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21 10:22
뮤지컬 '오케피'는 웃음과 감동의 절묘한 화음으로 유쾌한 하모니를 이뤘다. 단원들의 실력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끈끈함으로 따듯한 음색을 내는 잘 빠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 그것이었다.
제목은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이다. 뮤지컬 '보이 미트 걸' 공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연극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첫 뮤지컬이다. 그의 장기는 뮤지컬에서도 여전하다. 공연 내내 쌓인 웃음의 리듬이, 후반부 감동의 클라이맥스에 풍성함을 더한다.
일본 최고 시상식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은 만큼 드라마가 탄탄하다. 다른 쇼뮤지컬보다 연극성이 짙은 것이 '오케피'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첫 라이선스 공연은 '국제시장' '베테랑'의 스타배우 황정민을 닮은 작품이다. 그의 성품이 오롯이 묻어난다. 그는 '오케피' 속에서 단원들을 아우르는 지휘자, 밖에서는 실제 배우들을 아우르는 연출을 동시에 맡고 있다. 2008년 미타니 고우키의 '웃음의 대학'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 출연한 것이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2인극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으로 웃음 검열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이러니한 웃음과 막판에 감동까지 안기는 미타니 고우키의 장기가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뮤지컬'하면 먼저 떠오르는 쇼뮤지컬과 다른, 연극적이면서도 감동의 여운이 있는 뮤지컬도 있다는 걸 한국에 소개하고파서 5년 동안 애정을 쏟아왔다.
2012년 뮤지컬 '어쌔신'을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그는 한층 농익은 연출력을 과시한다. 최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히말라야' 관련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지만, 히말라야를 오르는 심정으로 연출에 매달렸다. 일본적인 코미디 리듬이 묻어나지만 그 색은 줄이고 한국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여지가 있도록 지휘했다.
그보다 쇼뮤지컬 연출에 노련한 연출들은 많다. 그러나 황정민은 배우들의 마음, 스태프들의 마음까지 끌어안고 우직하고 묵묵하게 끌어갈 줄 안다. 이런 성향이 뮤지컬에도 그대로 젖어든다. '오케피'는 익숙한, 무대 위 화려한 배우 이야기가 아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 무대 밑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 이야기다.
무대 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여느 사람들처럼 삶의 지난함에 쫓기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동료의 작은 위로에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난다. 결국 관객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시민 이야기인 셈이다.
지휘자와 콘서트 마스터는 부부지만 별거 중이고, 하프 연주자와 트럼페터 그리고 기타 연주자 등은 사랑 관계로 얽히고설켜있다. 드럼 연주자는 생활고에 쫓겨 대리운전은 물론 다단계에도 손을 댄다. 첼로 연주자는 시장을 보고 연주하러 온다.
'보이 미트 걸'은 엉망인 뮤지컬인데다, 여주인공은 실력도 없으면서 콧대만 높고 브로브웨이에서는 30인 편성인데 12명으로 줄여서 하느라 정신 없다. 하지만 단원들은 공연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성장한다.
개인주의자이던 오보에 연주자는 20년 만에 만난 자신의 딸을 위해 오보에 위주로 편성을 바꿔준데 동의해준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실수 투성이의 피아노 연주자와 같이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오늘 하루만 임시로 들어온 팀파니 연주자가 단원들이 그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연주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인 구성원이라는 걸 깨닫는다. 1막 마지막에 실수한 심벌즈 연주 타이밍을 2막 마지막에는 시원하게 맞춘다. 지휘자 본인은 변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아내를 놓아주고 진짜 홀로서기 할 여유와 용기를 얻었다. 여주인공과 무대감독의 눈치만 보던 그는 마지막에 연결전화도 꺼놓고 마음껏 단원들과 연주한다.
20일 오후 2시 공연에 처음 지휘자로 나선 황정민은 이 역에 인간미를 불어넣는다. 권위는 내려놓고 단원들에게 휘둘리면서도,그들을 진짜 위하는 모습은 인간 황정민과 겹쳐진다. '맨오브라만차' '어쌔신'에 이어 약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는 진짜 신나하며 지휘를 하고 노래를 한다. 18일 개막공연과 19일 두 차례 공연을 책임진 또 다른 지휘자 오만석은 좀 더 능글맞지만, 그 만큼 유려하다.
