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재즈도전…나윤선 협연 '평창 겨울음악제'

  • 뉴시스

입력 : 2016.01.27 17:17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7)가 '2016 평창 겨울 음악제'에서 재즈스타 나윤선(47)과 협연한다.

정경화는 27일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서울 호텔에서 열린 '평창 겨울음악제' 간담회에서 "올해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재즈를 다루는 것"이라며 "나윤선 선생이 노래하는 걸 처음 직접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뉴욕(줄리아드 음악원 유학 당시)에서 엘라 피츠제럴드, 레이 찰스, 오스카 피터슨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 선생 목소리에 놀랐다. 당시 자리에 있던 외국인 멤버들도 기가 막히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나윤선과 '대관령 국제음악제' 공동 예술감독 정경화는 어느 리셉션에서 만나 친분을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또 다른 공동 예술감독이자 정경화의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72)와 나윤선은 월간 '객석'과 공동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정경화는 "클래식 분야도 무엇을 준비하려면 몇십년을 두고 해야 한다. 갑자기 진행되면 내게 와서 판소리를 하라는 기분이지. 나 선생이 강의를 하는 걸 듣고 친근감이 생기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창 겨울음악제를 함께 하자고) 용기를 냈다. 준비를 하고 있으니 기대를 해도 된다"며 즐거워했다.

2월 25~2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과 용평리조트 그랜드볼룸에서 펼쳐지는 평창 겨울음악제는 아시아적 음악축제로 성장한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겨울버전이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을 준비하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의 올림픽 특구사업의 하나다. 대관령국제음악제와 마찬가지로 첼리스트 정명화·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예술감독으로 나선다. 12년간 개최된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음악 애호가들뿐 아니라 겨울 리조트를 찾는 젊은 관객과 관광객을 겨냥, 연주자 섭외부터 여름 시즌의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차별화를 꾀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정통 클래식은 물론, 대중의 친숙한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재즈 중심의 '재즈 플러스', 클래식 마라톤 연주회를 내세웠다.

2월25일 오후 9시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전체 페스티벌의 오프닝 무대는 나윤선이 맡는다. 그녀와 9년째 호흡을 맞추는 기타리스트이자 '나윤선 콰르텟' 멤버인 스웨덴 출신 울프 바케니우스가 함께 한다. 특히 정경화가 이날 처음 재즈 연주에 도전을 해 눈길을 끈다.

정경화는 "완전히 첫 경험이다. 나 선생과 케미스트리가 맞아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의심도 없다. 내가 얼마만큼 잘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겠다"며 웃었다. "70년대 유럽에서 연주를 처음 시작했을 때 대가와 연주는 문제가 없었다. 대단한 지휘자들은 잘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을 하고 지금 나 선생에게 매달리고 있다. 이제 못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 나가서 뭐를 내놓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인생은 짧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는 과정이다."

나윤선은 "새롭게 시작하는 평창 겨울음악제에 초대돼 너무 기쁘다"며 "재즈와 클래식으로 꾸며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다"고 전했다. "해외 페스티벌에는 재즈와 클래식을 섞는 것이 많다. 평창이 그런 시도를 통해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것 같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한다. 클래식계 거장 두 분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페스티벌이라 더 감사한데 앞으로 클래식, 재즈 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정경화와 협연에 대해서는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그런 소중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한다"며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지 생각을 못했는데 훨씬 더 부담이 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과 함께 해 벅차다"고 설레했다.

