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15 13:43
윤나무(31)와 이승원(32)은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리듬을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2시간 넘게 탭댄스로 만들어내는 리듬을 듣고 있노라면, 심장 역시 박차를 맞춰 펄떡거린다. 뮤지컬 '로기수'의 타이틀롤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윤나무와 이승원은 "'로기수'를 만난 건 행운"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미군 흑인장교 '프랜'의 탭댄스에 마음을 빼앗긴 로기수의 이야기다. 형 '로기진'이 이끄는 북한의 해방동맹 소속인 그는 미국이라면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런데 '미제' 탭댄스에 앞에서는 불가항력이다. 춤에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결국 로기수는 로기진과 대립하게 되나, 형은 그를 위해 못할 것이 없다.
지난해 초연, 이번이 두 번째 시즌이다. 한국현대사의 질곡을 내적 리듬으로 체화한 점이 발군이다. 특히 북한군 포로소년 '로기수'가 춤을 추면서 공중으로 치솟는 1막의 마지막 부분은 명장면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에 빠진 소년 '빌리'가 와이어에 의지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면에 비견된다.
두 사람의 로기수를 보면 대학로의 블루칩들다운 기세가 느껴진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윤나무는 '똘기'의 로기수, 뮤지컬 '드라큘라' 등에서 극렬한 에너지를 보여준 이승원은 '광기'의 로기수다.
"로기수 만의 설익음을 보여주고 싶다. 17세짜리 소년이 마지막에 (해방동맹 소속 간부가 공연 도중 미군을 향해 겨누라고 명령하며 건넨) 총을 받고도 형에게 이야기를 못하는 그런 로기수 말이다. 춤을 추고 죽겠다는 생각 자체는 그 때 아니면 못한다. 한국 나이로 32세인 나라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 말이다."(윤나무)
"'로기수' 대사에도 있다. 로기진이 로기수에게 '너 미쳤냐'라고 한다. 로기수는 말 그대로 정말 미친 친구다. 그렇지 않고서야 포로 수용소의 공산 사상이 가득한 막사에서 '미제 딴스'를 추려고 하겠는가."(이승원)
윤나무와 이승원이 탭댄스를 추는 것을 보면, 두 배우가 이 작품 때문에 이 춤을 배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초연에 이어 다시 출연한 윤나무의 탭 실력은 절정에 달했고 이승원은 처음임에도 미숙함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윤나무와 이승원은 스스로들 "몸치"란다. 춤에 미친 로기수처럼, 캐릭터 표현을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노력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윤나무는 로기수를 "인내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탭은 전문댄서들도 배우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 시간을 들여서 기초부터 닦아야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동작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근데 공연 때는 0.5초 만에 동작이 지나가고. 맨땅에 헤딩되는 기분이었다. 탭뿐 아니라 봉술과 북한 사투리도 익혀야 했으니."
이승원은 '로기수'가 좋은 작품으로 자신에게는 "볼 공연이지 할 공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나무 말대로 탭은 정말 죽어라고 해야 한다. 변명이나 핑계가 안 통한다. 한 만큼 그 실력이 나오니까."
이승원은 '로기수'가 자신의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큘라' '오케피' 등 최근 연달아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한 그는 "조금은 디테일한 연기 방식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소극장 뮤지컬로 관객 바로 앞에서 노래, 연기뿐 아니라 춤까지 완벽히 소화해야 하는 '로기수'가 "새로운 접근 방식, 새로운 노래 방식, 새로운 연기 방식을 익히게 했다. 내게는 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로기수' 덕분에 조금의 자신감도 생겼다"며 눈을 빛냈다. "앞으로 이것만큼 죽어라 연습해야 할 작품은 드물 것 같다. 무엇보다 뜨거운 작품이다. 나무와 배우들 뿐 아니라 김태형 연출님을 비롯해 이처럼 뜨거운 스태프들을 못 봤다."
'로기수'는 6·25 동란의 아픔이 로기수와 가수를 꿈꾸는 '민복심'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춤을 향한 열망, 전쟁 통에도 춤과 노래에 빠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버무려지며 극대화된다. 젊은 배우들에게나, 젊은 관객들에게나 흔치 않은 기회다.
윤나무는 "대본이 마치 연보처럼 나온다. 역사적 사실 등이 다 기재돼 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이야기를 통해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메시지를 담는 것이 배우로서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제작됐다. 윤나무가 이 프로덕션을 높게 치는 이유다. 지난 시즌보다 앙상블 배우를 줄이고, 라이브 밴드를 고집하는 등 프로덕션 상의 완성도도 탄탄하다. 관객들을 더 많이 받지 못하지만 앙상블을 늘렸으니 무대가 좁다고, 1열의 의자도 들어냈다. "뮤지컬은 어쩔 수 없이 상업극이다. 순수예술이 아닌데 이렇게 만드는 자체가 도전"이라는 것이다.
