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11 10:03
지난해 처음으로 협업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낸 고선웅(48) 극단 마방진 대표와 국립극단이 다시 의기투합한다.
한껏 물이 오른 고 연출은 국립극단과 전작에서 중국의 고전을 빌려 부성을 포함한 인지상정, 나아가 인생과 복수 속에 깃든 허무함의 미학을 이야기했다.
이번 두 번째 협업물인 창작극 '한국인의 초상'에서는 좀 더 한국의 민낯에 현미경을 가까이 들이댄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돌아보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현실을 톺아본다.
고 연출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우리시대의 한국인의 초상을 정밀하게는 못 그리더라도 스케치 정도를 한다면, 그걸 무대라는 곳에서 펼쳐 놓고 우리가 팔짱을 끼고 쳐다보게 되면 우리가 이렇구나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자기 검열이라고 할까, 자신을 되돌아보는 반성이나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한 거다. 잘해야지."
2014년 김윤철(67)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고 연출에게 그해 극단이 내세운 '자기응시'를 주제로 한 작품을 의뢰했다. 하지만 고 연출의 예정된 다른 공연 때문에 진척이 안 됐다. 고 연출은 "동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걸 잘 쳐다보면 우리 스스로가 개선하고 고쳐야 되는 부분을 볼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되고, 또 그걸 공유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초상을 그려보자고 말씀했다. 그 말씀에 동의했다"고 돌아봤다. 기존의 연극 제작 방법에서 벗어났다. 고 대표가 구성, 연출을 맡되 다큐멘터리와 즉흥극 등의 기법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과 공동창작에 도전한다.
연습기간 초반 약 한 달 간 신문,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다. 배우가 겪었거나 주변사람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연극적 구성이 가능하면서 현재 한국사회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골랐다. 배우들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즉흥 연기를 했고, 이 중 선별된 장면들은 고 연출의 집필 과정을 거쳐 연극으로 완성됐다.
배우가 작가의 역까지 맡아 좀 더 객관성을 띠게 되는 구조다. 연기, 극작, 연출, 안무, 음악 등 연극 요소 간의 장르 벽을 허무는 계기도 됐다. 27개 에피소드는 한국인의 단면이 담긴 블랙코미디 형태로 선보인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개관작인 '오늘, 손님 오신다' 등을 비롯해 여러 번 공동작업에 참여한 고 연출은 "공동창작을 하는 이유는 작가가 전지전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살아온 인생의 경험치가 다 다른데 그런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질 때 엄청난 매력이 있다. '한국인의 초상' 작업 자체를 한 작가의 글로, 한 연출의 단일색으로 정리해버리면 너무 편협할수도 있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러분을 연령대별로 나름 캐스팅하고 그분들이 한국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현재의 여러 삶들이 투영된 인물들이 나오면 한국인의 초상이 매우 자연스럽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장면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동창작이 나왔다."
국립극단 시즌 단원인 배우 김정은은 공동 창작을 처음 해본다.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운이 굉장히 좋았다. 요즘 핫한 (고선웅) 연출과 하게 돼 기대감이 컸다. 즉흥이 많이 들어가는 공동창작에서는 서로 의견과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 서술자는 작가 겸 연출인 고선웅 연출님이지만, 굉장히 진보적인 방식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극은 마마보이, 해고카톡 등 주로 부정적인 측면을 다룬다. 고 연출은 "그냥 있는 일이다. 가공한 건 없고. 있었던 사실을 보여줬을 뿐이다. 긍정적인 상이 왜 없겠는가. 엄청나게 많다. 근데 그걸 여기서 막 그릴 수가 잘 없더라. 연극이라고 하는 건 맨 마지막에는 희망을 그릴지 몰라도 도입부나 중반부에서 갈등이 해결돼버리면 드라마가 못 가니까.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측면이 나왔고, 그것을 환기하고 그냥 쳐다보자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다만 지나치게 무겁고 진중하게 가면, 너무 힘이 들 것 같다는 판단에 음악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마이 보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감독 세르지오 레오네·1984) 삽입곡 '아마폴라', 동요 '반달', 영화 '길'(감독 페데리코 펠리니·1954)의 주제곡 '길'(la strada) 등이 그런 역을 담당한다. 고 연출은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익숙한 음악을 샘플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귀띔했다.