'오케피'는 배우들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황정민과 오만석 등 스타급 배우들을 포함해 매공연 13명이 탄탄한 조화를 보여준다. 세, 네 주인공 중심이 아닌 10여명의 배우들이 앙상블 구별 없이 팀워크를 이루는 모습은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올해 상반기 또 다른 수작인 '유린타운'에 이어 중대형극장 뮤지컬에서 이처럼 탄탄한 앙상블의 합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감을 전한다.
배우들 면면이 화려한데, 이들은 많지 않은 자기 무대에서 우뚝 홀로 서면서도 다 같이 합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절대 튀지 않는다.
20일 오후 2시 오보에 연주자 김태문은 중심축을 붙잡고, 콘서트 마스터이자 지휘자의 아내 박혜나는 '위키드' '데스노트'의 카리스마를 벗고 코미디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윤공주는 빛나는 외모로 반짝이는 하프 연주자의 아픔도 자연스럽게 꺼내며, 뮤지컬에서 웃음치를 최대치로 끌어내는 바람둥이 트럼펫 연주자 역의 최재웅은 허세와 무게감의 균형추를 절묘하게 맞춘다. 존재감 없는 비올라 역의 김원해는 존재감이 뚜렷했다. 다양한 악기를 소화하는 재주꾼 색소폰 역의 정상훈은 tvN 'SNL코리아' 코미디 연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이밖에 연주는 못하지만 마음은 따듯한데다가 극에서 중요한 역을 담당하는 토끼 '쇼팽'를 키우는 피아노 연주자 송영창의 믿음직스러운 연기를 비롯해 기타의 육현욱, 첼로의 김현진, 드럼의 남문철, 바순의 이상준, 퍼커션의 정욱진 모두 호연한다. 이들은 독주와 협연, 모두 능하다는 걸 증명한다.
린아·최우리·서범석·김재범·황만익·백주희·이승원·심재현·이상준·박종찬 등 더블캐스팅된 이들도 저마다 개성으로 뮤지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화려한 라인업은 황정민의 힘이다.
전형적인 뮤지컬의 서정적 환상성을 품은 서곡을 시작으로 각자 테마가 교묘하게 섞이는 '우리들은 각각의 문제를 안고 연주한다', 탱고와 블루스를 절묘하게 혼합한 '뮤지션의 굳은살에 대한 고찰',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웅장하고 비장한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야'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도 귀에 척척 감긴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더 MC'를 무대 밑 오케스트라 피트 안이 메인 무대 위에 마련된 특별 피트에 자리잡게 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공연 시작과 끝에 그들의 모습이 전면에 드러나며, 배우들 못지 않은 큰 박수를 받게끔 만든다. 일상복에 가까운 무대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모두 멋지게 흰옷을 차려 입고 등장하는 건, 이들에 대한 예의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의 무대 역시 탁월하다. 피트 밑을 연상케 하는 전체적인 콘셉트는 환상과 현실을 모두 아우른다. 메인은 턴테이블 무대로 무대 전환이 거의 없는, 이 무대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부여한다.
종합하면, '오케피'는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은 보는 사람만 본다는 인식이 강한데, 연극성이 강화된 이 작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성과 코믹성을 추동력으로 삼고 음악과 감동이 중심이 된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전한다.
아무리 엉망인 뮤지컬에도 누구나 좋아하는 넘버가 하나 있듯, 어떤 사람에게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메시지는 교훈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성찰이다.
'오케피'에서 제일 웃음이 터지는 넘버 중 하나는 '망해버려 뮤지컬'이다. 노래, 춤 등을 다소 과장시키는 뮤지컬의 특성을 못마땅해하며 트럼페터는 고양이(캣츠), 가면(오페라의 유령), 주사(지킬앤하이드) 등을 풍급하며 인기 뮤지컬을 풍자한다. 인기 뮤지컬배우들이 인기 뮤지컬의 특성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여유와 유쾌함이 느껴지는 순간은 없다. 오케피는 이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 그리고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결국 숨어서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화려한 모습으로 사회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막판, 무대 밑 사람들이 무대 위 뮤지컬 사람들에게 시도하는 '작은 반란'은 유쾌하다. 뮤지컬로 이를 표현하니 뮤지컬이 더 좋아질 수밖에. 미타니 고우키가 '오케피'를 "뮤지컬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 이유가 수긍된다. 뮤지컬을 잘 아는 마니아도, 처음 보는 대중도 누구나 즐길 수밖에. 1석2조는 이럴 때 쓴다.
