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17 00:24
연극 '얼음'의 김무열·박호산… 90분 내내 긴장감 높은 열연
"투명인간과의 호흡, 쉽지 않아"
독특한 형식의 연극 '얼음'(장진 작·연출)이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으며 '90분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데는 이 두 배우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무대는 경찰서 취조실, '형사1' 박호산은 친절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용의자를 몰아붙이는 치밀한 인물이다. 반면 김무열은 거칠어 보이지만 가끔 따뜻한 속정을 드러내는 '형사2'로 나온다.
문제는 정작 이들로부터 조사를 받는 고교생 '혁이'가 관객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두 배우는 '투명인간'과 함께 연기를 하는 셈이다. 김무열은 "시선을 2m 앞 의자에 앉아 있을 혁이한테 둬야 하는데, 정작 보이는 건 그 뒤에 있는 관객이어서 쉽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들이 힘들게 소화해 내는 이 설정은 극의 긴장감을 점점 높여간다.
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냉커피를 타 마시는 방법을 두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에서 객석의 박장대소를 유도하고, 의문이 채 풀리지 않는 듯한 결말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영화 속 부드러운 이미지와 다른 연기를 한다는 말을 듣는 김무열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내재돼 있을 욕을 바깥으로 끄집어냈을 뿐"이라고 했다. 박호산은 "이 형사도 결국 누군가의 아버지일 것이고, 가슴 한구석에 유약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연평해전' '최종병기 활'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김무열은 2007년 '미친 키스' 이후 오랜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때 꿈이 연극배우였고, 지금 시점에서 꼭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997년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데뷔한 박호산은 요즘 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하는 배우다. 지난 연말엔 '변태' '명동 로망스' '그 여름, 동물원' 세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하느라 애를 먹었죠."
두 사람은 오래 전 뮤지컬 '어쌔신' '광화문 연가' 등에서 함께 연기했던 적이 있다. "박호산 선배를 믿고 출연했죠. 후배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분이거든요."(김무열) "무열이는 연습할 때 쉬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러고도 연기를 못한다면 그게 이상하겠죠."(박호산)
▷연극 '얼음' 20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