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3 09:49
융복합 공연 '투오넬라의 백조'는 한국의 안성수 픽업그룹과 핀란드 WHS가 협업한 것이다.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공동 창작이다.
지난달 말 시벨리우스의 고향인 핀란드 남부 헤멘린나의 베르카테다스 극장에서 세계 초연했고, 2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앞두고 있다. 두 나라의 색깔만 녹여넣은 것은 아니다. 이들 국가를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도는만큼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핀란드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개척자이자 비주얼시어터 컴퍼니 WHS의 창시자인 빌레 왈로는 공연을 하루 앞둔 22일 "국제적인 시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청했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자다.
공연 제목 '투오넬라의 백조'는 시벨리우스가 만든 곡의 제목이다. 시벨리우스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나오는 영웅 '레민카이넨'의 이야기를 다룬 교향시집 '네 개의 전설' 중 세 번째 곡이다. 핀란드의 전설에서 투오넬라는 황천, 즉 저승을 가리킨다. 이곳과 현실세계의 경계인 투오넬라의 강에는 슬픈 노래를 부르는 신성한 '백조'가 살고 있다. 레민카이넨은 어두운 북극 나라 포욜라의 아름다운 처녀를 아내로 얻기 위해 주어진 3가지 과제 중 하나가 투오넬라의 백조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과제를 수행하던 중 물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된다. 그 후에 어머니의 사랑으로 다시 살아나 무사히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왈로는 백조가 핀란드에서 영적인 동물로 분류는 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백조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핀란드 설화의 내용을 알아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 본인의 삶이나 문화와 연관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다.
극에 등장하는 배가 대표적이다. 저승의 길목인 투오넬라 강에서 보트는 긍정적인 의미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 중 하나를 상징한다. 최근 문제가 된 시리아 난민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들은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데 지중해가 투오넬라의 강이 되는 셈이다. 공연에서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이 삶의 한 여정을 그리는 소품일 수 있다."
공연계 화두는 융합이다. '투오넬라의 백조' 역시 그 한가운데 있다. 왈로는 이 작품에 현대무용에 폴 댄스, 저글링 등 현대 서커스의 요소를 덧입힌다. 핀란드 현대서커스의 개척자인 그는 저글링을 시각극과 결합하는 등 시각적인 무대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극 소품 중에서는 오브제로 사용되는 부채가 가장 눈길을 끈다. 부채 소리가 음악으로 만들어졌고 부채로 만든 음악을 다시 안무로 만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가 지속됐다. 왈로는 "부채를 펴고 접을 때 백조의 날갯짓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부채에서 나는 소리도 백조가 날갯짓을 할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부채는 안무의 효율성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부채춤을 인용해 안무를 만들 수 있는 등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부채는 한국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유럽에서도 상류층에서 다양한 의미로 활용됐다"며 "이 역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무대를 만드는 매개체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안무를 맡은 안성수픽업그룹의 안성수는 "세계 투어 공연이라 한국과 핀란드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고민은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 다만 핀란드가 전통을 좋아한다는 점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한국 무용을 하는 친구들의 다리 움직임으로 일부 안무를 구성한 것이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악은 '투오넬라의 백조'가 기본이지만 시벨리우스의 피아노·첼로 곡을 모티브로 새롭게 작곡된 곡이 함께 연주된다. 시벨리우스가 그려낸 서늘하고도 우아한 백조의 심상이 무용수와 현대음악가들에 의해 시청각적으로 변주되는 것이다. 음악은 미니멀하면서 귀에 감긴다.
이번에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 하우시카, 유럽 최고의 퍼커셔니스트 사물리 코스미넨, 첼리스트 마커스 하티가 안무 창작자만큼 중요한 이유다. 핀란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타악주자이자 전자음악가로 이번 작품의 퍼커션 등과 음악감독을 맡은 코스미넨은 "왈로의 연출과 안성수의 안무에 영감을 받아 음악작업을 했다"며 "부채가 접히고 펼쳐질 때 소리가 크고 리드미컬해 음악적인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출연 안성수픽업그룹(이주희·김현·김지연·양희훤), WHS(빌레 왈로·노라 유피). 4만~6만원. 예술의전당 SAC티켓. 02-580-1300
지난달 말 시벨리우스의 고향인 핀란드 남부 헤멘린나의 베르카테다스 극장에서 세계 초연했고, 2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앞두고 있다. 두 나라의 색깔만 녹여넣은 것은 아니다. 이들 국가를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도는만큼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핀란드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개척자이자 비주얼시어터 컴퍼니 WHS의 창시자인 빌레 왈로는 공연을 하루 앞둔 22일 "국제적인 시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청했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자다.
