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11 10:02

한국 재즈 보컬 신에 나윤선(47)이 있다면, 재즈 연주 신에는 피아니스트 송영주(44)가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서정적인 연주가 일품이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의 국제적인 재즈 클럽 '블루 노트'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앨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리플렉션(Reflection)'으로 이름값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클래식연주자와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46)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국내에서 여는 콘서트 '김지연의 밸런타인 프러포즈'를 통해서다.
섬세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김지연은 미국 무대를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13세에 현지로 간 후 1984년 뉴욕필 오디션에서 우승, 뉴욕 필하모니 연주회에 초청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카네기홀과 케네디센터에서 슈나이더의 지휘로 뉴욕 현악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90년에는 최고의 영예를 자랑하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 댈러스의 서던 메소디스트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지연과 만남은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다. 본래 클래식 피아노 전공(숙명여대 음대)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첼리스트 송영훈과 허윤정, 소프라노 조수미 등 내로라하는 클래식 아티스트와 여러번 작업했다.
김지연이 2002년 발매한 1집 '김지연의 프러포즈' 15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2부 편곡도 맡는다. 1부는 김지연이 2008년 내놓은 2집 '세레나타 노투르노'를 들려준다.
2부는 크로스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판매량 5만장을 기록 중인 '프러포즈' 수록곡을 송영주가 다시 해석한다. 재즈신의 쟁쟁한 연주자들인 기타리스트 박윤우, 베이시스트 황호규, 드러머 임주찬과 함께 콰르텟으로 직접 무대에도 오른다.
송영주는 "기존 음반의 성격이나 색깔을 바꿀 생각은 없다. 편곡의 라인이 워낙 좋다"고 말했다. 다만 공연 무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클래식 전용홀이라 마이크 소리가 최적화된 곳은 아니다"라며 "앨범 분위기에 맞춰 어쿠스틱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클래식음악과 재즈음악의 균형이 잘 잡혔다. 버클리 음대,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한 송영주는 "맨해튼 음대, 줄리아드 음악원은 클래식 프로그램과 함께 재즈 프로그램이 잘 잡혀있고 둘의 사이도 좋다"고 확인했다.
"클래식 트럼펫을 공부하면서 재즈 빅밴드에 참여를 할 수 있고, 재즈 보컬도 클래식 발성을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다. 잘 열려 있지. 클래식음악가와 재즈 연주자가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 같은 프로그램이 자주 더 있었으면 한다."
스스로도 클래식음악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재즈의 기본적인 톤이나 테크닉도 클래식음악을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클래식적 배경이 있더라도 테크닉적으로 재즈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톤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재즈를 처음 공부할 때는 흑인의 느낌이 좋아서 클래식 접근법을 버리려고도 했다. 근데 듣고 자라온 음악 환경이 애초부터 다르더라. 클래식 배경이 오히려 내 색깔을 만들었지. 나를 나로 만드는데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그걸 인정하게 됐다."
클래식음악을 공부하면서도 밴드 세션에 참여하고, 인기그룹의 해외 투어도 따라다녔다. 진작 그녀의 마음속에는 재즈 음악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선생님도 쇼팽을 팝송처럼 친다고 그러더라. 호호. 긴 드레스를 입고 독주하는 순간에 희열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남의 옷처럼 느껴졌다. 재즈가 너무 좋은 것이 간편하고, 편안하다. 밴드와 즉흥적으로 합도 맞춰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재즈를 만나 다행이다."
2005년 정규 1집 '터닝포인트'로 단숨에 재즈 신의 기린아로 따오른 송영주는 클래식 연주자뿐 아니라 대중음악가들과 작업하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김동률, 보아, 규현, 윤하, 비 등이 선호하는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던 2010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주립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공부하면서 현지 무대를 두드렸고 블루노트에서도 공연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았다. 음반을 1년에 한번씩 내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세션으로 여러 뮤지션과 작업하면서 정말 바쁘게 살았다. 물론 감사한 기간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갈 수 있는 건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충천의 마음으로 결심을 했다."
"프로페셔널로 한국에서 6, 7년 동안 활동하다보니 뉴욕 재즈 신에 도전하고 싶었다. 선배가 없으니 물론 힘들었지. 거창한 개척 정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좀 더 경험을 쌓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때부터 고생이 시작됐다. 학생 신분도 아니고 나이도 많고 외롭고.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다. 일도 없고, 날 찾아주는 사람도 없고, 수입도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그런데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블루노트에 서 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2012년 블루노트에 설 때에도 현지에서 반신반의했지만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여름까지 다섯번 이 무대에 올랐다. 2014년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부름을 받은 것이다. 올해 1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재즈 클럽 '블루웨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 한국에서 재즈는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하는 장르다. 물론 지원해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대중음악이 아니니 취향을 타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잘하는 후배들이 안타까워서 조금 더 노력하는 거지."
작년 10주년 앨범 '리플렉션' 발매 이후 "여유로워졌다"며 웃었다. "열심히, 성실히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모아놓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좀 더 '나를 믿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12일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자신의 트리오와 공연하는 송영주는 앞서 김지연과 협업하는 이번 무대가 재즈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조금이나마 깨지는 순간이 되기를 바랐다.
"'재즈'하면, 시끄럽고 자유롭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더라. 이해한다. 우리 부모도 내가 재즈를 한다고 처음 말했을 때 '왜 그런 음악을 하니?'라고 물었으니. 클래식음악과 재즈가 만났을 때 물과 기름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다. 김지연씨가 열려 있는 분이니 더 기대된다."
