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이러니 관객 마음 훔칠수밖에…'맘마미아' 소피

  • 뉴시스

입력 : 2016.01.19 09:51

뮤지컬배우 박지연(28)은 무대 위에서 힘껏 노래하고 힘껏 연기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힘을 다해 말하고 힘을 다해 웃는다. 감정을 오롯히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 속 박지연의 '소피'도 그래서 다르다. 2010년 1월 '맘마미아!' 오디션에 합격한 뒤 5월 경기 이천에서 데뷔한 그녀는 이전까지 뮤지컬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연기과 학생이었다.

그녀의 소피는 그런데 반짝반짝 빛났다. 아빠 없이 성장한 스무살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와 결혼을 앞두고 아빠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에게 결혼식 초청장을 보낸다. 긴 웨이브 머리에 사랑스런 얼굴로 몸 곳곳에 유쾌한 에너지를 싣고 그룹 '아바'의 음악에 몸을 맡긴 채 긍정의 에너지를 흩뿌리는 소피는 박지연 그 자신이었다.

이후 창작뮤지컬 '미남이시네요'를 시작으로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고스트', '원스' 등에 출연하며 보기 드문 20대 여성 뮤지컬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 특히 '레미제라블' '고스트' '원스'는 라이선스 초연이었다.

소피로 돌아온 건 2012년 전국 투어 이후 4년 만. 그간 무럭무럭 자라난 박지연은 "다시 출연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가슴이 설렜다"며 신나했다. 이번 작품은 박지연을 비롯해 최정원, 남경주 등 베테랑과 신예를 가릴 것 없이 모두 오디션을 치렀다.

"행복한 작품이다 보니, 그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즐겁게 하고 싶다. 이번에 소피가 트리플 캐스팅이다 보니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내 자신에게 시간을 주면서 여유롭게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에 대본을 보니 눈물이 났다. "처음 소피를 했을 때는 어렸던 것 같다. 이제는 사랑을 더 해봤고, 엄마와 떨어져 있었고 점점, 결혼날 나이가 가까워졌고. 호호." 소피의 또 다른 캐릭터 특징은 엄마 '도나'와 주고 받는 시너지 효과다.

박지연이 같은 뮤지컬에 다시 출연하는 건 '레미제라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애절한 넘버 '온 마이 오운'으로 유명한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은 한국에서 박지연이 유일하다.

"'레미제라블'은 열심히 달려가는 느낌이 컸다면, '맘마미아!'에서는 더 진솔해질 것 같다. 소피는 좀 자신을 알고 난 뒤 결혼하고 싶었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지는 거지. '맘마미아!' 속 대사들은 진짜 우리 삶에서 실제로 하는 대화들이다."

'댄싱퀸' '허니허니' '머니머니머니' 등 스웨덴의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 나라 440개 도시에서 6000만 명 이상을 모았다. 한국에서는 초연 이후 지금까지 서울 포함, 33개 도시에서 1400여회를 공연해 17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2013년 말 월드투어 팀이 내한공연을 하기도 했다.

박지연이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온 만큼 소피에 대한 주변과 관객들의 기대도 커졌다. "지금의 내가 그 때보다 신선함이나 상큼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화의 깊이가 더 생겼을 것이다. 특히 한 작품을 한번 출연하는 것으로 끝냈으면 못 느꼈을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커졌다."

'맘마미아!'는 물론 즐겁고 신나는 뮤지컬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는 하다. 하지만 "소피와 도나의 갈등, 또 소피와 아빠의 갈등 사이에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깊이가 보이더라. 다시 맡게 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한 작품을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이다.

장기 공연에 많이 출연한 이유도 있지만, 1년에 한편 꼴로 또래치고는 출연 목록이 많지 않다. 그래서 캐릭터 하나하나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반영된 듯하다. "무엇인가 만들어내려고 했다. 2010년 일곱번째 소피였지만, 다른 소피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고. 그 다음 작품은 모두 다 초연이었다.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간다."

무엇보다 뮤지컬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스트'와 '원스'로 사랑과 음악에 대해 배웠고, '레미제라블'로는 사회적인 시각에 대해 배웠다. '맘마미아!'는 친구나 가족을 바라보는 의미를 되새기게 해줬지."