윤나무와 이승원은 '로기수'를 통해 처음 제대로 만났다. 서로 이름만 알았을 뿐, 친분을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로기수'를 통해 금세 친해졌다. 윤나무는 "로기수를 하면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로기수를 두 번 연기(윤나무), 처음 연기(이승원)한 것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의지가 됐다.
윤나무는 "리딩 공연부터 해왔기 때문에 극의 상황을 너무 잘 안다. 처음 대본을 볼 때는 실제 내 상황처럼 급박하고, 간절했는데 너무 잘 아니까 그런 부분이 줄어들더라"고 고백했다. "근데 승원이 형이 있어서 처음 할 때의 내 마음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리프레시를 했다. '아 맞다. 저랬었지. 진짜 로기수라면 저랬다'라는 생각이 다시 든 거지. 승원이 형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형 덕분에 초심을 갖게 됐다."
처음 작업하는 김태형 연출에게 러브콜을 받아 로기수를 연기하게 된 이승원은 윤나무의 이 말에 깜짝 놀랐다. "나무 이야기에 놀란 이유가 나는 나무를 형처럼 의지했기 때문"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무의 효과적인 모니터가 내게 길잡이가 됐다. 나무가 없었으면 갈팡질팡했을 것이다. 캐릭터의 바운더리를 신뢰감 있게 쌓아줘서 잘 해낼 수 있었다. 나무 것을 흡수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도움이 됐다고 하니 고맙다."
극중 프랜은 로기수에게 말한다. "탭을 하게 되면 말이 필요 없어진다. 거지 같은 전쟁터에서도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꾸고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을 춘다."
윤나무와 이승원에게 연기가 그렇다. "로기수는 발로 리듬을 만드는데 심장을 빼앗겼는데 나는 이 세상의 다양한 군상을 그리는데 흥미를 느끼고 그것에 심장을 빼앗겼다. 그래서 내가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윤나무)
"나와 로기수의 변화 포인트가 비슷하다. 로기수가 탭을 만나기 전과 후가 다르듯, 나 역시 연기를 만나기 전과 후과 다르다. 지금도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연기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 심했다. 불만도 많고 눈에 독기를 품고 있었다. 체구도 작아서 더 강하게 했다. 근데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 재미가 있더라. 로기수가 사람들 앞에서 프랜과 탭으로 배틀을 벌이고 그 뒤에 빗속에서 신나게 탭을 했던 것처럼."(이승원)
4월3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로기진 김종구 홍우진, 프랜 최영민, 민복심 임강희 이지숙. 4만4000~6만6000원. 아이엠컬처·더컨텐츠콤·스토리피. 02-541-2929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미군 흑인장교 '프랜'의 탭댄스에 마음을 빼앗긴 로기수의 이야기다. 형 '로기진'이 이끄는 북한의 해방동맹 소속인 그는 미국이라면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런데 '미제' 탭댄스에 앞에서는 불가항력이다. 춤에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결국 로기수는 로기진과 대립하게 되나, 형은 그를 위해 못할 것이 없다.
지난해 초연, 이번이 두 번째 시즌이다. 한국현대사의 질곡을 내적 리듬으로 체화한 점이 발군이다. 특히 북한군 포로소년 '로기수'가 춤을 추면서 공중으로 치솟는 1막의 마지막 부분은 명장면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에 빠진 소년 '빌리'가 와이어에 의지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면에 비견된다.
두 사람의 로기수를 보면 대학로의 블루칩들다운 기세가 느껴진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윤나무는 '똘기'의 로기수, 뮤지컬 '드라큘라' 등에서 극렬한 에너지를 보여준 이승원은 '광기'의 로기수다.
"로기수 만의 설익음을 보여주고 싶다. 17세짜리 소년이 마지막에 (해방동맹 소속 간부가 공연 도중 미군을 향해 겨누라고 명령하며 건넨) 총을 받고도 형에게 이야기를 못하는 그런 로기수 말이다. 춤을 추고 죽겠다는 생각 자체는 그 때 아니면 못한다. 한국 나이로 32세인 나라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 말이다."(윤나무)
"'로기수' 대사에도 있다. 로기진이 로기수에게 '너 미쳤냐'라고 한다. 로기수는 말 그대로 정말 미친 친구다. 그렇지 않고서야 포로 수용소의 공산 사상이 가득한 막사에서 '미제 딴스'를 추려고 하겠는가."(이승원)
윤나무와 이승원이 탭댄스를 추는 것을 보면, 두 배우가 이 작품 때문에 이 춤을 배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초연에 이어 다시 출연한 윤나무의 탭 실력은 절정에 달했고 이승원은 처음임에도 미숙함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윤나무와 이승원은 스스로들 "몸치"란다. 춤에 미친 로기수처럼, 캐릭터 표현을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노력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윤나무는 로기수를 "인내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탭은 전문댄서들도 배우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 시간을 들여서 기초부터 닦아야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동작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근데 공연 때는 0.5초 만에 동작이 지나가고. 맨땅에 헤딩되는 기분이었다. 탭뿐 아니라 봉술과 북한 사투리도 익혀야 했으니."
