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YB 배우 버전 따로 무대, 20년 롱런 연극 '날보러와요'

  • 뉴시스

입력 : 2016.01.28 09:36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가 20주년을 맞았다.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신랄하게 파헤친다. 소재의 잔혹성과 선정성, 괴기스러움 등이 수사과정의 미스터리적 구성과 섞여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극 전체를 휘감는 풍자적이고 이중적인 상황전개와 배우들의 위트가 더해지면서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작·연출가인 김광림은 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20년 전 초연이 끝난 장면을 기억한다. 공연 반응이 어떠할 지 공연 전에 두려웠다. 끝나고 올라오던 뜨거운 열기 같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연우무대가 1996년 2월 문예회관소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첫 공연부터 약 10년간 작가 김광림이 연출까지 맡았다. 이후 박광정의 연출로 두 차례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이 공연의 조연출을 맡았던 변정주 연출이 2006년부터 이어받아 작년까지 꾸준히 공연을 해왔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차례로 살해됐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살인사건이다.

김광림은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실을 찾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고르기아스는 '진실을 찾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유다. 범인을 잡자든지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다든지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최근 따듯한 이웃의 향수를 자극한 tvN '응답하라 1988'와 비슷한 시기지만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김광림은 "'응답하라 1988'은 가끔 봤는데 시대의 따듯함이 잘 묻어나더라. '날보러와요'는 형사반 안의 의리 등이 들어가 있지만 그걸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그것과는 다르게 관객들이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을 위해 취재하고 현장 조사할 때 늘 가진 생각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과 희생자들이다. 그 희생자 주변에 많은 피해자…. 형사들도 피해자이고. 사건 하나에 굉장히 피해자가 많았다. 이 억울한 죽음, 희생들, 이런 것이 어떻게 하면 개선될까 늘 생각을 해왔다. 취재에 응해준 형사도 죽은 사람에 대해 묵념하고 기도하고 했다. 20년이 지났는데도 이 상황이 개선이 안 된 것이 가슴이 아프다."

국립극단과 날보러문화전문회사가 손잡은 이번 20주년의 의미는 무엇보다 출연진을 OB·YB 팀으로 나눈 점이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10주년 기념공연을 끝으로 작품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던 초연 멤버부터 10주년 공연까지 출연한 배우들이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거 참여한다.

권해효(김 형사), 김뢰하(조 형사), 유연수(박 형사), 류태호(용의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연극의 사내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은 이대연은 수사팀을 책임지는 김 반장으로 합류했다.

김광림은 "공연을 하면서 컴퓨터를 뒤져 보니 버전이 10개 정도 되더라. 배우들이 대본의 허점을 찾아내고 찾아내서 이번 공연이 최종본이 됐으면 한다. 20년 동안 배우들의 연기력이 향상됐고 호흡이 잘 맞는다. 대본의 빈 구석도 빠지지 않고 채워져 초연보다 훨씬 원숙한 공연이라고 생각하다"고 자신했다.

권해효는 30대 초반에 맡았던 역을 50대 초반인 지금 다시 연기한다. "OB 형사팀 평균 연령이 52세다. 박 형사(만 50세 유연수)가 막내다. 처음에 김광림 선생님 전화 받고 당황했다"며 웃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초반 연극할 때였다. 내한공연 오는 외국 공연을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이 나이든 배우들이었다. 같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련해지는 배우들을 보면서 말이다. 같이 대학로에서 20년을 지내온 동료 선후배들이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봐주지 않을까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대연은 "20년 만에 한 동창회 같다"며 즐거워했다.

YB팀은 손종학(김 반장), 김준원(김 형사), 김대종(박 형사), 이원재(조 형사), 이현철(용의자)로 꾸려졌다. 변정주 연출이 지휘한다. OB팀과 YB팀은 서로 옆 연습실에서 따로 연습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같다. 하지만 세세한 연출이 다르다. 특히 극에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제외하고 곡 쓰는 것과 사운드 디자인 등 차별점이 있다.

변 연출은 "10년을 한 선생님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10년을 작업했는데 이번에 함께 해서 영광"이라며 "이번에 커닝도 하고 옆에 연습실 가서 참조도 하고 했다. 의외로 선배들도 우리 연습실에 와서 보고 갔다.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OB팀과 억지로 다르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본의 본질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까 노력을 했다. 하지만 조명 디자인도 2가지다. 무대는 하나지만 음향 디자인도 다르다. 스태프들이 같아 그들이 고생이지. YB의 리듬과 OB의 리듬과 에너지가 어쩔 수 없이 다르다"고 전했다.

권해효와 같은 역을 연기하는 김준원은 "연극이라는 건 잘 몰랐을 때 '날보러와요'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선배들이 엄청 크게 보였다"며 "메시, 호날두가 있는 그라운드에서 이승우가 유소년에 있다가 같이 골 차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2월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OB팀 이항나(박기자) 황석정(남씨부인) 공상아(미스김) 차순배(친구, 우철), YB팀 우미화(박기자), 이봉련(남씨부인), 임소라(미스김), 양택호(친구, 우철)

프로듀서 홍윤경, 음악 이나리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구근회, 의상디자인 백지혜. 2만~6만원. 프로스랩. 02-39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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