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큰 아이의 '우주 여행'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6.01.19 03:00 | 수정 : 2016.02.29 14:46

팝 아티스트 마리킴 개인전

그림 속 여자아이가 막 전시장 밖으로 튀어나온 것만 같다. 마스카라 잔뜩 발라 말아 올린 눈썹, 무릎 위까지 짝 달라붙는 부츠…. 포즈를 취해 달랬더니 손을 잘록한 허리에 올려 모델 포즈를 했다. '작가'라기보단 '연예인'에 가까운 풍모. 실제로 얼마 전 상하이 전시 땐 중국 연예 매체들이 가득 왔다며 깔깔 웃는다. 미술계의 별종으로 통하는 팝 아티스트 마리킴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4년 만에 개인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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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큰 만화 캐릭터처럼 생긴 ‘아이돌(Eyedoll)’ 작품 앞에서 모델 포즈를 취한 작가 마리킴. /김미리 기자

미술 시장에서 거래될지라도 '작품'은 '상품'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 미술판에서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너무 가볍고 상업적"이란 비판엔 "내 이미지 또한 작품"이라고 쿨하게 받아친다. 이 '사차원 작가'는 2007년 우리 미술 시장이 호황을 맞았을 때 만화 캐릭터처럼 눈이 큰 여자아이를 그린 그림 '아이돌(Eyedoll)'로 반짝 떴다. 무한 복제된 '아이돌'들은 표정과 눈은 그대로인 채 복장만을 달리해 끊임없이 변주(變奏)한다. 군복부터 샤넬 가방까지, 은하철도 999부터 헬로키티까지 소화한다. 눈은 만화경 같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며, 작가는 그 변화무쌍한 세상을 변화하는 아이돌의 겉모습에 담았다. 연예인 같은 작가는 실제로 연예인을 만나 인지도를 단박에 끌어올렸다. 2011년 2NE1의 앨범 표지 작업과 뮤직 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됐다.

이번 전시 제목은 'SETI'. 나사(미 항공우주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약자. 우주와 만나 추상화된 캐릭터 등 190여점이 전시됐다. 2월 24일까지.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