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오의식·박동욱·전석호, 연극 빛내는 청춘들의 여행…올모스트메인 & 인디아블로그

  • 뉴시스

입력 : 2016.02.11 10:03

공연 관람은 여행이다. 가만히 있어도 TV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것이 넘쳐나는 시대, 돈과 품을 들여 대학로를 찾는 것만 해도 유람이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과 '인디아 블로그'는 더욱 여행에 가닿는다. 메인 주 북쪽 오지에 있는 상상 속의 조그만 마을 '올모스트'에서, 한겨울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이야기(올모스트 메인)는 정신을 방랑시키는 데 제격이다. 배우들이 실제로 경험한 인도 여행기를 바탕으로 한 '인디아 블로그'는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뿐 아니라 몸도 들썩이게 만든다.

'올모스트 메인'의 정연(34)·오의식(33), '인디아 블로그'의 박동욱(33)·전석호(32)는 관객이 약 2시간 동안 정신과 마음으로 여행하도록 손에 티켓을 꼭 쥐어주는 믿음직스런 배우들이다.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물인 '로앤오더'의 배우 존 카리아니가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올모스트 메인'은 라이선스 연극이지만,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으로 유명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창작극 같은 느낌을 준다.

정연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해남 같은 마을이 배경이다. 그곳에서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갈등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이야기마다 막판에 등장하는) 오로라는 죄책감을 덜어내는 장치이기도 하고. 몸을 옮기는 것만 여행은 아닌 것 같다. 함께 고민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는데 공연이 그렇지"라며 눈을 빛냈다.

배우들 역시 여행 기분을 느낀다. "극 중 인물이 오로라를 보면 갈등이 해소되는 듯한데, 나 역시 어느 부분 마음에 쌓여 있던 것이 소리를 치면서 울면서 해소가 되더라"며 웃었다. "여행을 진심이라고 한다면, 그 진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 역시 여행이다."

10분 안팎의 아홉가지 짧은 단편들을 묶은 '올모스트 메인'에서 여행자가 등장하는 건 두 편이다. 에피소드 1인 '허 하트(HER HEART)'의 심장을 가지고 다니는 '글로리', 에피소드 7인 '스토리 오브 호프(STORY OF HOPE)'에서 예전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호프'가 그렇다. 정연과 오의식은 여러 에피소드에 출연하는데 '허 하트'에서 글로리와 '이스트'로 호흡을 맞춘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고장 난 심장을 들고 다니는 글로리가 낯선 이스트의 집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오로라를 보러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의식은 "내 주변에 실제 무통각증(無痛覺症)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갇혀 방어적으로 살아가는 거지. 근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걸 놓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깊은 감정을 끌어내게 되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때 생기는 것이 오로라"라고 전했다.

'인디아 블로그'는 '인도 여행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듯 무대 위에 올리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배우들이 인도 여행 중 촬영한 사진과 영상, 실제로 겪은 에피소드를 녹여넣었다. 인기에 힘 입어 시즌2(에피소드2)도 나왔는데 박동욱, 전석호는 2011년 초연한 오리지널인 시즌1(에피소드 1)팀이다. 5년 만에 에피소드1을 재공연하면서 다시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박동욱은 "처음에는 공연을 잘 만들고, '나라는 배우를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제작비가 고작 300만원이었는데"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공연을 보고 '나 인도 가요' '인도 다녀왔어요'라고 말씀해주는 관객의 반응이 제일 좋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여행뿐 아니라 음악 등 젊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회상하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 열정에 기반하는 거지. 땀흘릴 때의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전석호는 '인디아 블로그' 초연이 큰 인기를 누린 것에 대해 "해외 여행을 직접 가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점과 잘 맞았다"고 봤다. "우리는 심장을 들고 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 평범함 속에서 관객들이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공감의 진심이라고 해야 하나. 여행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누구나 갈 수 있을 법한. 블로그의 글을 클릭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오의식과 정연은 2년 전에 이어 다시 '올모스트 메인'에 출연했다. 오의식은 "처음에는 작품을 소화하느라 바빴는데 한번 경험했던 작품이니 알고 시작하는 만큼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정연은 아홉가지 에피소드가 2인극이라는 점이 "밀도가 높아서 연기하기가 재미있다"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극작가 겸 연출가 민준호 대표가 이끄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캐릭터를 따로 잡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두 사람은 이 극단 소속이다. 오의식은 "캐릭터의 역할을 중요시하기보다 이 사람이 원하는 바를, 즉 심리 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박동욱은 마흔살이 넘어서 '인디아 블로그'를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고 했다. 변화한 부분을 극에 반영하기에 5년이라는 시간은 짧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겪었던 로맨스 때문에 "예전보다 솔직한 것을 담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예전에는 솔직한 것을 넣으면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더 진실에 가닿는 것 같더라. 어쩌면 비겁한 모습일 수 있지만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는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다. 어떤 작품을 만들 때 특별한 사건보다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석호는 '인디아 블로그'에 대해 "당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기록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정권이 한번 바뀌는 5년 동안 우리가 바뀌면 얼마나 바뀔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록이면 나쁘지 않겠더라.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공연을 남기는 것이라 여긴 거다. 처음에는 인도가 불편해 싫어했는데 이번에 여행갔을 때는 너무 좋더라. 이 부분들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 같다."

