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김창기·김광석… '응팔세대' 울리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12.28 02:19

[뮤지컬 리뷰] 그 여름, 동물원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 관객 절반 이상 중장년층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사진
/더 그룹 제공

냉정한 평자라면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창작 뮤지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물과 시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등장인물이 왜 방황하고 고뇌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 구성에서 허점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청춘기의 한 끄트머리라도 보낸 사람이라면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김연미 작, 박경찬 연출·사진)의 러닝타임 두 시간 동안 분수처럼 치밀어오르는 추억과 회한을 억누르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혜화동')라는 가사 앞에서 눈물을 삼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제야 새삼 깨닫는다. 지적인 오만함이 깃든 관념적 가사가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비대칭의 조화를 이뤘던 그 노래들이 한 시절을 살아온 숱한 청춘의 가슴 위에 촛농이 되어 떨어졌던 것임을.

뮤지컬은 1988년 그룹 결성부터 멤버였던 김광석이 1996년 세상을 떠나고 2003년 마흔 살이 된 김창기가 옛 연습실을 찾아 회고하는 장면까지 담아낸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변해가네'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같은 노래 18곡이 박호산(김광석 역), 임진웅(김창기 역), 김보선(박기영 역) 등 배우들을 통해 되살아난다. 다들 빙의라도 된 듯 뛰어난 노래와 연주 솜씨를 보여준다. 동물원 멤버 박기영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객석 절반 넘게 채운 사람들은 중장년층이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러버린 것일까.

▷내년 1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44-7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