고 연출은 무엇보다 "'헬조선', '흙수저' 등의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말을 하면서 한국에 살면 안 된다. 나는 긍정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여기'가 싫으면 '저리'로 가면 되지 않는가. 나는 긍정을 얘기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부정적인 걸 통해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부정적인 것을 보면) 정말 뼈가 아프고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쳐다보고 그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해야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공감하는 그런 연극이었으면 한다."
고 연출의 특징인 아이러니한 희비극의 특징이 가닿는다. 고 연출의 이전작인 연극 '홍도' '푸르른 날에', 뮤지컬 '아리랑',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가 그랬다. 시어머니의 모진 학대 속에도(홍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포화 속에도(푸르른 날에), 일제강점기의 지난함 속에도(아리랑), 남편을 잡아먹는 여자라고 오해를 산 편견(변강쇠 점찍고 옹녀) 속에서도, 아프고 아팠지만 막판에는 희망으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가 정치적인 내용을 뺀 이유이도 하다. "분란이 생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공통의 관심사를 다루고 싶었다."
다만, 한국인의 초상을 그렸는데 "아무도 한국인의 초상에 관심 있어 할 것 같지 않고, 또 그 초상을 보고 이게 무슨 한국인의 초상이야 할 것 마음을 극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만든 나름의 생각과 관점을 통일해서 그려낸 것이 한국인의 초상이 되겠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우려도 많이 되고 부정적인 얘기도 많고 삐딱한 시선으로만 보는 거 같아서 마음에 걸렸는데, 결론에 도달했다. 그게 '해'다. 생각해보니까 해를 잘 안보는 것 같다. 아예 해를 보고 사는 걸 해보는 거다. 해보고 사는 거다. 해봐야 알고 계속 해보는거다. 매일 해보는 거다. 그러다보면 우리 나라가 훨씬 더 멋지고 근사하고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정은을 비롯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함께하는 김정환, 이기돈, 백석광, 안병찬과 올해 새 식구가 된 이동준, 황순미, 김선아가 출연한다. 정재진, 전수환, 원영애 등 중견배우들도 나온다. 12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예술감독 김윤철, 무대·소품 김교은, 조명 류백희, 의상 최윤정, 음악 김태규. 러닝타임 90분. 3만원. 국립극단. 1644-2003
한껏 물이 오른 고 연출은 국립극단과 전작에서 중국의 고전을 빌려 부성을 포함한 인지상정, 나아가 인생과 복수 속에 깃든 허무함의 미학을 이야기했다.
이번 두 번째 협업물인 창작극 '한국인의 초상'에서는 좀 더 한국의 민낯에 현미경을 가까이 들이댄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돌아보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현실을 톺아본다.
고 연출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우리시대의 한국인의 초상을 정밀하게는 못 그리더라도 스케치 정도를 한다면, 그걸 무대라는 곳에서 펼쳐 놓고 우리가 팔짱을 끼고 쳐다보게 되면 우리가 이렇구나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자기 검열이라고 할까, 자신을 되돌아보는 반성이나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한 거다. 잘해야지."
2014년 김윤철(67)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고 연출에게 그해 극단이 내세운 '자기응시'를 주제로 한 작품을 의뢰했다. 하지만 고 연출의 예정된 다른 공연 때문에 진척이 안 됐다. 고 연출은 "동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걸 잘 쳐다보면 우리 스스로가 개선하고 고쳐야 되는 부분을 볼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되고, 또 그걸 공유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초상을 그려보자고 말씀했다. 그 말씀에 동의했다"고 돌아봤다. 기존의 연극 제작 방법에서 벗어났다. 고 대표가 구성, 연출을 맡되 다큐멘터리와 즉흥극 등의 기법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과 공동창작에 도전한다.
연습기간 초반 약 한 달 간 신문,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다. 배우가 겪었거나 주변사람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연극적 구성이 가능하면서 현재 한국사회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골랐다. 배우들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즉흥 연기를 했고, 이 중 선별된 장면들은 고 연출의 집필 과정을 거쳐 연극으로 완성됐다.
