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든 스타… 그림도 빛날까

  • 정유진 기자

입력 : 2016.01.19 03:00 | 수정 : 2016.02.29 14:44

[미술하는 연예인 '아트테이너' ]

데이비드 보위·하정우·나얼 등… 미술 대중화에 기여한단 시각도
"유명세 아닌 실력 인정받아야"

"미술은 내가 평생 도전하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지난 10일 세상을 떠난 영국의 록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에게 미술은 넘고 싶은 산이었다. 음악의 길을 걷기 전, 런던 크로이던 예술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보위는 영국 유명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와 공동으로 회화 작업을 했으며 2013년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전시도 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뒤 전 세계의 현대 미술가들이 그를 애도하는 작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연예계에는 미술을 자신의 표현 매개로 삼는 스타가 많다. 미국 미술잡지 아트넷은 '2016년 미술계 10가지 예측'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셀러브리티(유명인) 작가가 나올 것'이라 했다. 이어 '더 많은 유명 스타 컬렉터가 나올 것'이라고 썼다. 연예인들이 작가나 수집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추세가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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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린 유화 작품을 배경으로 앉은 배우 하정우. 국내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로 꼽히는 그는 몇 년간 미술 전시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네스프레소 제공
연예인이자 동시에 붓을 잡는 스타를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의 합성어)'라고도 한다. 국내에는 배우 하정우가 있다. 2003년부터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한 그는 한국, 미국, 홍콩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하정우는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네스프레소 주최 전시회를 통해 신작 10여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술관과 대중 스타의 협업 전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를 진행했다. 조영남, 솔비, 이혜영, 나얼 등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스타들의 미술 진출은 낯설지 않다. 영화배우 조니 뎁·제임스 프랭코, 가수 폴 매카트니·토니 베넷 등이 대표적이다.

미술평론가 이선영씨는 "연예인의 미술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대중이 미술에 쉽게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신수진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은 "예술은 최소 한 세대(30년) 이상의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힘을 길러야 작품 세계의 차별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또 "연예인이 작업을 할 때는 작품보단 유명세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작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