프로듀서 김미혜, 작가·각색 이희준,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음향디자인 권도경. 2016년 2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5만~14만원. 샘컴퍼니·기업은행·인터파크INT. 02-6925-5600
제목은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이다. 뮤지컬 '보이 미트 걸' 공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연극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첫 뮤지컬이다. 그의 장기는 뮤지컬에서도 여전하다. 공연 내내 쌓인 웃음의 리듬이, 후반부 감동의 클라이맥스에 풍성함을 더한다.
일본 최고 시상식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은 만큼 드라마가 탄탄하다. 다른 쇼뮤지컬보다 연극성이 짙은 것이 '오케피'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첫 라이선스 공연은 '국제시장' '베테랑'의 스타배우 황정민을 닮은 작품이다. 그의 성품이 오롯이 묻어난다. 그는 '오케피' 속에서 단원들을 아우르는 지휘자, 밖에서는 실제 배우들을 아우르는 연출을 동시에 맡고 있다. 2008년 미타니 고우키의 '웃음의 대학'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 출연한 것이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2인극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으로 웃음 검열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이러니한 웃음과 막판에 감동까지 안기는 미타니 고우키의 장기가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뮤지컬'하면 먼저 떠오르는 쇼뮤지컬과 다른, 연극적이면서도 감동의 여운이 있는 뮤지컬도 있다는 걸 한국에 소개하고파서 5년 동안 애정을 쏟아왔다.
2012년 뮤지컬 '어쌔신'을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그는 한층 농익은 연출력을 과시한다. 최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히말라야' 관련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지만, 히말라야를 오르는 심정으로 연출에 매달렸다. 일본적인 코미디 리듬이 묻어나지만 그 색은 줄이고 한국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여지가 있도록 지휘했다.
그보다 쇼뮤지컬 연출에 노련한 연출들은 많다. 그러나 황정민은 배우들의 마음, 스태프들의 마음까지 끌어안고 우직하고 묵묵하게 끌어갈 줄 안다. 이런 성향이 뮤지컬에도 그대로 젖어든다. '오케피'는 익숙한, 무대 위 화려한 배우 이야기가 아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 무대 밑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 이야기다.
무대 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여느 사람들처럼 삶의 지난함에 쫓기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동료의 작은 위로에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난다. 결국 관객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시민 이야기인 셈이다.
지휘자와 콘서트 마스터는 부부지만 별거 중이고, 하프 연주자와 트럼페터 그리고 기타 연주자 등은 사랑 관계로 얽히고설켜있다. 드럼 연주자는 생활고에 쫓겨 대리운전은 물론 다단계에도 손을 댄다. 첼로 연주자는 시장을 보고 연주하러 온다.
'보이 미트 걸'은 엉망인 뮤지컬인데다, 여주인공은 실력도 없으면서 콧대만 높고 브로브웨이에서는 30인 편성인데 12명으로 줄여서 하느라 정신 없다. 하지만 단원들은 공연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성장한다.
개인주의자이던 오보에 연주자는 20년 만에 만난 자신의 딸을 위해 오보에 위주로 편성을 바꿔준데 동의해준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실수 투성이의 피아노 연주자와 같이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오늘 하루만 임시로 들어온 팀파니 연주자가 단원들이 그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연주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인 구성원이라는 걸 깨닫는다. 1막 마지막에 실수한 심벌즈 연주 타이밍을 2막 마지막에는 시원하게 맞춘다. 지휘자 본인은 변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아내를 놓아주고 진짜 홀로서기 할 여유와 용기를 얻었다. 여주인공과 무대감독의 눈치만 보던 그는 마지막에 연결전화도 꺼놓고 마음껏 단원들과 연주한다.
20일 오후 2시 공연에 처음 지휘자로 나선 황정민은 이 역에 인간미를 불어넣는다. 권위는 내려놓고 단원들에게 휘둘리면서도,그들을 진짜 위하는 모습은 인간 황정민과 겹쳐진다. '맨오브라만차' '어쌔신'에 이어 약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는 진짜 신나하며 지휘를 하고 노래를 한다. 18일 개막공연과 19일 두 차례 공연을 책임진 또 다른 지휘자 오만석은 좀 더 능글맞지만, 그 만큼 유려하다.
'오케피'는 배우들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황정민과 오만석 등 스타급 배우들을 포함해 매공연 13명이 탄탄한 조화를 보여준다. 세, 네 주인공 중심이 아닌 10여명의 배우들이 앙상블 구별 없이 팀워크를 이루는 모습은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올해 상반기 또 다른 수작인 '유린타운'에 이어 중대형극장 뮤지컬에서 이처럼 탄탄한 앙상블의 합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감을 전한다.