공연 제목 '투오넬라의 백조'는 시벨리우스가 만든 곡의 제목이다. 시벨리우스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나오는 영웅 '레민카이넨'의 이야기를 다룬 교향시집 '네 개의 전설' 중 세 번째 곡이다. 핀란드의 전설에서 투오넬라는 황천, 즉 저승을 가리킨다. 이곳과 현실세계의 경계인 투오넬라의 강에는 슬픈 노래를 부르는 신성한 '백조'가 살고 있다. 레민카이넨은 어두운 북극 나라 포욜라의 아름다운 처녀를 아내로 얻기 위해 주어진 3가지 과제 중 하나가 투오넬라의 백조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과제를 수행하던 중 물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된다. 그 후에 어머니의 사랑으로 다시 살아나 무사히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왈로는 백조가 핀란드에서 영적인 동물로 분류는 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백조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핀란드 설화의 내용을 알아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 본인의 삶이나 문화와 연관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다.
극에 등장하는 배가 대표적이다. 저승의 길목인 투오넬라 강에서 보트는 긍정적인 의미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 중 하나를 상징한다. 최근 문제가 된 시리아 난민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들은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데 지중해가 투오넬라의 강이 되는 셈이다. 공연에서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이 삶의 한 여정을 그리는 소품일 수 있다."
공연계 화두는 융합이다. '투오넬라의 백조' 역시 그 한가운데 있다. 왈로는 이 작품에 현대무용에 폴 댄스, 저글링 등 현대 서커스의 요소를 덧입힌다. 핀란드 현대서커스의 개척자인 그는 저글링을 시각극과 결합하는 등 시각적인 무대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극 소품 중에서는 오브제로 사용되는 부채가 가장 눈길을 끈다. 부채 소리가 음악으로 만들어졌고 부채로 만든 음악을 다시 안무로 만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가 지속됐다. 왈로는 "부채를 펴고 접을 때 백조의 날갯짓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부채에서 나는 소리도 백조가 날갯짓을 할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부채는 안무의 효율성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부채춤을 인용해 안무를 만들 수 있는 등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부채는 한국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유럽에서도 상류층에서 다양한 의미로 활용됐다"며 "이 역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무대를 만드는 매개체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안무를 맡은 안성수픽업그룹의 안성수는 "세계 투어 공연이라 한국과 핀란드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고민은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 다만 핀란드가 전통을 좋아한다는 점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한국 무용을 하는 친구들의 다리 움직임으로 일부 안무를 구성한 것이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악은 '투오넬라의 백조'가 기본이지만 시벨리우스의 피아노·첼로 곡을 모티브로 새롭게 작곡된 곡이 함께 연주된다. 시벨리우스가 그려낸 서늘하고도 우아한 백조의 심상이 무용수와 현대음악가들에 의해 시청각적으로 변주되는 것이다. 음악은 미니멀하면서 귀에 감긴다.
이번에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 하우시카, 유럽 최고의 퍼커셔니스트 사물리 코스미넨, 첼리스트 마커스 하티가 안무 창작자만큼 중요한 이유다. 핀란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타악주자이자 전자음악가로 이번 작품의 퍼커션 등과 음악감독을 맡은 코스미넨은 "왈로의 연출과 안성수의 안무에 영감을 받아 음악작업을 했다"며 "부채가 접히고 펼쳐질 때 소리가 크고 리드미컬해 음악적인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출연 안성수픽업그룹(이주희·김현·김지연·양희훤), WHS(빌레 왈로·노라 유피). 4만~6만원. 예술의전당 SAC티켓. 02-580-1300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