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경 "메조소프라노, 인간적 울림 큰 파트"…데뷔20년 콘서트

  • 뉴시스

입력 : 2015.12.04 09:45

메조(mezzo)는 '중간의'라는 뜻이다. 메조 소프라노는 여자 성악에서 중간 음역이다. 한 단계 높은 음이 소프라노, 한 단계 낮은 음이 알토다.

그렇다고 음색과 성량까지 '적당하다'고 짐작하면 큰코 다친다. 묵직한 직구 같은 저음과 다채로운 변화구 같은 고음을 자유자재로 아우르는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45)이 이를 증명한다.

소프라노에 비해 독주 레퍼토리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올해 오페라 데뷔 20주년을 맞을 때까지 입지를 굳혀왔다.

이아경은 3일 "메조 소프라노는 소프라노에 가깝고, 알토에도 가깝다. 음역 폭이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물의 성격 표현이 다채롭다. 여성 파트 중 가장 인간적인 울림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녀가 메조 소프라노여서 맡아온 캐릭터를 보면 절로 수긍이 된다. 돈 카를로에서 돈 카를로를 짝사랑하며 질투를 억누르지 못하는 '에볼리 공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질투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화형당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불 같은 분노를 뿜어대는 일 트로바토레 '아주체나'가 그렇다. 모두 연기력과 함께 고음과 중후한 저음을 고루 갖춰야 소화가 가능한 캐릭터다.

이아경은 "메조 소프나로는 마녀, 집시, 창녀, 하녀, 악역 등을 맡는다. 물론 '카르멘'처럼 예쁜 외모의 캐릭터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 만큼 경험이 많이 묻어나는 파트"라며 "(외모의) 아름다움은 소리로서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도 "이아경 선생의 특징은 음역의 폭이 넓다는 것"이라며 "메조 소프라노의 경계를 넘어서는 분이다. 성량도 풍부해 오케스트라 소리로 목소리가 묻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무용과 피아노를 배우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에 입문한 이아경은 경희대 대학원 재학 중이던 1995년 국립오페라단 메노티의 '무당'으로 데뷔했다.

좀 더 큰 무대에 서려면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조언에, 서른이 넘은 2001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한국인 최초로 벨리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벨리니, 모나코, 비오티 발세시아, 라 스페지아, 베네치아, 알카모 등 이탈리아 6개 콩쿠르를 석권하며 주목 받았다.

현지 내로라하는 오페라 극장의 러브콜에도 2010년 모교인 경희대 음대 교수로 부임하며 귀국했다.

이아경은 "한국에 온 이유는 유학을 가지 않아도, 백도 없고 뭐가 없어도 계속 공부할 수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후배들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눈을 빛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유럽) 에이전시가 '많이 미쳤다'고 했다. 호호. 나는 한국이 고맙다. 좁은 무대가 아니다. 내 꿈이 작은 것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꿈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후배들의 가까운 꿈의 모습이 나였으면 한다. 세계 무대에 서는 것도 보람이고 자랑이지만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통해서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앞으로 20~30년 더 연주자와 교육자의 모습을 통해 내가 어렸을 때 선생님을 통해서 본 모습들, 즉 열정·소박한 모습·화려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다시 보여주고 싶다."

21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아경의 오페라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는 그녀가 좋은 교육자일뿐 아니라 실력 있는 연주자라는 사실도 증명하는 자리다.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일 트로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 라 보엠의 '내 이름은 미미' 등 정통 오페라 아리아뿐 아니라 가곡, 캐럴 등을 아우른다.

소프라노 박미자 오미선 강혜정 김문희 박수진, 테너 이영화 나승서 이재욱 김동녁, 바리톤 강형규 한명원 등 20대 신예부터 50대의 중견까지 다양한 세대가 힘을 보탠다.

이번 무대의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이자 이아경의 남편인 이의주는 "원로, 중견, 신인들이 어우러져 특별하면서도 폭넓은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합창 메트 오페라 합창단, 연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3만~12만원. 쿠컴퍼니. 02-6292-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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