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14 03:00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군인의 비극 담으려 했지만 천안함 장병 희화한 듯한 장면
이라크 무장단체 긍정 묘사 등 예술적 형상화 미숙함 보여
작품은 제목처럼 대단히 직설적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가미카제든 천안함이든) 군인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22명의 배우는 수시로 역할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점차 네 장면 모두 파국으로 몰고 가는 연출 실력 역시 범상치 않다.
하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과 없이 담은 이 작품은 너무나 '지나쳤다'. 주제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얘기다. 천안함 희생자들의 영결식 장면에선 기계적인 경례 동작과 함께 '이하 동(同)'이란 말을 빠르게 반복해 이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것처럼 묘사했다. 죽은 해군 장병들의 입에 꽃송이를 하나씩 물려주는 장면에선 객석의 웃음이 터졌는데, 이들의 희생을 희화(戲化)했다는 비판을 들을 만했다. 생존 이등병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보았다"고 말하다가 뒤에서 나타난 잠수복 차림의 인물에게 제지당하는 장면은 정부가 천안함의 진실을 은폐한다는 음모론을 암시하는 듯이 보였다.
반면 2004년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 살해했으며 최근 세계적으로 물의를 빚는 테러 집단 IS(이슬람국가)의 전신인 이슬람 무장 단체 '유일신과 성전'은 상당히 미화(美化)됐다. 이들은 '가족이 미군에게 희생됐기 때문에 총을 들었다'고 당당히 말하는데,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살해 직전 이들 중 한 명은 "너희는 미국의 노예로 살 것이다" "이 남자의 목숨은 너희가 빼앗은 것이다"라며 한국을 저주한다. 만약 나치와 히틀러의 입장을 이런 방식으로 전달하는 연극을 유럽에서 공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작품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작에서 탈락해 '예술 검열'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후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제작비의 절반 정도인 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오는 10월엔 일본 도쿄 공연이 예정돼 있다.
▷2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공연 시간 110분,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