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보, 나는 이래서 배려를 강조했다…'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 뉴시스

입력 : 2015.11.06 11:13

유연수·유성주·이석훈·김영민·유병훈·이승주·임철수·한동규…. 필드를 누비는 축구선수들에 비유하면, 죄다 대학로의 주전 공격수들이다.

김광보(51) 연출이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에 출연하는 8명의 남자배우들을 놓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해 연습 내내 앙상블이 화두였다"며 "끊임없이 배우들에게 배려를 요구했다. 현재 앙상블이 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5일 한국에서 초연한 블랙코미디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김광보식 미니멀리즘의 절정을 보여줄 만한 작품이다. 그의 미니멀리즘은 '연극의 주체는 배우라는 소신'으로 배우들의 기량을 한껏 드러내는 미학에 기반한다.

'슛 결정력'보다 '패스를 잘 하는' 배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작 작가인 츠치다 히데오(土田英生)도 리허설을 지켜봤는데 "팀워크가 좋다"고 판단했다.

"배우 한 분 한 분이 매력적이었다. 그럴 때는 앞선다고 할까, 튀어보인다고 할까. 그럴 수가 있는데 앙상블이 좋더다. 상대방을 배려했고 호흡을 주고 받는 순간을 잘 포착한다는 느낌이들었다"고 부연했다.

'김광보 사단'으로 통하는 8명의 배우는 동등한 비중으로 나온다. 앞서 유연수는 "대사량을 무게로 비유하면 일일이 50㎏씩 나눠서 분배한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창 역을 맡은 이석준은 "다 주연을 한 번 이상씩은 했던 배우들이라 초반에는 걱정을 하긴 했다. 최근 출연한 작품 중 이렇게 대사가 적은 것도 처음인데, 기다리라는 걸 배웠다. 넘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선배님들, 후배들 모두 연출님 하나 밑고 내려놓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경범죄 상습범들을 가두는 어느 교도소가 배경이다. 6명의 수인과 2명의 교도관은 형무소가 위치한 땅이 국경으로 인해 갈라지자, 어느 날 장난처럼 교도소에도 하나의 선을 긋고 국경을 나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생긴 이 선 하나로 인해 교도소 분위기는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인물들도 사소한 것들로 '지질함' 등 숨겨진 면모를 드러낸다.

이석준은 "김광보 연출님은 캐스팅을 하고 배우의 보여지지 않은 이면을 끌어올리는데 일가견이 있다"면서 "(자신의 숨겨진 이면을 끌어내는 걸 보고) 연출님과 너무 오래 친하게 지냈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출연한 배우들의 실제 (지질한) 모습들이 드러나서 실망스럽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맡은 장창은 성 '우'를 붙이면 '우장창'인 것에서 보듯, 다소 무식하고 금방 속이 상하는 캐릭터다.

미남 배우들로 통하는 김영민과 이숭주도 그들 안에 숨어 있던 지질함과 모자란 부분을 드러내고 있다.

김광보는 "잘 생긴 배우들이 지질하면 의외성이 있지 않나"면서 "연습을 해오면서 내면의 찌질함이 드러날 때 많은 분들이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선을 하나 그음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패거리 문화라고 해야 하나, 선은 그런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겁지는 않다"고 소개했다.

작품을 집핍할 당시 중국과 일본의 영토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는 츠지라 히데오는 "마침 그 때 일로 중국에 가서 현지 연극인들과는 인간적인 교류를 했다"며 "그런데 막상 일본으로 돌아와 보니 보수화 경향이 짙더라. 이런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이 연극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정치적인 말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는 마음이다.

지난해 호평 받은 헨릭 입센의 '사회의 기둥들'에 이어 다시 김광보와 LG아트센터가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1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번역 이홍이, 각색 김은성, 무대 황수연, 조명 김창기. 3만~5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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