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개막 '위키드'… 티켓 판매는 다섯 달 前?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3.10 01:03

[빨라진 대형 뮤지컬 티켓 오픈]

캐스팅 미리 확정해 관객 유치, 장기공연과 원활한 투자 가능
캐스팅 뒤바뀌는 등 부작용도

오는 7월 서울 공연 표를 2월부터 팔기 시작한 라이선스 뮤지컬 ‘위키드’ 사진
오는 7월 서울 공연 표를 2월부터 팔기 시작한 라이선스 뮤지컬 ‘위키드’. /클립서비스 제공

지난달 23일 뮤지컬 팬 김모(33)씨는 뮤지컬 '위키드'의 티켓 판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게 뭐야, 7월?" '위키드'의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개막일은 7월 12일. 5개월이나 앞서 첫 1주일치 캐스팅 스케줄 공개와 함께 표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여름 표를 겨울에 파는 걸 보고 좀 놀랐다"며 "아직 여름 계획을 세워 놓지는 않았지만 꼭 보고 싶은 캐스팅이 있어서 일단 표를 사 놨다"고 했다.

대형 뮤지컬의 티켓 오픈(표 판매 개시) 시기가 부쩍 앞당겨지고 있다. 내한 공연이 아닌 국내 라이선스·창작 뮤지컬의 경우엔 지금까지 1~2개월 전에 캐스팅 발표와 티켓 오픈이 이뤄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5일 개막한 라이선스 뮤지컬 '레베카'는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6일 티켓 오픈을 했고, 대형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는 이달 25일 시작하는 프리뷰 공연(본 공연에 앞서 가지는 공연)의 티켓 판매를 지난해 12월 15일 시작했다. 지난해 '레미제라블'과 티켓 오픈(9월 9일)도 서울 개막(11월 28일) 3개월 전에 가까운 시점이었다.

이 같은 티켓 판매의 조기화(早期化)는 인기 배우의 캐스팅을 미리 확정해 관객을 유치하려는 제작사의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배우 캐스팅에 따라 공연 회차의 관객별 호오(好惡)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독특한 문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기 티켓 오픈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레베카'의 경우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았던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일찍 하차했기 때문에 이미 공지된 캐스팅 스케줄을 일일이 바꾸고 일부 티켓을 교환해주는 등 홍역을 치렀고, '마타하리'는 프리뷰 공연의 캐스팅을 늦게 공개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면 예매 시스템의 선진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닌다는 시각도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에선 인기작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전에 미리 표를 팔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며 "예매 시기를 앞당겨 표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규모를 갖춘 장기 공연과 원활한 투자가 가능해지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