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서울시향 '스테판 애즈버리의 닐센 교향곡'

  • 뉴시스

입력 : 2016.02.22 09:39

【서울=뉴시스】김나희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테판 애즈버리의 닐센 교향곡'을 펼쳤다.

영국 지휘자 스테판 에즈버리가 포디엄에 올랐다. 현대 음악의 권위자로 음악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는 애즈버리는 첫 곡 버르토크의 '놀라운 만다린 모음곡'에서부터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2006년부터 10년 넘게 이끌고 있는 현대 음악 전문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를 통해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참신한 현대 음악 레퍼토리로 한국 청중들과도 만나왔다. 새로운 음악, 오늘날의 음악을 들려주는 일에 앞장서며 말이다.

20세기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음악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헌신을 보여온 지휘자로 널리 알려진 애즈버리와 같은 '스페셜리스트'를 통해 버르토크, 쇼스타코비치, 닐센을 듣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레퍼토리를 실황 연주로 듣는다는 것은 음악과 작곡가를 재발견하며 음악 감상의 외연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모든 오케스트라가 언제나 뻔한 레퍼토리를 주야장천 연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악기가 지닌 음향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이 곡을 통해 서울시향의 관악기 주자들은 현악파트와의 밸런스를 살리며 그간 쌓아온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신나고 열정적인 패시지로 곡이 끝나자, 분위기가 사뭇 뜨거워졌다. 첫 곡인데도 곳곳에서 브라보가 쏟아졌다. 이어진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 실력파 피아니스트 다리아 반 덴 버르켄이 협연자로 나섰다. 서정적인 2악장의 패시지들에서 다리아 반 덴 버르켄은 오랜 시간을 단련해온 피아니즘으로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불균질적인 낭만을 무대에 성공적으로 가져왔다.

이어진 앙코르곡인 쇼팽 녹턴 작품번호 27, 다리아 반 덴 버르켄은 쇼팽의 서정과 숨죽인듯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해석을 들려줬다.

2부의 닐센 교향곡 3번은 이날 공연의 또다른 백미였다. 덴마크 출신의 작곡가 칼 닐센의 이름은 2004년, 19세의 나이로 칼 닐센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로 인해 한국 청중들에게 알려진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연주될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북유럽 출신의 작곡가인 만큼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주요 작곡가로는 단연코 손꼽힌다. 명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과 볼룸슈테트가 뛰어난 레코딩을 남겼는데, 북유럽의 청정한 바람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침묵이 패시지 곳곳에 깃들어 있고, 맑은 음색의 인성은 가사 없이 그저 훌륭한 악기처럼 사용되며 오케스트라 전체 소리에 새로운 효과를 더한다.

소프라노 양지영과 바리톤 공병우의 목소리는 악기소리처럼 기막히게 오케스트라와 하나가 돼 울려퍼졌다. 익숙하지 않은 곡이었지만, 완성도 높은 연주에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세기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처럼 줄기차게 연주되고 있는 흔한 교향곡 레퍼토리가 아닌 새로운 레퍼토리를 탐색해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키우고, 시민들에게 이토록 다양하고 폭 넓은 음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한껏 열린 자세로 새로운 음악을 들으며 또다른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함께.

◇클래식 음악칼럼니스트. 중앙선데이, 월간객석 등 다수 매체에 클래식과 문화관련 리뷰, 인터뷰를 써왔다. 파리에서 피아노와 쳄발로, 음악사를 전공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M&A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파리, 런던, 홍콩 서울을 오가며 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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