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만을 지휘한 남자, 말러의 곁으로 가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1.04 03:00 | 수정 : 2016.02.29 13:43

지휘자 길버트 캐플런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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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평생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만 지휘한 길버트 캐플런(Kaplan·74·사진)이 지난 1일 오전 2시30분(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암으로 숨을 거뒀다.

뛰어난 출판업자였던 캐플런은 1967년 금융 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를 창간해 청년 재벌이 됐다. 그러나 그보다 2년 전 말러 교향곡 2번 연주를 듣고 말러에 탐닉한 아마추어 음악인이었다. 캐플런은 "일생에 딱 한 번이라도 '부활'을 지휘해보겠다"고 마음먹고 하루에 일곱 시간씩 음악 공부에 몰두했다.

캐플런은 1982년 9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아메리칸 심포니를 지휘, 말러의 '부활'을 처음 연주했고, 빈 필하모닉을 비롯한 세계 60여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탁월한 '말러 전문가'로 우뚝 섰다. 1987년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음반은 당시까지 나온 말러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말러의 메모 500여개를 구해 작곡가의 의도를 끊임없이 파헤치고, 기존 악보의 오류를 400곳 이상 바로잡은 개정판을 새로 내는 등 남다른 열정을 쏟은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