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24 00:40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갈고닦은 실력 맘껏 펼쳐
"까다로운 사중주 하는 이유? 완성도 높으면 성취감은 두 배"
유쾌한 뒤통수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으로 급부상한 '노부스 콰르텟'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 21일 저녁. 출연자 대기실은 조용했다. 함께 모여 "파이팅!"을 다짐하느라 소란할 줄 알았는데 웬걸. 바이올린 김재영(30)·김영욱(26), 비올라 이승원(25), 첼로 문웅휘(27)로 이뤄진 젊은 연주자들은 김밥으로 가볍게 저녁을 때우고 각자 공간에 흩어져 박힌 채 말없이 손 근육을 풀고 있었다. 기획사 담당자가 신나서 귀띔했다. "오늘 앙코르 곡을 아주 많이 준비했어요. 밤늦더라도 끝까지 들어주세요!"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비중이 높은 우리 음악계에서 노부스는 독특한 존재다. 2007년 결성 이후 5년 만에 독일 ARD 국제 음악 콩쿠르 2위에 오르더니 지난해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국내 현악사중주단으론 최초로 우승했다. '신분'도 수직 상승했다. 현존 최고(最高)인 하겐 콰르텟이 소속돼 있는 에이전시와 계약해 질 높은 연주 기회를 잡았고, 내년 3월 첫 음반도 나온다. 하지만 이달 초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갓 귀국한 그들을 만났을 때 이 실력파 실내악단은 "'콩쿠르빨'은 떨어졌다. 실력만으로 헤쳐나가야 할 때가 왔다. 세계 무대에서 진짜 '신인'이 됐다"고 겸손해했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비중이 높은 우리 음악계에서 노부스는 독특한 존재다. 2007년 결성 이후 5년 만에 독일 ARD 국제 음악 콩쿠르 2위에 오르더니 지난해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국내 현악사중주단으론 최초로 우승했다. '신분'도 수직 상승했다. 현존 최고(最高)인 하겐 콰르텟이 소속돼 있는 에이전시와 계약해 질 높은 연주 기회를 잡았고, 내년 3월 첫 음반도 나온다. 하지만 이달 초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갓 귀국한 그들을 만났을 때 이 실력파 실내악단은 "'콩쿠르빨'은 떨어졌다. 실력만으로 헤쳐나가야 할 때가 왔다. 세계 무대에서 진짜 '신인'이 됐다"고 겸손해했다.

이날 연주회는 광활한 무대와의 승부였다. 각 악기 소리가 빠짐없이 전달돼야 하는 실내악 연주의 특성상 1000석 넘는 큰 홀에선 연주를 잘 안 한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2000석이 넘는다. 무대도 오케스트라 단원 수십 명이 들어갈 만큼 넓고 깊다. 오후 8시, 그 커다란 무대에 달랑 4명이 섰다. 좌석은 1700석 넘게 찼다.
현대음악인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로 연 무대는 신선했다. 시간차를 두고 엇갈리게 날아든 4개의 활은 얇고 두꺼운 겹을 층층이 쌓아올렸다. 그리그 현악사중주 1번에서 현 두 개를 동시에 그을수록 영글어가는 소리,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쓸쓸함은 애절했다. 정점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였다. 곡 자체의 탄탄한 구성에 8년간 하루 여덟 시간씩 부대끼며 맞춰온 호흡이 얹히자 청중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현대음악인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로 연 무대는 신선했다. 시간차를 두고 엇갈리게 날아든 4개의 활은 얇고 두꺼운 겹을 층층이 쌓아올렸다. 그리그 현악사중주 1번에서 현 두 개를 동시에 그을수록 영글어가는 소리,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쓸쓸함은 애절했다. 정점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였다. 곡 자체의 탄탄한 구성에 8년간 하루 여덟 시간씩 부대끼며 맞춰온 호흡이 얹히자 청중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설마" 했는데 앙코르를 듬뿍 차려냈다. 프로그램에 없는 3부 공연을 즉석에서 빚어낸 느낌이었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하이든 '새' 4악장, 작곡가 안성민이 편곡한 아리랑,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 4악장을 잇달아 선사했다. 활 없이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면서 크리스마스 캐럴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를 연주할 땐 객석에 웃음이 퍼졌다.
누구나 자기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꿈꾼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콰르텟 스케줄에 맞추느라 오케스트라 협연을 거절했더니 그 후로 다신 안 부르더라"(문웅휘)며 웃었다. 실내악 중에서도 사중주 연주는 까다롭다. 반주 악기의 도움 없이 현악기 4대로만 노래하며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삐끗하면 실력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무시 못한다. 유명한 사중주단 가운데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의 같은 층 방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 그럼에도 꾸역꾸역 사중주를 하는 이유? "좋으니까요. 연주 완성도가 높으면 성취감은 배예요."(김재영)
연주가 끝난 후 공연장 로비는 사인을 청하는 팬들로 그득했다. 평균 나이 27세. '새롭고 신선하다'는 이름 노부스처럼 박수 쳐주고 싶은 도전이었다. 브라보!
누구나 자기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꿈꾼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콰르텟 스케줄에 맞추느라 오케스트라 협연을 거절했더니 그 후로 다신 안 부르더라"(문웅휘)며 웃었다. 실내악 중에서도 사중주 연주는 까다롭다. 반주 악기의 도움 없이 현악기 4대로만 노래하며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삐끗하면 실력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무시 못한다. 유명한 사중주단 가운데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의 같은 층 방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 그럼에도 꾸역꾸역 사중주를 하는 이유? "좋으니까요. 연주 완성도가 높으면 성취감은 배예요."(김재영)
연주가 끝난 후 공연장 로비는 사인을 청하는 팬들로 그득했다. 평균 나이 27세. '새롭고 신선하다'는 이름 노부스처럼 박수 쳐주고 싶은 도전이었다.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