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대예술, 영리하게 프레임 속으로…NT라이브 '햄릿'

  • 뉴시스

입력 : 2016.02.25 09:45

연극 '햄릿'에서 햄릿이 광대들의 연극을 보고 각성하는 순간, 카메라가 점차 그를 줌 인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작은아버지인 왕 '클로디어스'에 대한 의심이 격정적으로 표출되는 순간.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그의 형인 전 왕을 죽였다고 확신하는 햄릿은 의심과 똑같은 내용이 담긴 연극을 통해 그의 표정 변화를 읽기로 결심하면서 점차 냉정을 찾아간다.

동시에 점차 카메라는 줌 아웃된다. 그리고 광대들이 연극을 하는 모습이 다시 프레임에 들어온다. 초상화는 그렇게 풍경화가 되고 영상 속 무대는 생생함과 함께 생명력으로 펄떡거린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24일 오후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NT 라이브 '햄릿'은 배우의 예술인 연극과 프레임을 통한 감독의 예술인 영상의 매력을 절묘하게 혼합했다. NT 라이브는 '내셔널 시어터 라이브(National Theatre Live)'의 약칭이다. 영국 국립극장이 연극 화제작을 촬영해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 생중계 또는 앙코르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립극장은 2014년 3월 NT 라이브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워 호스' '코리올라누스' '리어왕' '프랑켄슈타인'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등 5편을 선보였다.

올해는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셰익스피어 명작인 '햄릿'과 '코리올라누스'를 준비했다.
'햄릿'은 특히 영국 BBC TV시리즈 '셜록'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베네딕트 컴버배치(39)가 타이틀롤을 맡아 눈길을 끈다. 최근 공연예술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대영황실훈위'를 수여받은 그는 이 작품에서도 광기 어린 '햄릿'의 독백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NT라이브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맡아 신체극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 그는 가장 땀내 나는 햄릿을 선보인다. 셜록 홈스의 광기와 이성을 가져온 듯, 열정과 냉정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2층 무대를 위아래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막판 그의 옷은 땀 범벅이다.

그래서 그의 햄릿은 다른 차원으로 승화한다. "호두알 속에 틀어박혀 있어도 무한한 공간의 왕"이라는 '햄릿' 속 대사처럼 한정된 무대에서 오히려 자유롭고 광적이다. 한정된 프레임으로 볼 수밖에 없는 NT라이브에서도 빛이 나는 이유다.

단층 무대 하나에서도 탁월한 분할 감각을 보여준 연극 '차이메리카'로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드' 연출상을 수상한 린지 터너는 이번 '햄릿'에서 2층 무대와 극장의 넓은 뒷공간을 활용한 연출로 입체갑을 살렸다. 평면적일 수밖에 없는 영상으로 옮겨도 단조롭지 않은 이유다.

'햄릿'은 연극이 현실의 거울이자 반영이라는 것도 보여준다. 영상을 통해 보는 이러한 연극 세계는 좀 더 객관적인 몰입감을 안긴다.

컴버배치는 커튼콜에서 소말리아 출신 영국 시인 워샌 시레의 시를 인용하며 NT라이브 극장 관객들을 상대로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선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현실 문제에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드는 예술의 호소력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3월3일까지 장충동 해오름극장에서 '햄릿'과 '코리올라누스'가 교차 상영된다. 표가 모두 팔려나가 취소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코리올라누스'는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처음 상영할 때 조기 매진, 1회를 추가했음에도 매진된 바 있다. 1만5000원. 국립극장 콜센터.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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