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5 03:00 | 수정 : 2015.11.05 10:59
[제6회 서울국제바흐페스티벌 첫 무대 장식한 소프라노 서예리]
古음악·현대음악 동시에 소화… 불레즈 등 名작곡가 섭외 1순위
출산 한달 전·두달 후에도 공연… 무대서 내려오면 육아에 전념
"생명력 있는 노래 하고 싶어요"
"헉!"
문이 열리고 그녀가 발을 내딛는 순간 객석이 요동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에딜리아가 넘어질 듯 비틀대며 분노의 아리아를 토해낸다. 노래 제목은 '두려움의 화살에 떨게 될 것이오'. 1705년 19세였던 헨델이 처음 작곡한 오페라 '알미라'에서 에딜리아가 자신을 버린 오스만에게 보내는 경고다. 프리마돈나가 등장하면 박수로 맞으려 했던 관객들은 당황하지만 소프라노 서예리(39)가 그려내는 노랫말에 매혹당하고 만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발을 내딛는 순간 객석이 요동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에딜리아가 넘어질 듯 비틀대며 분노의 아리아를 토해낸다. 노래 제목은 '두려움의 화살에 떨게 될 것이오'. 1705년 19세였던 헨델이 처음 작곡한 오페라 '알미라'에서 에딜리아가 자신을 버린 오스만에게 보내는 경고다. 프리마돈나가 등장하면 박수로 맞으려 했던 관객들은 당황하지만 소프라노 서예리(39)가 그려내는 노랫말에 매혹당하고 만다.

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은 거대한 타임머신이었다. 한양대 음악연구소(소장 정경영)가 주관하는 '제6회 서울국제바흐페스티벌'의 첫 공연. 뮌헨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고(古)음악 연주 단체 리리아르떼 앙상블과 서예리가 올랐다. 헨델·바흐·몬테베르디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과 주디스 빙햄, 진은숙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연주곡·성악곡을 번갈아 넘나들었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묵직한 활 놀림과 옛 피아노인 하프시코드, 류트의 일종인 테오르보의 정결한 연주가 빛났다.
2003년 고음악 거장인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몬테베르디 오페라로 데뷔한 서예리는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동시에 소화하는 스페셜리스트다. 유럽 무대에서 오페라 연출자와 지휘자가 앞다퉈 찾는 섭외 1순위 소프라노다. 공연 전날 연습실에서 만난 서예리는 "고음악과 현대 음악은 시간의 거울이어서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며 "그 두 영역을 준비한 대로 완벽히 보여줬을 때 나는 숨을 쉰다"고 했다.
현대음악에선 성악가가 온몸을 악기처럼 쓰는 일이 잦다. 의미 없는 가사나 새가 지저귀는 풍경, 나뭇잎이 떨어지는 찰나 등을 목소리로만 살려야 한다. 고음으로 부르다 저음으로 한 번에 쑥 내려가거나 독창곡 '나무들의 대성당'처럼 반주 없이 불러야 하는 노래도 적잖다. 고음악은 현대음악과 조율법도 달라서 440헤르츠보다 반음 낮은 415헤르츠에 맞춰 불러야 한다. 그럼에도 정확한 음을 쏘아야 하기에 절대음감을 타고나야 한다.
베를린 자택을 떠나온 지 2주째. 공연 다음 날 벨기에로 떠나야 할 만큼 일정이 숨 가쁘다. 그녀는 결혼 13년 만에 얻은 딸 리안(2)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출산 한 달 전까지 독창회에 오르더니 출산 두 달 만에 복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무대에 서는 건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나가는 느낌이다. 배속에 아기가 있어 복식호흡이 더 잘 되고 아주 행복한 느낌이 들더라"며 웃었다.
2003년 고음악 거장인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몬테베르디 오페라로 데뷔한 서예리는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동시에 소화하는 스페셜리스트다. 유럽 무대에서 오페라 연출자와 지휘자가 앞다퉈 찾는 섭외 1순위 소프라노다. 공연 전날 연습실에서 만난 서예리는 "고음악과 현대 음악은 시간의 거울이어서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며 "그 두 영역을 준비한 대로 완벽히 보여줬을 때 나는 숨을 쉰다"고 했다.
현대음악에선 성악가가 온몸을 악기처럼 쓰는 일이 잦다. 의미 없는 가사나 새가 지저귀는 풍경, 나뭇잎이 떨어지는 찰나 등을 목소리로만 살려야 한다. 고음으로 부르다 저음으로 한 번에 쑥 내려가거나 독창곡 '나무들의 대성당'처럼 반주 없이 불러야 하는 노래도 적잖다. 고음악은 현대음악과 조율법도 달라서 440헤르츠보다 반음 낮은 415헤르츠에 맞춰 불러야 한다. 그럼에도 정확한 음을 쏘아야 하기에 절대음감을 타고나야 한다.
베를린 자택을 떠나온 지 2주째. 공연 다음 날 벨기에로 떠나야 할 만큼 일정이 숨 가쁘다. 그녀는 결혼 13년 만에 얻은 딸 리안(2)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출산 한 달 전까지 독창회에 오르더니 출산 두 달 만에 복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무대에 서는 건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나가는 느낌이다. 배속에 아기가 있어 복식호흡이 더 잘 되고 아주 행복한 느낌이 들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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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 땐 어디든 젖먹이를 안고 간다. 아이가 잠들면 악보를 보고, 아이가 잠을 안 자면 그녀도 밤을 꼴딱 새웠다. "성악가는 잠 못 자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해요. 아기를 낳으면서 소리가 더 따뜻해지고 둥글어졌다는 말을 들어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할 땐 한국에서 시부모와 친정부모가 번갈아 독일로 건너가 베이비시터를 자청한다. 세계적 소프라노인 그녀도 조부모 손에 육아를 맡겨야 하는 '일하는 엄마'다.
서예리는 "동양인이란 핸디캡을 극복하는 방법은 실력밖에 없었다"고 했다. 올바른 발성을 위해 선배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조수미를 날마다 탐구하고, 공연을 마친 후엔 침대에 누워 그날 부른 노래를 복기한다. 서예리는 "나도 생명력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예리는 "동양인이란 핸디캡을 극복하는 방법은 실력밖에 없었다"고 했다. 올바른 발성을 위해 선배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조수미를 날마다 탐구하고, 공연을 마친 후엔 침대에 누워 그날 부른 노래를 복기한다. 서예리는 "나도 생명력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