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무티 "시카고 심포니, 온화할 수 있는 바위"

  • 뉴시스

입력 : 2016.01.14 09:43

'명장'으로 통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5)가 12년 만에 내한한다. 올해로 125주년을 맞이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와 함께 한다. 세계 최강 사운드를 낸다는 이 악단의 음악감독이다.

2013년 CSO의 첫 내한공연에 참여하지 못해서 한국 클래식 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그는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시카고 심포니는 견고성에 있어서는 마치 바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온화할 수 있는 그런 바위처럼 매우 탄탄한 오케스트라"라고 자신했다.

필라델피아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각 오케스트라에는 그 자체 사운드가 있다며 "훌륭한 오케스트라, 좋은 오케스트라에는 단원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사운드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단원 모두가 CSO 일원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렸다. "단원들은 CSO가 절대적인 질(quality)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이 모든 연주가 완벽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단원들은 완벽에 가까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티 개인으로는 네 번째 내한이다. 앞서 1985년 필라델피아, 1996·2004년 라 스칼라 필하모닉을 이끌고 한국 팬을 만났다.

1941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CSO 음악감독 겸 빈 필 명예단원이다. 1967년 청년 지휘자를 시상하는 귀도 칸텔리상을 받았다. 1972년 클렘페러의 후임으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다. 이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예술 감독을 맡았다. 1987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다. 2005년 스칼라 사임 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약하다가 2010년 5월 CSO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CSO와 인연을 맺은 건 훨씬 앞선다. 무티는 1973년 라비니아 페스티벌 데뷔에서 CSO를 처음으로 지휘했다. 1975년 다시 이 악단을 다시 지휘한 바 있다.

"내가 기억하는 1973년 당시 오케스트라는 매우 강하고 파워풀한 오케스트라였다. 환상적인 오케스트라였다. 프리츠 라이너 시절의 기적이었다. 30년 뒤인 2007년 다시 돌아왔을 때는 특급의, 하지만 좀 더 탄력 있고 섬세하고 유연한 오케스트라가 돼 있었다."

미국인들은 항상 시작과 신혼여행에 대해 얘기한다. 무티는 "5년간의 음악감독을 통해 여전히 신혼여행 중인 것처럼 느낀다"며 "단원들이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을 기뻐하는 것을 느끼고 나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으로 인해 지극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카고 심포니는 창립 125주년을 기념, 아시아 투어를 벌인다. 총 4개국 5개 도시에서 10회 공연한다. 15일 타이완 타이페이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거쳐 28,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CSO 같은 역사적인 단체의 지속적인 아시아 방문은 의미가 있다. 무티는 "아시아의 청중들이 매우 젊고 음악에 헌신한다는 사실은 세상과 특히 문화적으로 얘기하는 아주 오래된 나라 출신이자, 이탈리아 사람인 내게 큰 희망이 된다"고 여겼다.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음악이 매우 중요한 문화적 영적 요소이자 젊은이들의 문화적 교육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동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오케스트라가 설립되고, 음악학교가 세워지고, 환상적인 극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아시아 사람들의 서구 음악 문화를 향한 헌신을 깊이 존경한다. 그래서 음악은 세계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시아의 젊은 사람들이 음악 세계로 나오고 있는 사실이 우리에게 온 세상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준다."

CSO 음악감독 임기가 2020년으로 연장됐다. 남은 임기 동안 "소년소녀들이 어릴 때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지면 그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중요해 진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며 "일단 친숙해지면 클래식 음악이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는 지원되고, 지속돼야 한다. 음악을 가지고 사람들을 섬기고 더 나은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시카고 심포니 내한 첫째날인 28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들려준다. 시카고 심포니 감독으로 장기 집권(1969~1991)하는 동안 게오르그 솔티(1912~1997)가 '시카고 사운드'를 완성하며 남긴 대표작인 베토벤 '운명'을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일가를 이룬 무티가 어떤 색채로 꽃 피울지 관심을 끈다. 일사분란하게 악기군의 특성을 재배열하는 무티의 손놀림이 극치를 이룰 말러 1번 '거인'도 놓칠 수 없다.

둘째날인 29일에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고전적', 힌데미트 현과 관을 위한 협주음악,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이 준비됐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감독 시절 들려준 '고전적' 명석한 해석이 어떻게 영글었을지 기대를 모은다. 아시아 투어에서 같은 곡을 공연하는 일본에서 가장 기대하는 작품이다.

시카고 심포니 라이벌 악단 보스턴 심포니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힌데미트 작품은 라 스칼라 시절 화려한 벨칸토 발성처럼 맑게 울리던 무티의 사운드가 시카고 심포니를 만나 어떻게 발현될 지 설렘을 안긴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1996년 라 스칼라 필과 함께한 이후 20년 만에 한국팬과 다시 만나는 곡이다.

무티는 "첫째로 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들로 구성된 두 개의 프로그램이고 둘째로 이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보여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첫째날 연주하는 말러는 시카고 심포니의 역사와 굉장히 많이 관련된 작곡가들 중 한 명이라며 "여러 음악감독들, 특히 솔티 시절에, 말러에 많은 관심을 줬다. 그래서 그 전통과 연주자들의 자질, 여러 다른 세대의 음악감독을 통해 오케스트라가 갖게 된 경험과 지식 때문에 말러 오케스트라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알렸다.

"아주 많은 한국 출신 아티스트들이 있고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내 다른 지역에도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있다. 하지만 저는 시카고 심포니는 한국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인상을 남겨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지휘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모든 지휘자는 작곡기법을 매우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행히도, 현재는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 나는 작곡을 10년 정도 배웠다. 요즘 젊은 지휘자들은 일반적으로 화성법과 대위법, 관현악 편성법 등을 깊게 연구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포디엄에서 보여지는 쇼와 같은 외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지휘자와 음악감독은 리더, 아버지, 또는 형이 돼야지 독재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믿지만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그들로부터 사랑 받는 것만을 원하는 지휘자, 그것은 제 성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7만~36만원. 빈체로.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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