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노래합니다"

  • 권승준 기자

입력 : 2016.02.01 03:00 | 수정 : 2016.02.29 16:05

전국 투어 나서는 가수 이미자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무대 서겠다 다짐… 이번엔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

가수 이미자(75)는 2년 전 데뷔 55주년 기념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며 문득 생각했다. "내일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 새싹처럼 돋아난 생각이 점점 자라 머릿속을 온통 채웠다. 작년, 그는 결심했다.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 서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5년마다 큰 공연을 열었던 관례를 깨고 오는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서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이미자는 "제겐 오늘만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엔 디너쇼나 지방 공연 할 때도 항상 '이 무대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노래합니다'라고 말해요. 그럼 관객들이 눈물을 글썽이는데, 그걸 보면 짠하고, 죄송하죠. 그래서 힘닿는 대로 1년에 한 번이라도 큰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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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는 지금도 매주 두번씩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손질한다. "가수는 사람들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김지호 기자
2년 전 공연과 같은 걸 보여줄 순 없다는 마음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 57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지휘자 이경구가 이미자의 명곡을 그에 맞게 편곡한다. 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가곡도 부른다. "이렇게 (클래식음악가들과) 공연해본 적이 없어서, 저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잘되면 아주 잘되고, 망하면 완전히 망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작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공연을 보면 '정석(定石)', 딱 두 글자가 떠오른다. 노래에 관한 한 타협이 없다. "음반에 녹음한 그대로 부르는 게 가수가 할 일입니다." 그가 멜로디나 박자 하나도 원곡 그대로 부르는 걸 고집하는 건 "노래가 가진 원래 감정과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 그게 가능한 것은 타고난 목소리 덕분이다. 젊을 때와 비교해도 호흡과 발성, 고음에서의 성량에 큰 차이가 없어서 대학교수가 그의 성대를 연구 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본인은 "오히려 중간 음역대의 소리가 매력이 없다"며 아쉬워한다.

타고난 재능을 허비하지 않고, 고이 간직했다 써야 할 때만 썼기에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규칙적으로 생활할 뿐 아니라, 외출도 되도록이면 삼간다. "가수가 무대 바깥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면, 불필요한 구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인터뷰할 땐 신라호텔 커피숍을 이용하는데, 그때도 꼭 기둥 뒤 구석자리에 앉는다. 공연 때마다 이택림씨를 사회자로 섭외하는 것도 "그가 참 바르게 살고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절제하고 살면서 내놓은 음반이 560장, 발표곡은 2069곡. 웬만한 가수 서너명을 합쳐야 나올 대기록이다. "이젠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3년 뒤 데뷔 60주년까지 목소리가 잘 나오면 그땐 신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음악가에게 곡과 가사를 받으며 작업 중이에요. 팬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하면 허투루 할 수 없거든요."

공연은 오는 19~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5월까지 부산, 대구, 김해,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다. 문의 1566-2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