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08 09:47

"또 다시 짙은 안개가 맨덜리 전체를 집어 삼키려나 봅니다."
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레베카' 2막이 오르자마자 '댄버스 부인' 차지연의 카리스마가 공연장 전체에 거침 없이 드리워졌다.
죽은 '레베카'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가 극에 달한 댄버스 부인, 그녀에게 처음으로 맞서는 '나'(I)가 대표넘버 '레베카'를 마침내 부르기 시작했다. 댄버스 부인이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 '나'가 자신이 모시던 기존 안주인 레베카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고, 심지어 레베카처럼 익사하도록 권유하는 명불허전 장면.
명실상부 차지연은 이번 시즌에 처음 댄버스 부인으로 나섰음에도 "밤바다의 깊은 신음소리가 저주를 부르고"라며 들숨날숨이 긴박하게 싸우듯 노래하는 순간, 이 역에 빙의했다.
레베카 침실의 열린 창문 밖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친다. 곧 이어 무대가 분리돼 침실 무대만 회전하자, 영화의 클로즈업을 사용한 것처럼 두 사람의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차지연은 노래를 연기하듯 한다. 댄버스 부인의 광기를 내로라하는 가창력으로 증명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기교에만 의존하지 않는 셈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비통함, 그리고 한을 품은 그녀의 목소리는 음성 자체만으로도 연기를 한다. 레베카에 대한 집착과 망상으로 나를 위협하는 캐릭터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부산, 광주, 대전 무대에서 다져온 캐릭터를 이날 서울 개막 공연에서 극대화했다. '레베카'는 레베카의 의문사 이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윈터 부인인 '나',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나의 성장담이 뼈대를 이룬다.
이번이 세번째 시즌인 '레베카'의 역대 '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송상은은 이런 '레베카'의 특성을 명확히 한다. 동안의 그녀는 초반에 마냥 연약한 숙녀의 모습이지만, 후반부 스스로 변화했다며 댄버스 부인에게 맞설 때 훌쩍 안방마님으로 성장해 있다. 막심을 레베카의 마수에서 구해내는 것도 그녀다.
'레베카'에서 또 눈여겨볼만 한 건 무대. 레베카의 침실에서 보듯, 내내 살아있는 듯 꿈틀댄다. 막판 맨덜리 저택이 불길에 휩싸일 때도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정승호는 배우처럼 무대도 동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 무대 디자이너다.
초연과 재연 당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골고루 들었던만큼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욕망과 트라우마가 꿈틀거리 때 여전히 마음이 동한다.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유명세가 몹시 부담스러울텐데, 뮤지컬은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막심 류정한·민영기·엄기준·송창의, 댄버스 부인 신영숙·차지연·장은아, 나 김보경·송상은. 총괄 프로듀서 엄홍현, 협력 프로듀서 김지원, 작곡 실베스터 르베이, 극작가 미하엘 쿤체, 연출 로버트 조핸슨, 한국어 가사·대본 박천휘, 음악감독·지휘 김문정. 러닝타임 2시간5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6만~14만원(서울공연). EMK뮤지컬컴퍼니·인터파크 티켓. 1544-1555
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레베카' 2막이 오르자마자 '댄버스 부인' 차지연의 카리스마가 공연장 전체에 거침 없이 드리워졌다.
죽은 '레베카'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가 극에 달한 댄버스 부인, 그녀에게 처음으로 맞서는 '나'(I)가 대표넘버 '레베카'를 마침내 부르기 시작했다. 댄버스 부인이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 '나'가 자신이 모시던 기존 안주인 레베카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고, 심지어 레베카처럼 익사하도록 권유하는 명불허전 장면.
명실상부 차지연은 이번 시즌에 처음 댄버스 부인으로 나섰음에도 "밤바다의 깊은 신음소리가 저주를 부르고"라며 들숨날숨이 긴박하게 싸우듯 노래하는 순간, 이 역에 빙의했다.
레베카 침실의 열린 창문 밖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친다. 곧 이어 무대가 분리돼 침실 무대만 회전하자, 영화의 클로즈업을 사용한 것처럼 두 사람의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차지연은 노래를 연기하듯 한다. 댄버스 부인의 광기를 내로라하는 가창력으로 증명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기교에만 의존하지 않는 셈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비통함, 그리고 한을 품은 그녀의 목소리는 음성 자체만으로도 연기를 한다. 레베카에 대한 집착과 망상으로 나를 위협하는 캐릭터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부산, 광주, 대전 무대에서 다져온 캐릭터를 이날 서울 개막 공연에서 극대화했다. '레베카'는 레베카의 의문사 이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윈터 부인인 '나',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나의 성장담이 뼈대를 이룬다.
이번이 세번째 시즌인 '레베카'의 역대 '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송상은은 이런 '레베카'의 특성을 명확히 한다. 동안의 그녀는 초반에 마냥 연약한 숙녀의 모습이지만, 후반부 스스로 변화했다며 댄버스 부인에게 맞설 때 훌쩍 안방마님으로 성장해 있다. 막심을 레베카의 마수에서 구해내는 것도 그녀다.
'레베카'에서 또 눈여겨볼만 한 건 무대. 레베카의 침실에서 보듯, 내내 살아있는 듯 꿈틀댄다. 막판 맨덜리 저택이 불길에 휩싸일 때도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정승호는 배우처럼 무대도 동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 무대 디자이너다.
초연과 재연 당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골고루 들었던만큼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욕망과 트라우마가 꿈틀거리 때 여전히 마음이 동한다.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유명세가 몹시 부담스러울텐데, 뮤지컬은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막심 류정한·민영기·엄기준·송창의, 댄버스 부인 신영숙·차지연·장은아, 나 김보경·송상은. 총괄 프로듀서 엄홍현, 협력 프로듀서 김지원, 작곡 실베스터 르베이, 극작가 미하엘 쿤체, 연출 로버트 조핸슨, 한국어 가사·대본 박천휘, 음악감독·지휘 김문정. 러닝타임 2시간5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6만~14만원(서울공연). EMK뮤지컬컴퍼니·인터파크 티켓. 1544-1555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