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리는 정말 모차르트를 죽였을까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3.09 01:39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 다룬 연극·뮤지컬 3편 동시 무대 올라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왼쪽·미켈란젤로 로콩테)와 ‘살리에르’의 살리에리(최수형).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왼쪽·미켈란젤로 로콩테)와 ‘살리에르’의 살리에리(최수형). /마스트엔터테인먼트·에이치제이컬쳐 제공
'살리에리의 질투심이 모차르트를 요절하게 했다'는 얘기는 사실일까? 최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동시대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가 함께 작곡한 칸타타가 발굴·연주〈본지 2월 18일자 A23면〉돼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두 사람이 등장하는 공연 세 편이 동시에 무대에 올랐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질투했다는 기본 설정은 같지만, 극 전개에선 많은 차이가 드러난다.

연극 '아마데우스'(4월 3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는 피터 셰퍼 원작을 연출가 전훈이 각색한 작품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프리메이슨을 모독했다고 음해하는 한편, 한 귀족이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청탁하도록 사주한다. 프리메이슨에 의해 몸에 조금씩 독이 쌓여가던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사경에 이르게 된다.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인 뮤지컬 '아마데우스'(원제 '모차르트 오페라 락', 11일~4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대구를 거쳐 서울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번번이 그를 모함한다. 하지만 '레퀴엠'의 의뢰는 살리에리와 무관하며, 받아 적은 사람 역시 살리에리가 아니라 제자 쥐스마이어로 설정해 역사적 사실과 가깝게 했다.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는 살리에리의 내적 갈등을 좀 더 파고들어 그의 질투심을 '젤라스'라는 캐릭터로 의인화했다. 살리에르는 쇠약해져 가는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하게 함으로써 의식이 '죽음'에 가까워지도록 압박하고, '레퀴엠'을 받아 적는다.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살리에리는 뛰어난 작곡가였고, 모차르트와 관계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모차르트 사후에 이미 살리에리가 그를 독살했다는 풍문이 돌았고, 줄곧 부인하던 살리에리는 말년에 정신착란에 빠진 뒤'내가 그를 죽였다'는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러시아 문호 푸시킨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1830)를 썼고, 20세기엔 피터 셰퍼의 희곡 '아마데우스'(1979)와 밀로스 포먼 감독의 동명 영화(1984)가 나왔다. 오스트리아산(産)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6월 9일~8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선 살리에리가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모차르트의 자아분열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