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현·최은주, 부부배우 한 무대에…뮤지컬 '시카고'

  • 뉴시스

입력 : 2015.12.07 09:29

'시카고'는 앙상블의 뮤지컬이다. 벨마·록시 역의 최정원(46)·아이비(33) 등 간판들도 인정한다. 주역을 돋보이게 하는 건 물론 이야기 전개에도 힘을 싣는다. 캐릭터마다 이름과 성격이 있고 걸맞는 대사도 있다. 이들이 없으면 장면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교도소가 배경이다. 여자 죄수들의 여러 사연을 통해 부정한 사법제도를 까발린다. 한국에서는 2000년 라이선스 초연 이후 11시즌 동안 평균 객석점유율 약 90%를 기록 중인데, 섹시한 안무와 능청스런 연기·노래를 소화하는 앙상블들을 보고 혀를 내두르는 관객이 한둘이 아니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시즌 12의 앙상블 17명의 면면 역시 탄탄하다. 노래·춤·연기, 뮤지컬 3박자를 고루 갖춰야 캐스팅된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차정현(35)과 최은주(33)

2007년 '시카고'에 처음 합류한 이들은 잉꼬 부부이기도 하다. 차정현은 2007·2008·2009·2012·2013·2014·2015년 등 최근 '시카고' 무대에는 거의 올랐다. 뮤지컬 '유린타운'의 '맥퀸', 뮤지컬 '고스트'의 은행장 역으로 확실한 눈도장도 받았다. 최은주는 2007·2012·2013·2014·2015년에 나왔다. 뮤지컬 '아이다' '캣츠' '디셈버' 등 대형뮤지컬에 출연하며 실력을 쌓았다.

최은주는 "'시카고'는 여자배우라면 참여하고 싶어하는 작품"이라며 눈을 빛냈다. "오디션에서도 풀 메이크업과 의상을 갖춰 입고 참여한다. 이름이 있고, 작지만 대사도 있고. 그런 부분들은 앙상블에게 엄청 큰 부분이다." 그녀는 '시카고'에서 헝가리 죄수 '후냑'을 맡고 있다. 앞서 또 다른 죄수 '리즈' 역을 맡기도 했다.

'포카티'를 연기 중인 차정현은 "'시카고'가 원래 남자배우들이 할 게 많지 않다고 알려졌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앙상블이 해당 장면에 그냥 포함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더라. 앙상블 중 한 사람이라고 자신의 대사를 알맞게 치지 못하면, 장면이 애매해지고 다음 신이 어그러진다"며 "'시카고'는 앙상블 역도 그 만큼 작품의 아귀가 맞는데 중요하다"고 짚었다.

여자 뮤지컬배우들이 공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여자 죄수들이 수감된 이유를 밝히며, 무죄라고 주장하는 넘버 '셀 블록 탱고'처럼 "남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쾌감을 주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쉴 새 없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춰야 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다. 여자 배우들은 특히 노출이 많은 의상 때문에 난감할 법도 하다. 최은주는 "처음 출연할 때 의상을 받았을 때 울상을 지었다. 호호. 객석에서 보는 것보다 더 노출이 심했다. 다른 작품의 의상은 묵직한데, 달랑 천만 나오더라. 2회 있는 공연이 있는 날이 고민이 많다. 1회 공연 끝나고 먹자니 몸매가 걱정되고, 안 먹자니 체력이 걱정되고." 전남 여수 출신인 차정현은 학창시절부터 노래와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뮤지컬은 고향에 투어를 온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 출연한 최정원을 본 뒤 관심을 갖게 됐다. '나우누리'로 PC통신을 할 때부터 최정원의 팬클럽 활동을 한 그는 '시카고'에서 최정원을 봤을 때를 떠올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번 시즌도 역시 그의 우상과 함께 나오고 있다.

역시 연기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가, 뮤지컬에서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걸 깨닫고 이쪽에 주력한 최은주도 최정원이 출연한 작품들을 섭렵하며 꿈을 키웠다.

뮤지컬배우 부부이다 보니 이처럼 서로 공감할 여지가 많다. 바쁜 생활을 잘 이해하다 보니, 집안 일은 먼저 발견한 사람이 말끔히 해치운다. "'네 일 내 일' 자체의 구분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주로 저녁에 공연하다 보니 "낮 시간을 함께 한가롭게 즐기는 것도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습할 상대역이 있는 것이 반갑다. "대사를 받아주고, 캐릭터를 잡아줘 좋다"는 것이다. 차은주는 그런데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 '욱'할 때가 있기는 하다"며 알콩달콩한 부부의 정을 뽐낸다.

두 사람 모두 뮤지컬배우로서 꿈을 조금씩 진척시키고 있다. 차정현은 "조금 더 노력해서 (록시의 순진한 남편인) 에이모스 역을 맡고 싶다"는 마음이다. 차은주는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실력이 더 쌓이면 '맘마미아!'와 '캣츠'의 그리자벨라 역을 맡고 싶다"는 목표다.

'시카고'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잦은 출연은 지겹지 않을까. 차정현은 "예전에 연습할 때 잠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으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 그렇지 않다. '시카고' 덕분에 춤도 많이 늘었다"며 즐거워했다.

무엇보다 '시카고' 앙상블을 노리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차정현은 "이 자리를 노리는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무릎 연골이 나갈 때까지 할 거라고. 허허."

차은주는 "'시카고'에 '언제까지 출연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는데 '시카고'를 다시 한다고 하면 항상 설렌다. 중독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할 때마다 어려워서 초심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시카고' 12번째 시즌 2016년 2월6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벨마 켈리 최정윤, 록시 하트 아이비, 빌리 플린 성기윤·이종혁, 마마 모튼 전수경·김경선. 5만~13만원. 신시컴퍼니·인터파크티켓.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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