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만화 같은 액션… 무대 침투에 성공한 간첩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2.25 01:13

은밀하게 위대하게

만화와 영화를 통해 이미 성공을 거둔 작품을 뮤지컬로 다시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잘 알려진 스토리를 다시 무대에 어울리게 요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개막한 창작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최종훈 원작, 추정화 연출)는 이 점에서 성공적이다.

북한 특수 공작 부대에서 '살인 병기'로 육성된 간첩 세 명이 남파되지만 그들이 맡은 임무는 달동네 바보, 가수 지망생, 고등학생이다. 임무를 기다리는 동안 차츰 달동네 사람들과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지는데, '모두 자결하라'는 뜻밖의 명령이 떨어진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유일(원류환 역·오른쪽)과 박준휘(리해진 역).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유일(원류환 역·오른쪽)과 박준휘(리해진 역). /주다컬쳐 제공

스케일이 작지 않고 등장인물도 많은 이 작품은 소극장 무대라는 옷을 꽤 잘 갖춰 입었다. 2층 구조의 무대는 북한의 훈련장에서 달동네와 국정원 사무실로 휙휙 바뀌고, 배우 8명은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으며 여러 인물을 연기한다. 만화 같은 표현을 결합한 고난도의 액션 신,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 어려운 후반부의 밀도 높은 전개는 허수현이 작곡한 삽입곡과 함께 긴박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작품은 결국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가족의 정(情)이 살아 있는 인간적 삶이라는 주제를 드러낸다.

유들유들한 연기를 펼친 주인공 원류환 역 이규형은 하숙집 아주머니가 건넨 적금 통장을 보며 펑펑 우는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모처럼 소극장에 선 뮤지컬 스타 김수용은 냉혹한 북한군 교관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올 들어 주목할 만한 첫 창작 뮤지컬 신작이다.

▷3월 2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공연 시간 115분, 070-4355-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