배우가 작가의 역까지 맡아 좀 더 객관성을 띠게 되는 구조다. 연기, 극작, 연출, 안무, 음악 등 연극 요소 간의 장르 벽을 허무는 계기도 됐다. 27개 에피소드는 한국인의 단면이 담긴 블랙코미디 형태로 선보인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개관작인 '오늘, 손님 오신다' 등을 비롯해 여러 번 공동작업에 참여한 고 연출은 "공동창작을 하는 이유는 작가가 전지전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살아온 인생의 경험치가 다 다른데 그런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질 때 엄청난 매력이 있다. '한국인의 초상' 작업 자체를 한 작가의 글로, 한 연출의 단일색으로 정리해버리면 너무 편협할수도 있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러분을 연령대별로 나름 캐스팅하고 그분들이 한국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현재의 여러 삶들이 투영된 인물들이 나오면 한국인의 초상이 매우 자연스럽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장면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동창작이 나왔다."
국립극단 시즌 단원인 배우 김정은은 공동 창작을 처음 해본다.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운이 굉장히 좋았다. 요즘 핫한 (고선웅) 연출과 하게 돼 기대감이 컸다. 즉흥이 많이 들어가는 공동창작에서는 서로 의견과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 서술자는 작가 겸 연출인 고선웅 연출님이지만, 굉장히 진보적인 방식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극은 마마보이, 해고카톡 등 주로 부정적인 측면을 다룬다. 고 연출은 "그냥 있는 일이다. 가공한 건 없고. 있었던 사실을 보여줬을 뿐이다. 긍정적인 상이 왜 없겠는가. 엄청나게 많다. 근데 그걸 여기서 막 그릴 수가 잘 없더라. 연극이라고 하는 건 맨 마지막에는 희망을 그릴지 몰라도 도입부나 중반부에서 갈등이 해결돼버리면 드라마가 못 가니까.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측면이 나왔고, 그것을 환기하고 그냥 쳐다보자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다만 지나치게 무겁고 진중하게 가면, 너무 힘이 들 것 같다는 판단에 음악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마이 보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감독 세르지오 레오네·1984) 삽입곡 '아마폴라', 동요 '반달', 영화 '길'(감독 페데리코 펠리니·1954)의 주제곡 '길'(la strada) 등이 그런 역을 담당한다. 고 연출은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익숙한 음악을 샘플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귀띔했다.
고 연출은 무엇보다 "'헬조선', '흙수저' 등의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말을 하면서 한국에 살면 안 된다. 나는 긍정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여기'가 싫으면 '저리'로 가면 되지 않는가. 나는 긍정을 얘기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부정적인 걸 통해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부정적인 것을 보면) 정말 뼈가 아프고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쳐다보고 그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해야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공감하는 그런 연극이었으면 한다."
고 연출의 특징인 아이러니한 희비극의 특징이 가닿는다. 고 연출의 이전작인 연극 '홍도' '푸르른 날에', 뮤지컬 '아리랑',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가 그랬다. 시어머니의 모진 학대 속에도(홍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포화 속에도(푸르른 날에), 일제강점기의 지난함 속에도(아리랑), 남편을 잡아먹는 여자라고 오해를 산 편견(변강쇠 점찍고 옹녀) 속에서도, 아프고 아팠지만 막판에는 희망으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가 정치적인 내용을 뺀 이유이도 하다. "분란이 생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공통의 관심사를 다루고 싶었다."
다만, 한국인의 초상을 그렸는데 "아무도 한국인의 초상에 관심 있어 할 것 같지 않고, 또 그 초상을 보고 이게 무슨 한국인의 초상이야 할 것 마음을 극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만든 나름의 생각과 관점을 통일해서 그려낸 것이 한국인의 초상이 되겠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우려도 많이 되고 부정적인 얘기도 많고 삐딱한 시선으로만 보는 거 같아서 마음에 걸렸는데, 결론에 도달했다. 그게 '해'다. 생각해보니까 해를 잘 안보는 것 같다. 아예 해를 보고 사는 걸 해보는 거다. 해보고 사는 거다. 해봐야 알고 계속 해보는거다. 매일 해보는 거다. 그러다보면 우리 나라가 훨씬 더 멋지고 근사하고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정은을 비롯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함께하는 김정환, 이기돈, 백석광, 안병찬과 올해 새 식구가 된 이동준, 황순미, 김선아가 출연한다. 정재진, 전수환, 원영애 등 중견배우들도 나온다. 12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예술감독 김윤철, 무대·소품 김교은, 조명 류백희, 의상 최윤정, 음악 김태규. 러닝타임 90분. 3만원. 국립극단.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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