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답지 않다, 괴물 같은 이 남자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12.02 03:00 | 수정 : 2015.12.02 11:12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최우혁
청아하면서 힘 있는 음색 가져 "첫 작품부터 주연, 내겐 큰 행운"

뮤지컬‘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에 박은태·한지상과 트리플 캐스팅된 최우혁은“첫 작품이 어려운 작품이라는 건 제겐 행운”이라고 했다.
뮤지컬‘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에 박은태·한지상과 트리플 캐스팅된 최우혁은“첫 작품이 어려운 작품이라는 건 제겐 행운”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뭐? 걔 신인이었어?"

지난 27일 서울 충무아트홀, 막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대형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원작, 왕용범 연출)을 보고 나온 관객이 입을 벌렸다. 주연인 '괴물'을 맡은 배우 최우혁(22)이 이날 생전 처음으로 무대에 선 '완전 초짜'였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배우들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못지않게 어려운 작품"이라고 입을 모으는 '프랑켄슈타인'의 첫 출연인 이날 공연에서 최우혁은 놀라운 역량을 발휘했다. 도자기 표면처럼 매끈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힘을 갖추며 증폭되더니, 오열하며 부르는 2막의 '난 괴물'에선 찢어질 듯 애절한 고음이 객석을 압도했다. 마치 5~6년은 뮤지컬 무대에 서 본 사람처럼 연기도 노련했다.

"원래는 권투 선수였어요." 아이돌 가수처럼 매끈한 외모를 가진 청년 최우혁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개막 전 만난 그는 '중·고교 때 최요삼 선수와 같은 체육관에 다니던 촉망받는 선수였다'고 했다. 하지만 체대 입시에 실패했고, 다음 해엔 연기로 전공을 바꿨지만 수시 시험 4곳에서 잇달아 떨어졌다. 곧바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중국집 철가방, 우유·피자 배달, 대학로 '삐끼'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밤에 술을 드시고 들어오시더니 정색을 하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너 한 번만 더 해봐라'고요. 술 같은 건 입에도 대지 않으시던 분인데…."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두 달 동안 공부에 몰두해 가까스로 대학에 합격했고, 한 해 뒤엔 동국대 연극영화과 14학번으로 입학했다.

지난해 '프랑켄슈타인'의 초연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곤 '꼭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연말이 되자 오디션에 지원했다. "춤 한번 춰 보라"는 주문에 노래와 연기만 준비했던 그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춤 대신 권투 동작을 취한 뒤 노래 몇 곡 부르고 나왔다. 집으로 가는데 왕용범 연출이 전화를 했다. "너 어디야? 기다리란 말 못 들었어?" 평일 저녁에 뚝섬에서 신당동까지 택시 타고 6분 만에 달려왔다. 경쟁률 1000대1의 오디션에 합격하는 순간이었다.

최우혁과 함께 '괴물' 역에 캐스팅된 배우는 박은태와 한지상. 동경하던 뮤지컬계 선배들과 지난 몇 달 동안 함께 연습하며 배웠다. 그는 "실력도 계속 쌓아야겠지만, 먼저 인성을 갖춘 배우가 되라는 선배들 말씀을 명심하겠다"며 웃었다. 챔피언 벨트라도 쥔 듯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내년 2월 2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1666-8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