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엔 '예술인 알리'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2.17 03:00 | 수정 : 2016.03.04 14:32

뮤지컬 '투란도트'의 가수 알리, 20일 서울 첫 공연 앞둬
"감정 기복이 심한 주인공… 頭聲은 물론, 연기도 어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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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로 오는 20일 첫 서울 무대에 서는 알리는 “매일 아침 안심 100g을 먹고 반신욕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마음이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 건지, 분명 심장이 뛰는데 느낄 수 없어―." 뮤지컬 '투란도트'(유희성 연출) 무대에 선 가수 알리(32·본명 조용진)의 독창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지난해 12월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에 데뷔한 알리는 눈썹을 치켜뜨거나 턱을 꼿꼿이 세운 '얼음공주'의 자태로 고음이 많은 곡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냈다.

"아휴, 뮤지컬 배우라니 아직도 어색해요." 오는 20일 '투란도트' 서울 공연의 첫 출연을 앞둔 알리가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이 '신인 배우'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찍 사춘기가 와서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했어요. 그때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초연을 보게 됐죠." 남경주와 최정원의 열연을 본 소녀 알리는 생각했다. '뮤지컬 무대에 선다면 성격이 활달해지는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는 사람에게 그 꿈은 종종 뜻밖의 방향에서 다가오기도 한다. 2012년 알리가 '불후의 명곡'에서 '여러분'을 불러 우승한 뒤 가수 윤복희와 친해졌고, 윤복희는 '투란도트'를 제작하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측에 알리를 추천했다.

'가창력 여왕'으로 불리는 알리에게도 뮤지컬은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제가요, 이별 노래를 부를 때는 4년 동안 '난 이별을 겪은 사람이다'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콘서트는 길어야 7~8분 감정을 유지하면 되지만 뮤지컬은 2~3시간 동안 극 중 인물이 되는 거예요." 꼭 단거리 선수가 마라톤에 나간 것 같았다.

뮤지컬에 출연하는 대중가수는 흔히 '두성(頭聲)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그게 뭐냐면요, 뒷목에서부터 머리를 감싸듯이 소리를 내는 거예요." 음색도 문제였다. 알리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밀어붙이면 다른 배우들과 조화가 깨져 자기 음색의 40%만 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완전 초보'인 연기였다. 번갈아 투란도트 역을 맡는 박소현·리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지만, 인물 자체가 너무나 감정 기복이 심해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셋이서 의논해보니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사랑을 모르는 인물'이란 결론을 얻었어요. 그걸 제작진에 건의했죠." 그 결과 '난 마음을 알 수가 없어. 누가 좀 가르쳐 줘'라고 호소하는 새 삽입곡이 만들어졌다.

드디어 첫 무대. 꽉 끼는 의상을 입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손을 올리며 오만한 제스처를 취한 뒤엔 뒤돌아서서 나지막한 소리로 "아이고 어땠을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연이 끝나자 분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인생의 또 한고비를 넘은 것이다. "앞으로 '캣츠'의 그리자벨라나 '시카고'의 벨마 역을 해보고 싶어요. 먼 훗날 '가수 알리'가 아니라 그냥 '예술인 알리'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투란도트' 17일~3월 13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1599-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