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스키 타고, 저녁엔 연주 즐기시길"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2.15 03:00 | 수정 : 2016.03.04 14:25

- 평창겨울음악제 정명화 예술감독
대관령음악제 '겨울버전' 기획… 공동감독 정경화는 첫 재즈 연주
"젊은층 많아 재즈클럽처럼 열 것"

"요즘 케이팝 많이 듣지만 우리가 줄리아드음악원 다닐 땐 재즈를 많이 들었어요. 옛날엔 하이든 협주곡을 하면서 카덴차(독주자가 기교를 뽐낼 수 있게 혼자 길게 연주하도록 배려한 부분)를 즉흥으로 하기도 했대요. 그러니 루이 암스트롱이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연주할 때 얼마나 경탄했겠어요. 동생도 영국에서 바흐 협주곡을 녹음하고 오자마자 무대에 올라야 해서 앓는 소리를 내지만 신날 거예요."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만난 첼리스트 정명화(72)는 재즈 이야기가 나오자 재밌다는 듯 큭큭 웃었다. 오는 25~28일 나흘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2016 평창겨울음악제'에서 그녀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생애 첫 재즈 연주에 도전한다. 세계 정상급 재즈 가수 나윤선과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가 호흡을 맞추는 25일 개막 무대에서 정경화는 이번 음악제를 위해 바케니우스가 특별 작곡한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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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정명화는“이상하게 첼로는 아무리 들어도 무겁지가 않아. 그냥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거죠”라며 웃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2년 앞두고 올림픽 개최지를 클래식과 재즈로 물들일 겨울음악제는 여름에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겨울 버전'이다.

"참 아름다운 곳인데 겨울엔 스키 말곤 할 수 있는 게 드물잖아요. 젊은 층이 많으니 재즈 클럽처럼 연주회를 열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개막 공연을 밤 아홉 시에 여는 건 그 때문이에요. 낮에 실컷 스키 타고, 저녁 먹고, 연주회 오면 돼요."

26~27일 이틀간 무대는 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들이 꾸민다. 전체 그랑프리이자 성악 1위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첼로 1위 안드레이 이오누트 이오니처, 바이올린 4위이자 최우수 협주곡 특별상을 받은 클라라 주미 강, 첼로 5위 강승민 그리고 피아노 4위 뤼카 드바르그가 주인공이다.

정 감독은 "특히 프랑스인 드바르그는 열한 살 때 독학으로 피아노를 시작해 수퍼마켓 점원으로 일하며 스무 살 때까지 정식 음악 교육을 안 받았다. 콩쿠르에서 작곡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연주했는데 자기 머릿속 흐름대로 연주를 하는데도 색이 진해서 관객과 평론가를 다 녹였다"고 했다.

"2차 라운드 올라가기 직전 자기는 밀린 전기료를 생각했대요. 그만큼 생활고에 찌들어 있고. 우상은 호로비츠, 영어는 제임스 조이스 소설 '율리시스'를 외우면서 익혔다고 해요."

그는 "정상으로 가는 사람을 보면 음악에 대한 태도가 남다르다"며 "대충해서 잘하는 듯 보이려 하지 않고 깊이 파고들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표현한다. 대중은 거기서 감동을 얻는다"고 했다.

"스키 타느라 피곤해 졸면 어떡하느냐고요? 저희 아버지가 저희 공연 와서 보다가 슥 주무셨어요. 음악이 귀에 달콤하니까 잠이 소르륵 오는 거예요. 딱 2분 만이라도 '참 좋았다' 느끼고 가면 값어치가 있는 거예요."▷2016 평창겨울음악제=25~28일 강원도 알펜시아&용평리조트, (02)725-3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