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18 09:40
작가 김영하(48)의 동명소설(2006)이 바탕인 연극 '빛의 제국'을 통해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문소리(42)의 눈은 동경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문소리는 17일 오후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랜만에 무대 작업을 하게 돼 굉장히 감사하다. 정말로 내게 좋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빛의 제국'은 2005년 어느 날 아침,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 '김기영'에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양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24시간뿐. 21년 북한, 21년을 한국에서 살아온 기영은 두 경계에 걸쳐 무수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문소리는 기영의 아내인 수입차 딜러 '장마리'를 연기한다. 기영과 달리 비교적 평범한 삶을 누린 여자이나 그로 인해 그녀의 삶에도 점차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문소리가 연극에 출연하는 건 2010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이상우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이 연출한 '광부화가들' 이후 6년만이다. 지난해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적인 화려한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한다.
"연출님과 점심 먹고 만나면 저녁 먹고 오후 9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시간이 흥미롭고 흥미진진하다."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 연기자로 데뷔한 뒤 주로 영화에 출연해온 그녀는 "이전에 이런 시간들을 더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한 시간"이라며 눈을 빛냈다.
"'빛의 제국'에서 중요한 건 어떤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얻고 변해간다는 거다. 그 과정 속에는, 한국의 역사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다 연결돼 있다."
1993년 성균관대 교육학과에 입학한 문소리는 연극에 푹 빠져 들었다. 휴학 중인 1996년 극단 한강의 '교실이데아'에 출연했고 2006년 극단 차이무의 민복기 대표가 연출한 '슬픈연극'에 나왔다.
"한강이라는 극단에는 수습 단원으로 잠시 있었다. 무대에 장기간 서지 못했고. 학교를 졸업하고 '박하사탕'으로 데뷔했다. 이후 이상우 선생님과 작업하고 차이무의 민복기 대표와 작업하고. '광부화가들'로 명동예술극장과 인연도 맺었고. 무대에 돌아오면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그간 자신이 (연기적으로) 다친 줄도 아픈 줄도 병이 심각한 줄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무대에서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지경이었구나라고. 정말 잘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연극을 할 때마다 가장 느끼는 건, 사람에 대한 애정이 훨씬 커진다고 해야 할까? 인간에 대해 차갑게 느낀 것을 알게 된다. 무대로 돌아모면 회복하는 과정이 느껴진다. 배우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곳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2014년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연출한 명동예술극장의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이중섭을 연기하고 지난해 말 매진을 기록한 국립극단의 '시련'에 출연한 지현준이 김기영을 연기한다.
문소리와 지현준을 비롯해 배우들은 노지시엘 연출이 개별 오디션 등을 통해 뽑았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을 통해 문소리를 인상적으로 봤다는 그는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가 유행한 지 몇 년이 됐다. 문소리가 나오지 않는 다른 한국영화도 많이 봤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한국배우들에 대한 굉장한 궁금증이 있다. 영화를 볼 때마다 흥미로웠고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었다."
'빛의 제국'은 또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 한국과 프랑스 연극인들이 공동 작업하는 연극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프랑스 현대작가 발레리 므레장이 각색,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작업하는 리카르도 헤르난데스가 무대를 맡았다.
노지시엘 연출은 "연극을 통해서 다른 나라를 알게 되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며 "나눠진 것을 하나로 묶는 이야기로 그런 일을 하고 싶다. 한국, 프랑스, 미국, 아이슬란드 등 여러 나라 사람이 한국에서 협업하는 건 대단하다"고 전했다.
원작 소설처럼 스파이의 하루를 따라가는 맥락은 같지만 자신과 각색을 함께 한 므레장이 "영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그런 점이 시적인 부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우리의 의식이 무엇에 지배당하는가"다. "한국의 현실과 소설 속에 나타난 기억들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아울러 좀 더 깊은 영혼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 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개인적인 부분을 작품 속에 녹인다. "지금은 어색할 수 있지만 허구와 현실의 이야기에 이동이 생긴다. '빛의 제국'에서 일어난 일과 배우 각자에게 일어난 일이 만나는 거다. '현실에서 어떻게 허상, 허구를 만들 것인가', '꿈과 무의식이 어떻게 삶의 일부인가'…. 그걸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빛의 제국' 이야기다. 현실과 허구 사이의 희미한 경계, 지울 수 없는 것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스파이는 허상 속에서 살고 또 살아 남기 위해서 또 다른 허상에서 살아간 거다. 부인은 평범한데 그녀 자신의 삶을 견디기 위해서 일종의 허구, 허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 작품은 허구와 허상과 현실의 리얼리티를 담은 이야기다."
'빛의 제국'을 제작하는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은 "'빛의 제국' 속 인물들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상당히 동시대적인 주제다.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데 배우들의 개인사를 삽입, 김영하의 소설이기도 하면서 배우들의 고백이 돼 또 다른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노지시엘 연출은 화려한 미장센으로 이름을 알린 주인공답게 '빛의 제국'에서도 다른 차원의 미학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 풍경이 담긴 영상을 삽입한다. 서울 공연 후 5월 프랑스 오를레앙에서도 공연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장치다.