이번 '맘마미아!'를 통해서는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는 막내였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 있어 박지연의 소피를 조금 더 구체화시키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요령도 없었지. 이제는 조금 더 모서리도 꺾이고 요령도 생겼다. 소피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성숙해졌다. 소피 역시 그렇게 변해있지 않을까."

김문정 음악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것도 '맘마미아!' 출연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감독님과는 '레미제라블' '원스'도 같이 했는데 선생님, 엄마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른다."

안정된 가창력이 일품인 박지연에게 음악은 무엇보다 뮤지컬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이번에는 최고의 베이시스트인 서영도 삼촌도 함께 한다. 음악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제일 행복하다. '레미제라블'은 감정이 음악보다 더 나아가서 힘들다. 음악에 맞선다고 해야 하나. 근데 '맘마미아!'는 같이 리듬을 타고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뮤지컬마다 음악 매력이 다 다르다."

뮤지컬계에서 '짝사랑'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절절함의 에포닌을 끝내고 바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소피를 연기해야 한다. "'레미제라블'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원캐스트인데 비장하고 우울해서 끝내고 나면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레미제라블'을 끝내면 성취감과 함께 아쉬움이 가장 클 것 같다.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아서 부상이 많이 생기는데 끝까지 건강히 잘 마치고 밝은 소피를 보여주고 싶다."

이미 중요한 뮤지컬 여우군에 속했지만 박지연의 장점은 매년 유망주로 다시 지목된다는 것이다. 올해도 공연전문 '객석'이 뽑은 유일한 뮤지컬 기대주다. "항상 신선한 배우이고 싶다. 10년 동안 스무살 소피를 연기해도 신선할 수 있는!? 무엇보다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어서 좋다."

뮤지컬을 향한 애정은 데뷔할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는데 "그때보다 더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는 여유가 감지된다. 즐길 수 없는 마음도 동시에 든다. 박지연이라는 이름 석자에 쌓여온 기대감에 비례한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이다. "뮤지컬 한편을 사람에 비유하면, 출연하는 건 결국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만나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더 깊어지는. 말도 점차 잘 통하고 이제 말 많이 안 해도 알 수 있는.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 것처럼. 뮤지컬 하나하나 역시 마찬가지다."

박지연은 소품이지만 직접 작곡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손을 사용하는 만들기도 좋아한다. 대학 때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해 편집을 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한참 모자라지만 배우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출님이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할 때 굉장히 재미있다. 그걸 받아서 단순히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문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무엇을 만들어가는 것을 놓지 않고 싶은 이유다. 뮤지컬에서 제일 중요한 건 큰 그림을 이해하는 거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는 것이 편하고. 그런 부분을 위해 더 노력해나가야지."

이번에 소피 역은 트리플 캐스팅이다. 박지연과 함께 '소녀시대' 서현(25), 김금나(28)가 나선다. 모두 20대 여우들이다. "'맘마미아!'는 좀 더 좋은 뮤지컬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 같은 20대 또래 배우들에게. 또래 배우들이 더 많이 풍성하게 활동했으면 한다." '레미제라블'을 통해 만난 또래 배우인 이예은, 이지수와 우정이 그래서 중요하다며 웃었다. 이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틈틈이 만나 연기뿐 아니라 일상의 고민도 함께 나누고 있다.

요즘 들어 주변과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커졌다. "누군가로 인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레미제라블'을 통해서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로 인해 마음이 각별해졌고 '맘마미아!로 인해서는 엄마를 비롯해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박지연은 무대든 일상이든 마음을 뭉근하게 데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피가 사람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2월24일부터 6월4일까지 샤롯데시어터. 도나 최정원·신영숙, 타냐 전수경·김영주, 로지 이경미·홍지민, 소피 박지연·서현·김금나, 샘 남경주·성기윤, 해리 이현우·정의욱, 빌 오세준·호산. 프로듀서 박명성, 국내 협력연출 이재은, 국내 협력 음악감독 김문정, 국내 협력 안무 황현정. 6만~14만원. 신시컴퍼니·롯데엔터테인먼트·인터파크티켓.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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