배우들 면면이 화려한데, 이들은 많지 않은 자기 무대에서 우뚝 홀로 서면서도 다 같이 합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절대 튀지 않는다.
20일 오후 2시 오보에 연주자 김태문은 중심축을 붙잡고, 콘서트 마스터이자 지휘자의 아내 박혜나는 '위키드' '데스노트'의 카리스마를 벗고 코미디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윤공주는 빛나는 외모로 반짝이는 하프 연주자의 아픔도 자연스럽게 꺼내며, 뮤지컬에서 웃음치를 최대치로 끌어내는 바람둥이 트럼펫 연주자 역의 최재웅은 허세와 무게감의 균형추를 절묘하게 맞춘다. 존재감 없는 비올라 역의 김원해는 존재감이 뚜렷했다. 다양한 악기를 소화하는 재주꾼 색소폰 역의 정상훈은 tvN 'SNL코리아' 코미디 연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이밖에 연주는 못하지만 마음은 따듯한데다가 극에서 중요한 역을 담당하는 토끼 '쇼팽'를 키우는 피아노 연주자 송영창의 믿음직스러운 연기를 비롯해 기타의 육현욱, 첼로의 김현진, 드럼의 남문철, 바순의 이상준, 퍼커션의 정욱진 모두 호연한다. 이들은 독주와 협연, 모두 능하다는 걸 증명한다.
린아·최우리·서범석·김재범·황만익·백주희·이승원·심재현·이상준·박종찬 등 더블캐스팅된 이들도 저마다 개성으로 뮤지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화려한 라인업은 황정민의 힘이다.
전형적인 뮤지컬의 서정적 환상성을 품은 서곡을 시작으로 각자 테마가 교묘하게 섞이는 '우리들은 각각의 문제를 안고 연주한다', 탱고와 블루스를 절묘하게 혼합한 '뮤지션의 굳은살에 대한 고찰',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웅장하고 비장한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야'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도 귀에 척척 감긴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더 MC'를 무대 밑 오케스트라 피트 안이 메인 무대 위에 마련된 특별 피트에 자리잡게 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공연 시작과 끝에 그들의 모습이 전면에 드러나며, 배우들 못지 않은 큰 박수를 받게끔 만든다. 일상복에 가까운 무대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모두 멋지게 흰옷을 차려 입고 등장하는 건, 이들에 대한 예의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의 무대 역시 탁월하다. 피트 밑을 연상케 하는 전체적인 콘셉트는 환상과 현실을 모두 아우른다. 메인은 턴테이블 무대로 무대 전환이 거의 없는, 이 무대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부여한다.
종합하면, '오케피'는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은 보는 사람만 본다는 인식이 강한데, 연극성이 강화된 이 작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성과 코믹성을 추동력으로 삼고 음악과 감동이 중심이 된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전한다.
아무리 엉망인 뮤지컬에도 누구나 좋아하는 넘버가 하나 있듯, 어떤 사람에게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메시지는 교훈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성찰이다.
'오케피'에서 제일 웃음이 터지는 넘버 중 하나는 '망해버려 뮤지컬'이다. 노래, 춤 등을 다소 과장시키는 뮤지컬의 특성을 못마땅해하며 트럼페터는 고양이(캣츠), 가면(오페라의 유령), 주사(지킬앤하이드) 등을 풍급하며 인기 뮤지컬을 풍자한다. 인기 뮤지컬배우들이 인기 뮤지컬의 특성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여유와 유쾌함이 느껴지는 순간은 없다. 오케피는 이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 그리고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결국 숨어서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화려한 모습으로 사회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막판, 무대 밑 사람들이 무대 위 뮤지컬 사람들에게 시도하는 '작은 반란'은 유쾌하다. 뮤지컬로 이를 표현하니 뮤지컬이 더 좋아질 수밖에. 미타니 고우키가 '오케피'를 "뮤지컬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 이유가 수긍된다. 뮤지컬을 잘 아는 마니아도, 처음 보는 대중도 누구나 즐길 수밖에. 1석2조는 이럴 때 쓴다.
프로듀서 김미혜, 작가·각색 이희준,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음향디자인 권도경. 2016년 2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5만~14만원. 샘컴퍼니·기업은행·인터파크INT. 02-692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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