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3 03:00
- 예술에 불어온 VR 바람
VR 기술 활용한 영상 작품 급증
"관객 몰입도 높여주는 신매체… 기술만 관심, 작가에겐 毒될수도"
지난해 말 런던 자블루도비츠(Zabludowicz) 컬렉션에서 열린 캐나다 작가 존 래프먼의 전시장에 들어선 이들은 당황했다. 맨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헤드셋을 끼고 보면 녹음 가득한 수풀로 변한다. '조각 공원'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손에 잡히지 않는 영상으로 만든 '가상 영상 조각'이었다. 그는 2년 전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선 관객들을 호텔방으로 초대했다. 관객들이 그가 나눠준 VR 장치를 쓰자 호텔 발코니가 일순간 무너지는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떤 이는 실제로 떨어질까 봐 잔뜩 긴장하며 예술의 신세계를 맛봤다.
가상현실 바람이 산업, 미디어를 넘어 순수예술에까지 불고 있다. 상업성을 겨냥한 산업이 아닌,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신매체로 VR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예술계에선 전자업체들의 VR 관련 기기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올해를 'VR 예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로 보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뉴 뮤지엄'은 올해 작가 세 명에게 VR을 이용한 작품 제작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 초엔 가상현실을 주제로 콘퍼런스도 연다.
가상현실 바람이 산업, 미디어를 넘어 순수예술에까지 불고 있다. 상업성을 겨냥한 산업이 아닌,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신매체로 VR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예술계에선 전자업체들의 VR 관련 기기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올해를 'VR 예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로 보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뉴 뮤지엄'은 올해 작가 세 명에게 VR을 이용한 작품 제작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 초엔 가상현실을 주제로 콘퍼런스도 연다.

한국의 영상·설치 미술가들도 최근 VR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정연두 작가는 201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일본 미토미술관에서 열린 '지상의 길처럼'이란 전시에서 40m 복도를 가상의 전시 공간으로 바꿨다. 현실의 전시장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VR 헤드셋을 쓰고 보는 가상의 세계에선 평화로운 자연이 펼쳐진다. 도호쿠 대지진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 근처에 있는 미술관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VR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평을 얻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권하윤 작가는 가상현실 기법을 활용해 관객이 DMZ 안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489년'을 만들었고, 미디어 작가 이이남과 김경호도 VR을 시도했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씨는 "가상현실은 결국 현실을 가장 잘 모사(模寫)하는 기술"이라며 "그만큼 예술가가 얘기하려는 메시지가 생생하게 전달되고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 예술 표현에는 강력한 도구"라고 했다.
그러나 작가 입장에서 VR은 독이 든 사과와 같다. 정연두 작가는 "매체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관객을 내용 자체에 집중시키기가 어렵다. 예술가 입장에선 새로운 기술을 썼다는 것이 되레 제약 조건이 되기도 한다"며 "VR을 전제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VR이 아니면 메시지를 구현할 수 없는 작품에만 VR을 쓰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이남 작가는 "작가는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테크니션과 협업을 해야 하고, 기술이란 게 워낙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새롭다고 생각했던 '가상 예술'이 금방 진부한 것이 돼버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씨는 "가상현실은 결국 현실을 가장 잘 모사(模寫)하는 기술"이라며 "그만큼 예술가가 얘기하려는 메시지가 생생하게 전달되고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 예술 표현에는 강력한 도구"라고 했다.
그러나 작가 입장에서 VR은 독이 든 사과와 같다. 정연두 작가는 "매체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관객을 내용 자체에 집중시키기가 어렵다. 예술가 입장에선 새로운 기술을 썼다는 것이 되레 제약 조건이 되기도 한다"며 "VR을 전제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VR이 아니면 메시지를 구현할 수 없는 작품에만 VR을 쓰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이남 작가는 "작가는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테크니션과 협업을 해야 하고, 기술이란 게 워낙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새롭다고 생각했던 '가상 예술'이 금방 진부한 것이 돼버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