'김지연의 밸런타인 프러포즈'. 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앙상블 '솔리 판 투티'도 힘을 싣는다. 3만~10만원. 아트앤아티스트. 070-8879-8485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의 국제적인 재즈 클럽 '블루 노트'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앨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리플렉션(Reflection)'으로 이름값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클래식연주자와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46)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국내에서 여는 콘서트 '김지연의 밸런타인 프러포즈'를 통해서다.
섬세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김지연은 미국 무대를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13세에 현지로 간 후 1984년 뉴욕필 오디션에서 우승, 뉴욕 필하모니 연주회에 초청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카네기홀과 케네디센터에서 슈나이더의 지휘로 뉴욕 현악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90년에는 최고의 영예를 자랑하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 댈러스의 서던 메소디스트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지연과 만남은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다. 본래 클래식 피아노 전공(숙명여대 음대)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첼리스트 송영훈과 허윤정, 소프라노 조수미 등 내로라하는 클래식 아티스트와 여러번 작업했다.
김지연이 2002년 발매한 1집 '김지연의 프러포즈' 15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2부 편곡도 맡는다. 1부는 김지연이 2008년 내놓은 2집 '세레나타 노투르노'를 들려준다.
2부는 크로스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판매량 5만장을 기록 중인 '프러포즈' 수록곡을 송영주가 다시 해석한다. 재즈신의 쟁쟁한 연주자들인 기타리스트 박윤우, 베이시스트 황호규, 드러머 임주찬과 함께 콰르텟으로 직접 무대에도 오른다.
송영주는 "기존 음반의 성격이나 색깔을 바꿀 생각은 없다. 편곡의 라인이 워낙 좋다"고 말했다. 다만 공연 무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클래식 전용홀이라 마이크 소리가 최적화된 곳은 아니다"라며 "앨범 분위기에 맞춰 어쿠스틱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클래식음악과 재즈음악의 균형이 잘 잡혔다. 버클리 음대,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한 송영주는 "맨해튼 음대, 줄리아드 음악원은 클래식 프로그램과 함께 재즈 프로그램이 잘 잡혀있고 둘의 사이도 좋다"고 확인했다.
"클래식 트럼펫을 공부하면서 재즈 빅밴드에 참여를 할 수 있고, 재즈 보컬도 클래식 발성을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다. 잘 열려 있지. 클래식음악가와 재즈 연주자가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 같은 프로그램이 자주 더 있었으면 한다."
스스로도 클래식음악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재즈의 기본적인 톤이나 테크닉도 클래식음악을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클래식적 배경이 있더라도 테크닉적으로 재즈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톤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재즈를 처음 공부할 때는 흑인의 느낌이 좋아서 클래식 접근법을 버리려고도 했다. 근데 듣고 자라온 음악 환경이 애초부터 다르더라. 클래식 배경이 오히려 내 색깔을 만들었지. 나를 나로 만드는데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그걸 인정하게 됐다."
클래식음악을 공부하면서도 밴드 세션에 참여하고, 인기그룹의 해외 투어도 따라다녔다. 진작 그녀의 마음속에는 재즈 음악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선생님도 쇼팽을 팝송처럼 친다고 그러더라. 호호. 긴 드레스를 입고 독주하는 순간에 희열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남의 옷처럼 느껴졌다. 재즈가 너무 좋은 것이 간편하고, 편안하다. 밴드와 즉흥적으로 합도 맞춰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재즈를 만나 다행이다."
2005년 정규 1집 '터닝포인트'로 단숨에 재즈 신의 기린아로 따오른 송영주는 클래식 연주자뿐 아니라 대중음악가들과 작업하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김동률, 보아, 규현, 윤하, 비 등이 선호하는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던 2010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주립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공부하면서 현지 무대를 두드렸고 블루노트에서도 공연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았다. 음반을 1년에 한번씩 내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세션으로 여러 뮤지션과 작업하면서 정말 바쁘게 살았다. 물론 감사한 기간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갈 수 있는 건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충천의 마음으로 결심을 했다."
"프로페셔널로 한국에서 6, 7년 동안 활동하다보니 뉴욕 재즈 신에 도전하고 싶었다. 선배가 없으니 물론 힘들었지. 거창한 개척 정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좀 더 경험을 쌓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때부터 고생이 시작됐다. 학생 신분도 아니고 나이도 많고 외롭고.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다. 일도 없고, 날 찾아주는 사람도 없고, 수입도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그런데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블루노트에 서 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2012년 블루노트에 설 때에도 현지에서 반신반의했지만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여름까지 다섯번 이 무대에 올랐다. 2014년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부름을 받은 것이다. 올해 1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재즈 클럽 '블루웨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 한국에서 재즈는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하는 장르다. 물론 지원해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대중음악이 아니니 취향을 타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잘하는 후배들이 안타까워서 조금 더 노력하는 거지."
작년 10주년 앨범 '리플렉션' 발매 이후 "여유로워졌다"며 웃었다. "열심히, 성실히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모아놓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좀 더 '나를 믿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12일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자신의 트리오와 공연하는 송영주는 앞서 김지연과 협업하는 이번 무대가 재즈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조금이나마 깨지는 순간이 되기를 바랐다.
"'재즈'하면, 시끄럽고 자유롭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더라. 이해한다. 우리 부모도 내가 재즈를 한다고 처음 말했을 때 '왜 그런 음악을 하니?'라고 물었으니. 클래식음악과 재즈가 만났을 때 물과 기름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다. 김지연씨가 열려 있는 분이니 더 기대된다."
'김지연의 밸런타인 프러포즈'. 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앙상블 '솔리 판 투티'도 힘을 싣는다. 3만~10만원. 아트앤아티스트. 070-8879-8485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