이승원은 '로기수'가 좋은 작품으로 자신에게는 "볼 공연이지 할 공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나무 말대로 탭은 정말 죽어라고 해야 한다. 변명이나 핑계가 안 통한다. 한 만큼 그 실력이 나오니까."
이승원은 '로기수'가 자신의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큘라' '오케피' 등 최근 연달아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한 그는 "조금은 디테일한 연기 방식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소극장 뮤지컬로 관객 바로 앞에서 노래, 연기뿐 아니라 춤까지 완벽히 소화해야 하는 '로기수'가 "새로운 접근 방식, 새로운 노래 방식, 새로운 연기 방식을 익히게 했다. 내게는 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로기수' 덕분에 조금의 자신감도 생겼다"며 눈을 빛냈다. "앞으로 이것만큼 죽어라 연습해야 할 작품은 드물 것 같다. 무엇보다 뜨거운 작품이다. 나무와 배우들 뿐 아니라 김태형 연출님을 비롯해 이처럼 뜨거운 스태프들을 못 봤다."
'로기수'는 6·25 동란의 아픔이 로기수와 가수를 꿈꾸는 '민복심'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춤을 향한 열망, 전쟁 통에도 춤과 노래에 빠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버무려지며 극대화된다. 젊은 배우들에게나, 젊은 관객들에게나 흔치 않은 기회다.
윤나무는 "대본이 마치 연보처럼 나온다. 역사적 사실 등이 다 기재돼 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이야기를 통해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메시지를 담는 것이 배우로서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제작됐다. 윤나무가 이 프로덕션을 높게 치는 이유다. 지난 시즌보다 앙상블 배우를 줄이고, 라이브 밴드를 고집하는 등 프로덕션 상의 완성도도 탄탄하다. 관객들을 더 많이 받지 못하지만 앙상블을 늘렸으니 무대가 좁다고, 1열의 의자도 들어냈다. "뮤지컬은 어쩔 수 없이 상업극이다. 순수예술이 아닌데 이렇게 만드는 자체가 도전"이라는 것이다.
윤나무와 이승원은 '로기수'를 통해 처음 제대로 만났다. 서로 이름만 알았을 뿐, 친분을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로기수'를 통해 금세 친해졌다. 윤나무는 "로기수를 하면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로기수를 두 번 연기(윤나무), 처음 연기(이승원)한 것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의지가 됐다.
윤나무는 "리딩 공연부터 해왔기 때문에 극의 상황을 너무 잘 안다. 처음 대본을 볼 때는 실제 내 상황처럼 급박하고, 간절했는데 너무 잘 아니까 그런 부분이 줄어들더라"고 고백했다. "근데 승원이 형이 있어서 처음 할 때의 내 마음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리프레시를 했다. '아 맞다. 저랬었지. 진짜 로기수라면 저랬다'라는 생각이 다시 든 거지. 승원이 형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형 덕분에 초심을 갖게 됐다."
처음 작업하는 김태형 연출에게 러브콜을 받아 로기수를 연기하게 된 이승원은 윤나무의 이 말에 깜짝 놀랐다. "나무 이야기에 놀란 이유가 나는 나무를 형처럼 의지했기 때문"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무의 효과적인 모니터가 내게 길잡이가 됐다. 나무가 없었으면 갈팡질팡했을 것이다. 캐릭터의 바운더리를 신뢰감 있게 쌓아줘서 잘 해낼 수 있었다. 나무 것을 흡수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도움이 됐다고 하니 고맙다."
극중 프랜은 로기수에게 말한다. "탭을 하게 되면 말이 필요 없어진다. 거지 같은 전쟁터에서도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꾸고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을 춘다."
윤나무와 이승원에게 연기가 그렇다. "로기수는 발로 리듬을 만드는데 심장을 빼앗겼는데 나는 이 세상의 다양한 군상을 그리는데 흥미를 느끼고 그것에 심장을 빼앗겼다. 그래서 내가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윤나무)
"나와 로기수의 변화 포인트가 비슷하다. 로기수가 탭을 만나기 전과 후가 다르듯, 나 역시 연기를 만나기 전과 후과 다르다. 지금도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연기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 심했다. 불만도 많고 눈에 독기를 품고 있었다. 체구도 작아서 더 강하게 했다. 근데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 재미가 있더라. 로기수가 사람들 앞에서 프랜과 탭으로 배틀을 벌이고 그 뒤에 빗속에서 신나게 탭을 했던 것처럼."(이승원)
4월3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로기진 김종구 홍우진, 프랜 최영민, 민복심 임강희 이지숙. 4만4000~6만6000원. 아이엠컬처·더컨텐츠콤·스토리피. 02-541-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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