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섯 번째 앙코르 후 "신청곡 받아요"… 그렇게 10곡을 토해냈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2.29 03:00

피아니스트 손열음 독주회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에 독주회를 연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에 독주회를 연 피아니스트 손열음. /크레디아 제공
시각은 밤 10시 4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평소라면 한 시간 전에 파했어야 할 연주회. 그러나 청중은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의 독주회 '모던타임즈'가 열린 27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손열음은 리사이틀 1·2부를 꽉 채워 연주한 뒤에도 10곡의 앙코르를 토해내며 청중과 무대가 더불어 대화하는 연주회를 만들어냈다.

시작은 20세기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이었다. 어부의 아내가 갓난아기를 재우려고 어르며 부르는 블루스풍 자장가를 부드러운 손길로, 하지만 그 끝에는 애수를 담뿍 담아 건반을 어루만졌다. 드뷔시의 '렌터보다 느리게', 프로코피예프의 '토카타', 요한 슈트라우스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까지 단숨에 쳐내려간 손열음은 여섯 번째 앙코르가 끝나자 "준비한 곡은 끝났다"며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았다. 신이 난 청중은 저마다 원하는 곡을 소리쳤고, 연주회장은 25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의 환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손열음은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카푸스틴의 '에튀드 인터메조', 두세의 '쇼피나타'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앙코르 질주를 펼쳐낸 다음에야 비로소 숨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들려주고서야 피아니스트도, 청중도 흡족해하며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 3년 만에 독주회를 가진 손열음은 "프로그램 기획력에 있어서도 기가 막힌 안목을 드러내는 연주자"(피아니스트 신수정)라는 평을 받았다. 1914년 발발한 1차 대전을 전후로 20세기 초반을 뒤흔들었던 혼란한 시대상을 담아낸 곡들을 골라 배치한 것. 특유의 뜨거운 연주는 여전했다. 알싸하게 파고드는 죽음의 비애와 상실감을 절묘하게 내뿜은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에서 이 피아니스트가 찾고자 했던 내면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