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 전통 춤사위에 포커스…무대·의상 정리 '향연'

  • 뉴시스

입력 : 2015.11.17 15:26

패션디자이너 겸 공연연출가 정구호(53)는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부류의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전통을 지키는 사람, 두 번째는 전통을 응용하는 사람, 마지막은 전통과 상관 없이 창작하는 사람이다.

정구호는 시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두 번째 부류에 속한다. 여러 한국무용을 응축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향연(饗宴)'의 연출을 맡아 이러한 면모를 확인시켜주겠다는 각오다.

정구호는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나는 전통을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인데, 같은 전통이라도 재해석 작업은 시대별로 계속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봤던 전통무용의 새로운 옵션을 만들고자 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의 신작이다. 사계절의 흐름 위에 한국을 대표하는 춤 12종을 새롭게 엮어 총 4막 12장으로 구성했다. 궁중연향에서 공연되는 악기연주·춤 등으로 구성된 종합예술로 전폐희문·가인전목단·정대업지무 등이 포함된 궁중정재(宮中呈才)가 시작이다. 천수바라·오방깃발춤·진쇠춤·승무 등으로 구성된 종교제례를 거쳐 동래학춤·한량무·장구춤·소고춤·오고무 등의 민속무용,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인 태평무로 이어진다.

정구호는 "2년 전 '묵향'이라는 작품을 통해 한국 무용을 접한 뒤 한국 무용에 매력에 빠졌었다"며 "이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예산도 많아야 하는데다, 규모도 커 희망만 가지고 있었다. 모처럼 좋은 기회가 왔다"며 흡족해했다.

휠라코리아 부사장인 정구호는 현대무용가인 안성수(53)와 호흡을 맞추며 일찍부터 무용 작업에 참여했다. 1993년 미국 뉴욕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자신들을 '오드보드'(ODDBOD 괴짜)라 부르며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를 위해 협업한 '초현'을 비롯해 국립발레단의 '포이즌' 등을 함께 만들었다. 2013년 국립무용단의 '단' 작업을 함께 하면서 두 사람 모두 한국무용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정구호는 그 해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한 '묵향'으로 본격적인 한국무용 연출가로 나섰다.

'향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로는 "좋은 한국무용을 골라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연결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절기마다 있는 축제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축하를 위한 향연을 벌였는데 그간 궁중무만 보여줘서, 여러 무용을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주면 어떠할까 고민한 것이 기본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기승전결을 생각했다. "맨 처음에는 예를 갖추고 그 다음에 종교, 민속으로 넘어가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고자 했다"며 "마지막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로 태평무를 넣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에 태평무를 넣은 이유는 "우리나라 무용이 풍류만 즐긴 것이 아니라 태평성대를 기원하고 염원하는 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전통 무용에 현대적인 시선을 가미했다. 정구호는 "예전에 봤던 무용 자체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다"며 "현시대에 맞는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화한 부분은 패션디자이너답게 의상과 무대다. "우리 민속 의상을 보면 한 옷에 여러 색깔이 섞여 있다. 한 옷에도 보색, 음양 등 다양한 색깔이 들어가 있는데 이번에는 색깔을 정리했다. 한 옷에서 음양의 조화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큰 시각으로 볼 때) 무대에서 음양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악기의 색깔 역시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전통 악기는 오방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다. 이번에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무용이지 악기가 아니다. 그래서 악기 색깔도 제어했다. 퍼포먼스가 더 잘 보이게 포커스를 맞췄다. 무용이 주인공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색은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해져 간다. "1막은 색을 많이 배제해서 무채색의 막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용수들이 길게 늘어서 춤을 추는) 일무는 전통 복식을 입고 추는데 그 자체의 움직임만으로 매력이 있다. 2막부터 색이 얹어져 가는데 마지막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색인 붉은 색과 청색의 하모니가 이뤄진다."

국립무용단이 세계를 겨냥해 만든 '코리아 환타지'를 이을 작품이다. 정구호는 외국인들도 "춤 자체에 가지고 잇는 매력을 분명 느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마다 무용의 종류가 다르다. 민속무부터 종교 등 다 달라서 '한국 무용의 종합 선물세트'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코리안 환타지'가 커다란 수레 바퀴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춤사위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것을 위해 무대와 의상을 정리했다"고 부연했다.

한국 전통춤의 대가인 조흥동과 김영숙, 양성옥이 안무를 맡았다. 국립무용단이 정구호, 안성수 등과 작업하며 선보인 작품들은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을 들었고, 이에 대해 일부 한국무용계는 걱정 어린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조흥동은 "전통을 재창조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어렵다. 그런 면에서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발 디딤, 손 놀음, 목선 움직임 방향 등은 전통적인 춤사위에서 발전한다. 관객들이 전통을 재창조한 것을 어떻게 볼까 의문을 가지고는 있지만 정구호와 대화를 하다 보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김영숙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지만 정구호 연출이 요구한 건 춤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해온 것을 그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가 전제다. 그래서 응했다"고 전했다.

정구호 역시 "선생님들이 춤의 기본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작품을 못 짰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향연' 12월 5~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러닝타임 135분(중간휴식 15분). 2만~7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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