네 사람은 80년대 초중반생으로 대학로를 이끌어가는 주축들이다. 연극 '유도소년' '카포네 트릴로지', 뮤지컬 '풍월주' '머더발라드' 등 장르 구별 없이 활약 중인 정연은 똑 부러지면서도 독특한 리듬의 연기로 대학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여우 중 한 명이다. 연극 '유도소년' '뜨거운 여름' 뮤지컬 '로기수'로 인기를 누린 오의식은 사람 좋은 인상과 캐릭터 뒤에 칼날 같은 연기력을 벼리고 있다.

연극 '뜨거운 여름'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해무'의 박동욱은 능청스러움에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은 균형감각이 일품이다. '인사이드 히말라야' '터키블루스'의 전석호는 또렷한 이목구비에 따듯함을 품고 있다.

네 명이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하지만 서로서로 얽혀 있다. 정연과 박동욱, 전석호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정연이 선배)이고, 오의식과 박동욱은 83년생 동갑내기로 작년 연극 '뜨거운 여름'에서 뜨겁게 호흡을 맞췄다.

전석호와 오의식은 무대가 기반이지만 TV 드라마로 눈도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석호는 tvn '미생'(2014)에서 신입사원 안영이의 직속상관으로 그녀를 괴롭히는 하 대리를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의식은 tvn '오 나의 귀신님'(2015)에서 생계형 눈치 요리사인 '최지웅'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전석호는 "사실 얻어 걸린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좋다. 하지만 거기에 젖어있지 않으려고 발악한다. 정말 그 달콤한 순간에는 뭔가 된 것 같지만 잠깐인 것을 안다. 선배들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오의식도 "바뀐 것이 없다. 착각을 잠깐 했는데 연극 연습실에 들어서는 순간 날아오는 욕, 비난을 받으면 딴 생각을 못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 역시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결국 방송이 목적지가 아니니까."

박동욱과 정연은 TV로 인기를 끈 배우들이 부러울 법도 하나, 계속 무대로 돌아오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동욱은 "석호를 보면 많이 느낀다. (방송 등에서) 여러 제의가 들어오는 데도 포기하고 공연을 한다. 연극이라는 것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고 했다. 정연도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 활동의 연장선상이다. 무엇보다 무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의식적으로 공연을 계속 하려고 하고. 사실 (극단) 간다 배우들이 다 그렇다"고 확인했다.

오의식과 전석호 또한 무대에 집중할 때 더 좋은 기회가 생긴다고 믿는다. 오의식은 "무대에서 열심히 하고 있을 때 기회가 생겼지, 다른 쪽으로 노력을 했으면 이런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석호도 "어떻게 보면 매 공연 자체가 오디션이다. 어느 누가 볼 지 어떻게 알겠나"라면서 "공연이 좋다. 그게 공연을 하는 사람의 자부심이다. 한번도 무대에서는 허투루 한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오의식은 "극단과 동료, 즉 홈그라운드라는 믿는 구석이 있으니 조바심 같은 걸 내지 않고 멀리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청춘의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올모스트 메인' 4월10일까지(이후로는 다른 배우들로 오픈런)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 성열석 정선아 이지해 김지현 정 연 박민정 조풍래 오의식 임철수 주민진 박성훈 윤나무 신의정 노수산나 정순원 강기둥 강연정 홍지희. 프로듀서 조한성·안혁원, 번역 이상우, 각색·연출 민준호. 러닝타임 약 100분(인터미션 없음), 3만~4만원.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02-744-4331

'인디아 블로그'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3관. 박동욱·전석호(에피소드 1), 김다흰·임승범(에피소드 2) 프로듀서 유인수, 극작·연출 박선희. 러닝타임 100분. 연우무대. 02-744-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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