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5 03:00 | 수정 : 2015.11.05 18:15
- 2인극 '사중주' 김소희·윤정섭
성적유희 속 파멸에 이르는 남녀… 농염함과 조소, 밀도있게 다뤄내
"性 바꾸는 장면이 흥미로웠죠"
"세상의 시계를 멈추게 하는 것, 그건 바로 지속되는 발기의 영원성이죠. 시간은 전 인류가 들어갈 만한 엄청나게 큰 창조의 구멍입니다."(발몽)
"낯선 구멍의 갈채가 당신의 유일한 재능이라는 망상 속에서 당신은 여자의 쾌락을 위해 당장에라도 바꿔버릴 수도 있는 그저 낡은 기계일 뿐이죠."(메르테유)
"낯선 구멍의 갈채가 당신의 유일한 재능이라는 망상 속에서 당신은 여자의 쾌락을 위해 당장에라도 바꿔버릴 수도 있는 그저 낡은 기계일 뿐이죠."(메르테유)
야하면서도 지적(知的)인 장광설이 끝없이 이어졌다. 무대 바닥에 땀방울이 흥건했다. 무대 위 공기는 팽팽해 보였다. 메르테유 역의 김소희(45)와 발몽 역의 윤정섭(32) 두 배우가 펼치는 광기 어린 몸짓과 칼날처럼 객석에 박히는 대사의 밀도 때문이었다. 김소희는 느릿한 발성 속 농염함과 조소를 담았고, 윤정섭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날카롭고 도전적이었다.
지난 3일 오전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두 사람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연극은 독일 작가 하이너 뮐러(1929~1995)의 '사중주'(채윤일 연출)다. 여러 차례 영화화됐던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성(性) 대결과 성적 유희를 통해 파멸에 이르는 남녀의 2인극을 만들었다. 속옷을 입은 채 식탁과 바닥을 구르는 정사(情事) 장면의 농도가 만만치 않은 반면 남녀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선 폭소가 터진다.
"여주인공 메르테유의 대사는 지금까지 이어진 문명 전체를 비판하고 있어요." 김소희는 "연인인 발몽에 대한 공격은 결국 이성(理性)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켜 온 남성 중심의 세계사를 비꼬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정섭은 "서로 성(性)을 바꾸는 역할 놀이는 상대방의 관점을 한 번 거친 모습이라 흥미롭다"고 했다. 여자가 보는 남자는 끝없이 거들먹거리며 궤변을 늘어놓고, 남자가 보는 여자는 정숙해 보이려고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한다.
연극 팬이라면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설렐 만하다. 연극 입문 22년차인 김소희는 '혜경궁 홍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의 작품으로 "무대에서 전율을 일으키는 한국 대표 여배우"라는 찬사를 듣고 있으며, 그보다 13년 연하인 윤정섭은 최근 국립극단의 '무극의 삶' '리차드 2세' '아버지와 아들' 등 굵직한 작품에서 잇달아 주연을 맡은 차세대 주자다. 윤정섭은 "소희 선배는 연극과 관련된 시간에선 일상의 정(情) 같은 게 사라져 버리는 지독한 배우"라고 했고, 김소희는 "정섭이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후배"라고 했다.
용인대 다니던 윤정섭이 김소희로부터 연기 강의를 들었으니 사제(師弟)간이기도 하다. 에로틱한 연기가 어색하진 않을까? 두 사람은 "그럴 일 없다"며 깔깔 웃었다. "정사도 일종의 신체 연기거든요. 프로라면 무대 위에서 쑥스러움 같은 건 느끼지 않아야죠."
▷연극 '사중주' 6~29일 대학로 게릴라극장, 공연 시간 70분, (02)763-1268
지난 3일 오전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두 사람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연극은 독일 작가 하이너 뮐러(1929~1995)의 '사중주'(채윤일 연출)다. 여러 차례 영화화됐던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성(性) 대결과 성적 유희를 통해 파멸에 이르는 남녀의 2인극을 만들었다. 속옷을 입은 채 식탁과 바닥을 구르는 정사(情事) 장면의 농도가 만만치 않은 반면 남녀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선 폭소가 터진다.
"여주인공 메르테유의 대사는 지금까지 이어진 문명 전체를 비판하고 있어요." 김소희는 "연인인 발몽에 대한 공격은 결국 이성(理性)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켜 온 남성 중심의 세계사를 비꼬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정섭은 "서로 성(性)을 바꾸는 역할 놀이는 상대방의 관점을 한 번 거친 모습이라 흥미롭다"고 했다. 여자가 보는 남자는 끝없이 거들먹거리며 궤변을 늘어놓고, 남자가 보는 여자는 정숙해 보이려고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한다.
연극 팬이라면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설렐 만하다. 연극 입문 22년차인 김소희는 '혜경궁 홍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의 작품으로 "무대에서 전율을 일으키는 한국 대표 여배우"라는 찬사를 듣고 있으며, 그보다 13년 연하인 윤정섭은 최근 국립극단의 '무극의 삶' '리차드 2세' '아버지와 아들' 등 굵직한 작품에서 잇달아 주연을 맡은 차세대 주자다. 윤정섭은 "소희 선배는 연극과 관련된 시간에선 일상의 정(情) 같은 게 사라져 버리는 지독한 배우"라고 했고, 김소희는 "정섭이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후배"라고 했다.
용인대 다니던 윤정섭이 김소희로부터 연기 강의를 들었으니 사제(師弟)간이기도 하다. 에로틱한 연기가 어색하진 않을까? 두 사람은 "그럴 일 없다"며 깔깔 웃었다. "정사도 일종의 신체 연기거든요. 프로라면 무대 위에서 쑥스러움 같은 건 느끼지 않아야죠."
▷연극 '사중주' 6~29일 대학로 게릴라극장, 공연 시간 70분, (02)763-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