼 후 가사에 전념하다 1995년에야 첫 작품전을 가졌다. 그것도 자신이 다니던 서울 세검정성당의 기공 기념전이었다. 이후 충주 연수동성당의 14처, 예수 수난 2인전, 여주 사도의 모후집(바오로딸수도회) 등에 작품을 전시한 그는 신달자 시인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45점의 그림에 담은 묵주기도서 '성모님의 뜻에 나를 바치는 묵주의 9일기도', 묵상 그림집 '내가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그리스 수도원 화첩 기행' 등으로 이어졌다. 작품생활과 신앙생활이 겹친 것. 2014년엔 실크로드·인도 여행의 경험을 정리한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이란 주제의 전시회를 가졌다. '서울주보'와 인연도 이 전시 덕택에 맺어졌다.

지난 1년은 마감과의 싸움이었다. 그렇지만 정씨는 "덕택에 공부하고, 주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은 서울 세검정집과 경북 경주 남편의 작업실을 오가는 KTX 안이었다. 늘 성경과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기도했다.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노트에 스케치했다. "때로는 너무도 비슷한 주제를 각기 다르게 그려야 했지만 결국 기도하면 하느님은 다른 영감을 주셨어요. 우리를 도와주시는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매주 '마감'을 해가던 중 독일 오틸리엔수도원과도 인연이 이어졌다. 오틸리엔수도원은 한국에 베네딕도수도원을 설립한 모원(母院)이다. 전시에는 기존에 발표한 작품들 외에도 높이 2m30㎝에 이르는 성모상과 예수상 등을 선보인다. 고려시대 옷을 입은 한국적인 성모와 예수다. 정씨는 "그림 속 옷감의 한 올, 한 올을 직접 짜드린다는 심정으로 그렸다"며 "독일인들에게도 한국 천주교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