정명주 국립극단 기획홍보팀장은 "프랑스 공연을 가면서 아픔의 역사와 기억이 담긴 서울의 풍경을 가지고 간다. 해외 사람이 문학 작품, 연극 작품 속에서 우리의 서울을 기억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빛의 제국' 3월 4∼27일 명동예술극장. 출연 정승길, 양동탁, 김한, 양영미, 김정훈, 이홍재. 러닝타임 120분. 2만~5만원. 국립극단. 1644-2003
문소리는 17일 오후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랜만에 무대 작업을 하게 돼 굉장히 감사하다. 정말로 내게 좋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빛의 제국'은 2005년 어느 날 아침,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 '김기영'에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양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24시간뿐. 21년 북한, 21년을 한국에서 살아온 기영은 두 경계에 걸쳐 무수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문소리는 기영의 아내인 수입차 딜러 '장마리'를 연기한다. 기영과 달리 비교적 평범한 삶을 누린 여자이나 그로 인해 그녀의 삶에도 점차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문소리가 연극에 출연하는 건 2010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이상우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이 연출한 '광부화가들' 이후 6년만이다. 지난해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적인 화려한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한다.
"연출님과 점심 먹고 만나면 저녁 먹고 오후 9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시간이 흥미롭고 흥미진진하다."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 연기자로 데뷔한 뒤 주로 영화에 출연해온 그녀는 "이전에 이런 시간들을 더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한 시간"이라며 눈을 빛냈다.
"'빛의 제국'에서 중요한 건 어떤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얻고 변해간다는 거다. 그 과정 속에는, 한국의 역사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다 연결돼 있다."
1993년 성균관대 교육학과에 입학한 문소리는 연극에 푹 빠져 들었다. 휴학 중인 1996년 극단 한강의 '교실이데아'에 출연했고 2006년 극단 차이무의 민복기 대표가 연출한 '슬픈연극'에 나왔다.
"한강이라는 극단에는 수습 단원으로 잠시 있었다. 무대에 장기간 서지 못했고. 학교를 졸업하고 '박하사탕'으로 데뷔했다. 이후 이상우 선생님과 작업하고 차이무의 민복기 대표와 작업하고. '광부화가들'로 명동예술극장과 인연도 맺었고. 무대에 돌아오면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그간 자신이 (연기적으로) 다친 줄도 아픈 줄도 병이 심각한 줄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무대에서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지경이었구나라고. 정말 잘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연극을 할 때마다 가장 느끼는 건, 사람에 대한 애정이 훨씬 커진다고 해야 할까? 인간에 대해 차갑게 느낀 것을 알게 된다. 무대로 돌아모면 회복하는 과정이 느껴진다. 배우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곳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2014년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연출한 명동예술극장의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이중섭을 연기하고 지난해 말 매진을 기록한 국립극단의 '시련'에 출연한 지현준이 김기영을 연기한다.
문소리와 지현준을 비롯해 배우들은 노지시엘 연출이 개별 오디션 등을 통해 뽑았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을 통해 문소리를 인상적으로 봤다는 그는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가 유행한 지 몇 년이 됐다. 문소리가 나오지 않는 다른 한국영화도 많이 봤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한국배우들에 대한 굉장한 궁금증이 있다. 영화를 볼 때마다 흥미로웠고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었다."
'빛의 제국'은 또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 한국과 프랑스 연극인들이 공동 작업하는 연극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프랑스 현대작가 발레리 므레장이 각색,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작업하는 리카르도 헤르난데스가 무대를 맡았다.
노지시엘 연출은 "연극을 통해서 다른 나라를 알게 되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며 "나눠진 것을 하나로 묶는 이야기로 그런 일을 하고 싶다. 한국, 프랑스, 미국, 아이슬란드 등 여러 나라 사람이 한국에서 협업하는 건 대단하다"고 전했다.
원작 소설처럼 스파이의 하루를 따라가는 맥락은 같지만 자신과 각색을 함께 한 므레장이 "영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그런 점이 시적인 부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우리의 의식이 무엇에 지배당하는가"다. "한국의 현실과 소설 속에 나타난 기억들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아울러 좀 더 깊은 영혼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 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개인적인 부분을 작품 속에 녹인다. "지금은 어색할 수 있지만 허구와 현실의 이야기에 이동이 생긴다. '빛의 제국'에서 일어난 일과 배우 각자에게 일어난 일이 만나는 거다. '현실에서 어떻게 허상, 허구를 만들 것인가', '꿈과 무의식이 어떻게 삶의 일부인가'…. 그걸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빛의 제국' 이야기다. 현실과 허구 사이의 희미한 경계, 지울 수 없는 것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스파이는 허상 속에서 살고 또 살아 남기 위해서 또 다른 허상에서 살아간 거다. 부인은 평범한데 그녀 자신의 삶을 견디기 위해서 일종의 허구, 허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 작품은 허구와 허상과 현실의 리얼리티를 담은 이야기다."
'빛의 제국'을 제작하는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은 "'빛의 제국' 속 인물들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상당히 동시대적인 주제다.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데 배우들의 개인사를 삽입, 김영하의 소설이기도 하면서 배우들의 고백이 돼 또 다른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노지시엘 연출은 화려한 미장센으로 이름을 알린 주인공답게 '빛의 제국'에서도 다른 차원의 미학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 풍경이 담긴 영상을 삽입한다. 서울 공연 후 5월 프랑스 오를레앙에서도 공연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장치다.
정명주 국립극단 기획홍보팀장은 "프랑스 공연을 가면서 아픔의 역사와 기억이 담긴 서울의 풍경을 가지고 간다. 해외 사람이 문학 작품, 연극 작품 속에서 우리의 서울을 기억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빛의 제국' 3월 4∼27일 명동예술극장. 출연 정승길, 양동탁, 김한, 양영미, 김정훈, 이홍재. 러닝타임 120분. 2만~5만원. 국립극단.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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