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윤석화, 영원한 현역 디바…연극 '마스터클래스'

  • 뉴시스

입력 : 2016.03.14 09:39

올해 환갑이라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연극배우 윤석화의 여전히 낭랑한 목소리는 1000여석의 LG아트센터 곳곳에 적확하게 꽂혔다. 아직까지 어느 배우도 따라오기 힘든 윤석화의 웅숭 깊은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연극배우의 역량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지난 10일 개막한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서 윤석화는 그러니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당연히 부활시킬 수밖에 없다.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의 데뷔 40년 기념작이다. 자신의 배우 경력 뿐 아닌 삶마저 바꾼 이 작품을 18년 만에 다시 꺼냈다. 1998년 2월 강유정이 연출한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의 대표작을 넘어 인생을 구원했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당시 이 작품으로 최연소 이해랑연극상을 거머쥐었을 뿐더러 스스로도 위안을 받았다. 이후 당시의 슬럼프 못지 않은 갖은 고난을 겪어온 윤석화는 한층 칼라스의 심정에 가닿았다.

'마스터 클래스'는 칼라스가 목소리가 나빠져 무대에서 은퇴한 뒤 1971, 19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기성 성악가를 상대로 연 마스터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희곡을 쓴 작가 테렌스 맥널리는 당시 수업을 들었다. 칼라스는 한층 날이 서 있다. 소피, 샤론, 토니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치려 하나, 그건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과거 전성기 회상의 또다름이다. 칼라스는 아이러니한 순간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극에는 3개의 오페라 아리아가 나온다.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소피), 베르디의 '맥베스'(샤론), 푸치니의 '토스카'(토니)

칼라스는 이 노래들을 부르는 가수들에게 "그냥 노래만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분위기와 극의 상황이 온 몸으로 체화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편지를 들고 있는 척 연기만 하고 있는 샤론에게 실제 편지를 들라고 권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이는데 정작 자신은 편지는 들고 읽지 않는다. 이미 읽을대로 읽어 '외웠다'고 설정했다는 것이다.

사실 곡들이 무슨 내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느낌이다. 노래를 부르기만 한다는 걸 뛰어넘어 순간 그 무엇이 되는 것이다.

'마스터 클래스'의 윤석화도 마찬가지다. 조명을 이용한 그림자 연출이 돋보이는 1막, 2막의 마지막 부분에서 칼라스의 광기와 애절함이 배인 그녀의 독백을 윤석화는 연기하지 않는다. 그 순간 칼라스가 돼 그녀의 마음을 느끼며 그대로 뱉어난다. 그 순간 칼라스가 아닌 윤석화가 겹쳐지는 놀라운 묘가 발휘된다.

자신을 종달새로 부르던 부호 오나시스에게 버림 받고 몸부림치는 '마스터 클래스'의 칼라스는 연극이라는 애증의 상대에게 버림받지 않고자 애쓰는 윤석화였다.

12일 첫 내한해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21세 오페라 여왕' 안나 네트렙코가 문득 떠올랐다. 이처럼 빛나던 때가 칼라스, 윤석화에게도 있었다.

윤석화는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연극배우, 여성 연극배우, 그리고 여성 자체에 대해 고민케 한다. 40년 내공과 그런 세월의 풍화작용에도 퇴화되지 않은 관능미의 힘이다. 11일 공연이 끝난 뒤 그녀의 대기실 앞에는 꽃을 든 팬들이 줄을 지었다. '연극계 디바'는 영원한 현역임을 그렇게 증명했다.

20일까지 LG아트센터. 토니 이상규, 소피 배해선, 샤론 이유라. 음악감독 겸 피아노 반주자 구자범, 무대디자인 박성민, 조명디자인 민경수, 의상디자인 박항치. 러닝타임 110분(인터미션 20분), 3만~10만원, 돌꽃컴퍼니 샘컴퍼니. 02-3673-2106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