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부하지만 따뜻 여성버전 '국제시장'… 뮤지컬 '서울 1983'

  • 뉴시스

입력 : 2015.11.02 09:43

투박하지만 영리하다.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서울 1983'이다.

6·25 동란부터 최근 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현장까지 훑는 이 뮤지컬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매번 나오는 클리셰(진부한 표현)로 가득차 있다.

김태수의 희곡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원작 삼아 서울시뮤지컬단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지향점이 분명하다.

전쟁포로로 남편 '양백천'이 북한에 끌려간 뒤 혼자 자식 넷을 건사하게 된 돌산댁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그가 기대를 한몸에 거는 첫째 아들 일식은 고시공부를 하지만 시험에 낙방한 뒤 술집에 드나들고, 둘째 이식은 주먹질을 일삼는다. 가수가 꿈인 셋째 삼순은 클럽 사장 음모의 휘말리고 막내 사식이는 악극 배우였던 아버지를 닮아 작곡을 하지만 앞을 못 본다.

게다가 친정동생 춘삼은 전쟁 통에 한쪽 팔을 잃고 술과 도박으로 하루 하루를 채우고, 사람을 칼로 찌른 뒤 돌산댁이 7년 동안 모은 돈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서울시뮤지컬단장인 김덕남 연출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칠게 표현한 듯하다. 배우들의 날 것의 감정 표현이 언뜻 촌스러워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루하게 느껴지는 이 감정선이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는데는 유용하다.

신파로 무장한 이 지난함을 뚫는건 돌산댁이다. 묵묵하고 억척스러움으로 돌파하는 돌산댁의 인생은 여성 버전 뮤지컬판 '국제시장'같은 인상을 전한다. 다소 세련되지 못함이 오히려 작품의 성격에 부합하는 셈이다.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현장을 다룰 때 나오는 뉴스 영상 등은 그 차체만으로 향수를 자극한다. 압록강 국경, 갈대 숲 속에 마주선 돌산댁 역의 나문희, 초로의 늙은이가 된 양백천 역의 박인환은 존재만으로 뭉클함을 준다.

영화 '조용한 가족'(1998)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함께 출연하며 부부·장모와 사위·엄마와 아들 사이를 연기한 두 배우의 세월의 켜가 자연스럽게 쌓인 탓이다.

'이산가족찾기' 방송 주제가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특히 가슴에 묵직하게 얹히고 '안개' '라밤바' 등 1950~80년대를 대표하는 가요들이 귀에 감기나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음악극 성격이다. 일흔살이 훌쩍 남은 나문희가 무려 4곡을 부르며 분투하는데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지난한 세월에 대한 토로도 느껴져, 가창 기술보다는 감정 전달에 방점이 찍힌다.

총합하면 '서울 1983'은 시니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젊은 세대에게는 낡아 보이는 요소가 분명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부담 없이 이야기에 집중하며 따라갈 만한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비교적 러닝타임(인터미션 없이 2시간)이 짧다는 점도 강점이다. 민간이 아닌 공공예술 기관인 서울시뮤지컬단이 지향할 만하다. 김광석이 부른 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로 흥행감각을 확인한 공연제작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가 협업해 양념을 쳤다.

11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극작 김태수, 연출 김덕남, 작곡 송시현 음악감독 이종오, 안무 김경엽, 무대디자인 정성주, 조명디자인 민경수 등. 러닝타임 120분. 7만~15만원. 세종문화회관 인포샵 02-399-1000·인터파크 티켓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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