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4 01:17
서울 1983
"애들은… 안 궁금하시오?"
"잘 키웠겠지. 무슨 면목으로 그걸 묻나…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살아있다면야 왜 못 만나겄소? 어여 가시오."
고개를 떨구고 뒤돌아선 남편의 모습이 사라지자 아내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꺼이꺼이 울부짖는다. 찬바람 부는 국경의 갈대 숲,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지냈던 30여 년의 생이별 끝에 찾아온 찰나와도 같은 만남이었다. 6·25 때 헤어졌던 아내 돌산댁 역의 나문희와 남편 양백천 역의 박인환은 슬픔과 한(恨), 애처로움과 분노를 마지막 장면에 꾹꾹 눌러 담았다. 이쯤 되면 객석은 이미 눈물바다다.
"잘 키웠겠지. 무슨 면목으로 그걸 묻나…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살아있다면야 왜 못 만나겄소? 어여 가시오."
고개를 떨구고 뒤돌아선 남편의 모습이 사라지자 아내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꺼이꺼이 울부짖는다. 찬바람 부는 국경의 갈대 숲,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지냈던 30여 년의 생이별 끝에 찾아온 찰나와도 같은 만남이었다. 6·25 때 헤어졌던 아내 돌산댁 역의 나문희와 남편 양백천 역의 박인환은 슬픔과 한(恨), 애처로움과 분노를 마지막 장면에 꾹꾹 눌러 담았다. 이쯤 되면 객석은 이미 눈물바다다.
독특한 뮤지컬이 나왔다. 지난 주말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서울 1983'(김태수 작, 김덕남 연출)은, 지금껏 다른 대형 뮤지컬을 평가했던 잣대로 보면 수작(秀作)이라 말하기엔 망설여진다. 예전 악극 '단장의 미아리고개' 대본을 바탕으로 한 극은 신파로 흐르고, 인물 설정은 옛날 TV드라마를 보는 듯한데다 배우들의 역량마저 고르지 않다. 그런데도 장년층 관객들은 이런 감동을 근래 어디서도 받을 수 없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열쇠는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 온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에 있다. 이 작품은 악극이란 장르가 거의 사멸한 뒤 '시니어 뮤지컬'이란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1950년 미아리 고개의 이산(離散)에서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 기존 유행가 11곡에 송시현이 작곡한 새 뮤지컬 곡 15곡을 넣어 '악극'과 '뮤지컬'의 융합을 이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두 원로 배우의 열연이다. 연습 기간에 '눈 뜨고 있으면 노래 연습에 매달렸다'는 나문희(권명현과 더블캐스트)는 가창력을 따지기에 앞서 열정과 정한(情恨)의 화신처럼 보였으며, 박인환은 영화 '제3의 사나이'의 오슨 웰스처럼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극 전체를 사로잡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시간 120분, (02)399-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