정경화와 두 곡을 연주한다. "한곡은 굉장히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다. 또 다른 곡은 울프가 정경화 선생님의 연주를 동영상를 통해 봤나보더라. 사실 이번에 유럽 공연 일정이 있어서 오기 힘들었는데 무조건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경화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다. 클래식음악과 라틴이 섞였는데 선생님의 놀라운 즉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 그런 시도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모든 음악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는 나윤선은 세계 곳곳에서 재즈 공연을 하면서 "놀란 것은 재즈 음악이 서는 무대가 클래식 연주 무대도 많다는 점"이라고 알렸다. "미국 같은 경우 링컨센터 옆에 재즈 앳 링컨센터가 있다. 미국이 재즈 종주국이기는 하지만 클래식음악 역사는 오래 됐다. 재즈는 20세기 초반이라 비교는 못하지만 같은 곳에서 연주가 되고, 두 장르를 연주하는 음악 페스티벌도 많다. 재즈 역시 클래식 음악에서 많이 차용을 한다. 물론 다르지만 두 가지 음악이 완전히 다른 장르라 할 수 없는 것 같다. 이자크 펄만도 재즈 음반을 냈고 라벨, 스트라빈스키도 재즈 음악을 좋아했다. 클래식은 악보가 있는 음악, 재즈는 악보가 없는 음악이지만 뿌리는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조성진의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클래식 국제콩쿠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2월 26일과 27일에는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들의 무대로 꾸며진다.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대회다. 러시아의 문화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4년마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성악의 네 부문으로 나눠서 열린다. 각 부문 6명의 파이널리스트들이 수상자이고 그 중 1명이 그랑프리를 받게 된다.

이번 음악제에는 2015년 전체 그랑프리이자 성악 1위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첼로 1위 안드레이 이오누트 이오니처, 바이올린 4위이자 최우수 협주곡 특별상 수상자인 클라라 주미 강, 첼로 5위 강승민, 피아노 4위이자 모스크바 평론가협회 투표 최고상 수상자인 뤼카 드바르그가 무대에 오른다. 이 중 간바타르, 이오니처, 드바르그는 한국데뷔 무대다. 특히 드바르그는 11세에 독학으로 피아노를 시작, 17세에는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하며 정식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독특한 해석과 자유분방함으로 우승자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 정명화는 "수상자들을 팔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평창 겨울음악제가 평창 동계올림픽만을 알리기 위한 문화행사가 아닌,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자신이 '돌직구 발언'을 한다는 정경화는 "예술적인 부분의 받침이 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아티스트들 재주는 대단하다. 조성진(쇼팽콩쿠르), 임지영(퀸엘리자베스콩쿠르), (미국 국적의 한인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리스텔 리(시벨리우스 콩쿠르) 등 한 나라에서 이렇게 국제적으로 1등을 하는 건 드물다. 페스티벌을 지탱하고 레벨을 높이려면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창 겨울음악제를 주관하는 강원문화재단 김성환 이사장은 "당연히 앞으로도 이어나가길 희망한다"며 "대표적인 국제음악제로 자라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콘서트는 총 2회로 예정됐다. 26일은 차이콥스키 수상자들의 독주 또는 실내악 무대다. 27일에는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수상자들의 협연 무대를 꾸민다. 양일 모두 실제 연주시간만 2시간30분을 넘는 마라톤 연주회다.

26일에는 드바르그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와 쇼팽 발라드 4번을 들려준다. 드라르그는 이오니처와 함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도 선보인다. 클라라 주미 강과 드바르그, 이오니타가 함께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도 기대를 모은다. 간바타르의 그리그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중 '실례합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등도 준비된다.

27일은 협주곡의 밤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드바르그,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강승민,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더블 협주곡을 클라라 주미 강과 이오니처가 협연한다. 간바타르는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야 이 도시의 만능 해결사',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중 '그녀의 빛나는 미소는' 등의 아리아를 무대에 올린다.

26~28일 예정된 재즈플러스 연주회는 용평리조트에서 열린다. 모던 탱고의 거장 카렐 크라엔호프와 후앙 파블로 도발 듀오와 유대 전통음악인 클레즈머의 선두주자인 데이비드 올로프스키 트리오가 꾸민다. 카렐과 후앙 듀오는 반도네온과 피아노로 구성된 모던 탱고 연주자다. 올로프스키 트리오는 클라리넷, 기타,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팀이다. 27일에는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게스트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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